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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티마 온라인 여행기

제1회 레이디 님펫과 켈트 주니어경의 울티마 온라인 여행기

by 이문영 Mar 15. 2025

1998년 2월 경으로 기억한다. 나는 당시에 게임 컬럼을 여기저기 싣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KBS게임피아라는 잡지 기자와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밥 먹는 도중에 당시 열심히 하고 있던 한 온라인 게임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듣던 기자가 밥을 다 못 먹을 정도로 웃음이 빵빵 터졌고, 급기야 며칠 후에 그 이야기를 원고로 써서 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게임은 리처드 게리옷이 만들고 오리진이 서비스한 "울티마 온라인"이었다.


그렇게 해서 온라인 게임 여행기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했다. 멀리 보면 오늘날 웹소설 장르 중 하나인 게임소설의 비조격이다. 울티마 온라인 여행기 이후에 이처럼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을 판타지 세계로 진입한 것처럼 쓰는 온라인 게임 여행기가 속출했다.


본래 이 여행기는 1회성 기획이었다. 그래서 1회 연재에는 "연재"라는 표시도 없었고 "흥미기획"이라고만 달려 있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 KBS게임피아 1998년 4월호 (이하 동일)


원고 보낸 뒤에 아무 생각없이 있었는데,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원고 안 보내십니까?"
"네? 그거 1회성 원고 아니었나요?"
"어유, 아닙니다! 지금 난리 났어요. 그럼 원고 준비가 안 된 건가요? 다음 호에 꼭 실어야 합니다."
"네, 뭐... (한번만 싣는다고 했잖여!)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나는 당장 원고를 새로 작성해서 보냈다. 글감은 넘쳐 흘렀는데 문제는 캡처였다. 한 회에 20여 컷 이상의 게임 화면 캡처를 보냈는데, 해당 장면을 미리 찍어둔 것이 아니니까 글에 맞춰 다시 연출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기에 글 쓰는 시간보다 캡처 잡는데 시간이 더 들어갔었다. (첫 회 때는 30컷을 보냈는데 15컷이 실렸다. 여기에는 그 컷들을 모두 싣기는 좀 그래서 선별해서 올렸다.) 

요즘에도 가끔 이 연재를 보고 싶다는 분이 있어서 올려놓아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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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름은 Nymphet. 브리타니아의 여전사다. 지금까지의 공적으로 Noble Lady의 칭호를 받았고, 오로지 한자루의 검을 의지하고 협행을 지키며 살아왔다. 돌이켜보면 험난한 역정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과거를 돌아보자.   


1. Nymphet의 탄생   


나의 고향은 브리타니아 남쪽 제일의 도시인 트린식이었다. 본래 내게는 언니가 하나 있었다. 언니의 이름은 Nymph. 그러나 언니는 브리타니아 세계의 냉혹함을 버티지 못했다. 

언니는 먹고살 방법을 하나도 몰랐기 때문에 남들의 유혹에 넘어가 도둑이 되었다. 도둑이 되려면 세가지 기술을 타고나야 한다. 첫째는 훔치기(stealing), 둘째는 뒤지기(snooping), 셋째는 은신하기(hiding)이다. 그러나 언니는 세가지 기술이 모두 별볼일 없었다. 무작정 훔치기만 하다가 결국 트린식의 경비병(guard)에게 잡히고 말았다. 이렇게 별을 하나 달고 범죄자라는 뜻의 불명예스러운(dishonorable) 사람이 되고 말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Nymph가 도둑질을 하다가 경비병에게 잡힌 곳. 아직도 보물상자들은 그대로 놓여있다.


그때서야 정신을 차린 언니는 트린식을 떠나 괴물들을 잡아서 명성을 드날리고 재물도 모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언니는 sir kelt라는 동료를 만나 함께 트린식을 나섰다. 그러나 sir kelt는 전과 2범이었다. 따라서 두사람이 같이 성문을 나서자 이들은 살인자(PK;player killer)라는 누명을 쓰고 당장 사냥감이 되어버렸다! 쫓겨 다니는 동안 두사람의 악명은 더욱 높아져 트린식에 널리 알려지고 말았다. 결국 언니는 트린식의 한 여관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sir kelt는 트린식 남쪽 숲에서 피살되고 말았다!


나는 그때부터 나쁜 짓은 절대로 하지말자는 생각을 굳게 하고 말았다. 나는 sir kelt의 동생인 sir kelt jr와 함께 가슴아픈 트린식을 떠나 먼곳에 있다는 괴물들의 동굴을 찾아 나섰다. 그곳에 가서 힘을 기르고 명예를 드날릴 작정이었다. 우리는 트린식의 서문을 나와 파란 사람들에게 물었다(브리타니아에는 두종류의 사람이 있다. 파란사람은 명성이 높은 사람, 빨간 사람은 악명을 떨치는 사람이다).


“동굴을 찾아갑니다. 어디 있습니까?“

“(아래 위를 훑어보다가) 너희들 신참이지?“

“그런데요?“

“그럼 가서 허수아비(dummy)나 때려! 까불지말고!“


허수아비는 무도연습장에 매달려 있는 짚데기를 가리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시가 급했다. 


“모르면 관둬!“


다시 옆사람에게 물었다.


“응, 동굴... 여기서 북쪽으로 싫증이 날만큼 가면 있어.“


그렇다. 우리는 며칠을 걸었음에도 둥굴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가는 길에는 사람은커녕 짐승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의 등짝은 배에 철썩 붙었고 우리는 엄청나게 배고픈 상태였다(extremly hungry). 그러나 우리는 굴하지 않았고 끝내 동굴을 찾을 수 있었다!


동굴 입구에는 몇사람이 있었다. 우리는 맘좋게 생긴 로드(lord)를 쫓아가며 말했다.


“우리는 초보자들이에요. 제발 도와주세요!“

“흐음, 뭘 도와줄까?“

“당신이 가는대로 쫓아다니고 싶어요!“

“그거야 좋을대로 해.“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람의 뒤를 따라다녔다. 드디어 첫 번째 적을 만났다. 쥐인간(ratman)! 로드가 먼저 쥐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해서 우리들도 같이 공격을 가했다. 음... 그러나 우리의 타격에 쥐인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로드가 분투해서 쥐인간을 쓰러뜨렸다. 로드는 함심하게 우리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너희들, 허수아비도 안치고 왔지?“

“맞아요...“

“너희들 가지고 있는 무기도 연습용 무기(practice weapon)지?“

“그것도 맞아요...“

“으윽, 그런데 뭘 믿고 여길 왔냐?“

“......“


로드는 내게 칼을 하나 건네주었다. 바이킹의 검! 그래서 나는 검사(劍士)가 되기로 그때 마음먹었다. 로드는 sir kelt jr도 도와주고 싶었지만 더 가진게 없었다. 우리는 좀더 깊은 동굴로 들어가며 쥐와 뱀 따위를 잡았다. 그런데 이 동굴은 뒷날 알았지만 용들의 동굴(destard dungeon)로 불리는 곳이었다. 이곳에는 온통 용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나는 용 근처를 얼쩡거리다가 불시에 용의 습격을 받았다! 그리고 용의 불길 두방에 죽고 말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이곳은 디스파이즈 동굴 북동쪽에 있는 카오스 사당(shrine)이다. 이곳은 빨간 이름들고 살려주기 

         때문에 보다시피 잔인한 시체들이 널려있다. 베스퍼 동쪽에 있는 성스런 사당과는 영 딴판의 분위기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던 나는 즉시 부활을 했다. 덕분에 내 보잘 것 없는 능력은 더 깎이고 말았다. 이것이 냉혹한 브리타니아의 법칙이다. 로드가 우리를 보고 말했다.


“너희들은 도저히 안되겠다. 집으로 돌아가라.“


그러나 우리는 돌아갈 수 없었다. 창피해서가 아니었다. 우리는 길을 몰랐다...


“못돌아가... 우리를 트린식에 좀 데려다 줘요...“

“난 브리튼에서 왔어. 트린식이 어딨는지 몰라.“

“그럼 브리튼으로 데려다 줘요...“


이리하여 우리는 브리타니아의 수도인 브리튼으로 왔다. 이곳이 내 제2의 고향이다. 


2. 수련을 하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보고 허수이비를 치라고 권해줬지만 우리는 끝까지 허수아비는 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실전에서 기술을 익히고 싶었기 때문이다(솔직하게 말하자면 전화비가 아까와서였다...).


브리튼으로 온 우리는 무척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린식은 동굴이 너무나 멀었지만 이곳에는 가까운 곳에 디스파이즈 동굴(despise dungeon)이 있다. 불과 10여분만 걸으면 동굴에 갈 수 있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 동굴에서 보물 상자를 열어보고 있는 장면.


특히 브리튼 북쪽의 디스파이즈 동굴에는 보물상자들이 많이 있어서 돈벌이가 좋다.그리고 마법상점과 잡화상, 은행도 모두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이곳에서 sir kelt jr는 마법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각종 시약과 마법책을 사고 기초적인 마법 두루마기를 사자 우리가 가지고 있던 돈은 다 떨어지고 말았다. 수소문을 한 결과 돈벌이에는 재봉사가 최고라는 이야기여서 나는 재봉기술을 익혔다.


브런치 글 이미지 5

      ▲ 봉사인 Nymphet이 브리튼의 재봉점에서 양털로 실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동굴을 찾아 떠났다. 디스파이즈 동굴에서 우리는 주로 남들이 잡고 있는 몬스터를 함께 때려주는 일을 했다. 그럴때면 그들은 늘 이렇게 외쳤다.

“야, 내꺼야!“


그럼 우리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너 가져!“


이렇게 해서 우리의 능력은 서서히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의 앞길은 험난했다. 걸어서 동굴을 다녀야 했기 때문에 언제나 살인자들의 위협 속에 떨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굴에서 사냥을 하고 있는데, 한사람이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내게 말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6

       ▲ 머리 두 개 달린 에틴(ettin)이라는 괴물과 혈투를 벌이고 있다. 빨갛게 나오는 괴물은 Nymphet이

           공격하고 있다는 뜻이다.


“살인자들이 오고 있다! 도와줘!“

“살인자라고? 몇이나 되지?“

“모두 셋이다.“

“셋이라고? 그런데 뭐하고 있는거야! 뛰어!“


우리 둘은 무지하게 열심히 달아났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에 이제는 괜찮겠지 하고 슬금슬금 입구 쪽으로 다가갔다.


“밖에 살인자들이 있나?“

“응. 있어. 대통령들이야.“


대통령? 대통령이라니? 새로운 명성인가? 나는 sir kelt jr에게 망을 보고 오겠노라고 말하고 밖으로 나왔다. 입구에는 닉슨, 카터, 클린턴 등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이름을 살펴보는데 갑작스레 날라오는 파이어볼! 

화들짝 놀라서 동굴 밖으로 달려나갔다.

“도와줘!“

“응, 내가 도와주지!“

케네디가 내 말을 받더니 번개마법을 퍼붓는 것이 아닌가... 결국 나는 여기서 사망! 갖고 있던 물품을 모두 털린 것은 물론 목까지 베어가버렸다... sir kelt jr는 이것을 보고 동굴 속에 서너시간을 더 갇혀 있었다.

나는 복수의 칼날을 갈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그 흉악한 대통령들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3. 살인자와의 일전   


몇차례의 환골탈태를 통해 나는 어느정도 전사의 꼴을 갖추었다. 하지만 여전히 벌이는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나는 돈벌이를 시킬 요량으로 동생을 불러들였다. 동생의 이름은 Nymphet jr. 


동생 역시 허수아비 치기는 시키지 않았고 기초 훈련은 동굴에서 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홀로 담력도 기를겸 동굴로 떠나보냈다. 다행히 동굴에서 상냥한 레이디를 만나서 무구도 받고 능력도 어느정도 올렸다. 동굴을 나서자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서둘러 브리튼으로 돌아가려는데 나타난 빨간이름, Lord Sam. 어 이게 아닌데... 하는 순간 날라드는 파이어볼. 도망쳐야 헛거다. 동생은 말을 걸었다.


“이러지마! 나는 생 초보야!“


동생은 항마력(resist spell)을 선천적으로 높게 가지고 태어나 파이어볼 공격을 5방까지는 버틸 수가 있었다. 그러나 Lord Sam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웃기지마라! 나는 피에 굶주려 있다!“


브런치 글 이미지 7

      ▲ 디스파이즈 동굴에서 살인자에게 당하고 말았다. 죽으면 화면이 회색으로 변한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살인자가 아니라 Nymphet을 도와주기 위해 달려온 한국 유저들.


결국 동생은 무참히 살해당하고 말았다. 그것으로 동생의 짧은 인생은 끝났다. 나는 그 다음날 디스파이즈로 사냥을 나갔다가 바로 그 살인자를 만났다!


“오호, 잘만났다! 원수, 내 칼을 받아라!“


나는 속으로 외치며 다짜고짜 칼을 휘둘렀다. 그무렵 나는 브리타니아 최고의 검인 핼버드(halbard)를 가지고 다녔다. Lord Sam은 당황해서 피하려고 했지만 첫 타격이 주효해서 쉽사리 몸을 빼지 못했다. 나는 끈질기게 녀석을 쫓았다. 그러자 주위의 파란 이름들이 합세를 하기 시작했다.


“저거, 살인자인 모양인데!“

“잡자!“


동굴에서 괴물을 잡아봐야 돈이라고는 100골드가 최고이고, 무기도 한두개 정도 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살인자들은 마법 시약만도 100개 이상씩 가지고 다니고 무기나 무구도 최상의 것들로 갖추고 있다. 당연히 눈이 벌개서 덤벼들게 되는 것이다.


Lord Sam은 불리함을 깨닫고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달아나 결국 마법의 힘으로 사라졌다. 나는 혼자서 디스파이즈 동굴에 온 것을 후회했다. 이무렵 마법사의 고된 훈련을 하고 있던 sir kelt jr만 있었다면 Lord Sam을 잡았을텐데.

그 다음날 나는 디스파이즈 동굴에서 잠시 어제의 전투를 회상하고 있는데 돌연 강한 충격을 받고 비틀거렸다. Lord Sam이 매복을 하고 있다가 마법 공격을 퍼부었던 것이다. 나는 즉시 달아나서 리콜 마법으로 브리튼으로 돌아왔다. 은행으로 가서 전투복장을 다시 갖추고 sir kelt jr를 불러서 함께 디스파이즈로 떠났다. 이때는 마법으로 오고갈 수가 있었기 때문에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동굴에서 수소문할 필요도 없이 전투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자 Lord Sam이 싸우고 있었다. 나는 마법 반사(magic reflection)를 걸고 핼버드를 꺼내 든 다음 돌진을 했다. Lord Sam은 나를 보고 흠칫 놀라며 에너지 볼트를 날렸다. 그러나 마법 반사 덕분에 그 공격은 그대로 Lord Sam에게 되돌아가 막중한 피해를 입혔다. 


“후후, 네가 나의 핼버드 세방을 견딜 수 있을까?“


그런데 Lord Sam은 혼자가 아니었다! 동료가 있었던 것이다. Wanxio라는 동료 살인자는 sir kelt jr를 집중 공격해서 죽여버렸다. 이렇게 되자 우리 편으로 있는 사람들 중에는 마법사가 한명도 없게 되었다. 이런 낭패가...


더구나 이때 양심없는 한 파란이름이 sir kelt jr의 물건을 낼름낼름 훔치기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sir kelt jr는 흥분한 나머지 즉시 부활을 해버렸다. 순식간에 벌점을 받아서 마법력이 약해져 버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Wanxio를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고 그에 힘입은 우리가 돌진해서 그 살인자를 죽여버렸다. 다음 목표는 Lord Sam! 나는 Wanxio의 물건을 챙기는 것(looting)도 포기하고 Lord Sam을 쫓았다. Lord Sam은 도망치면서 외쳤다.


“헤이, 바보들! 날 잡아봐라!“


Lord Sam은 지능적으로 도망을 치고 있었다. 녀석은 괴물들이 많은 구역을 지그재그로 빠져나가고 있었고 우리들이 가까이 다가가면 괴물들은 우리를 공격했다. 우리의 추적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Lord Sam도 편안하지는 못했다. sir kelt jr가 끊임없이 파이어 볼로 공격을 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체력이 계속 저하되었던 것이다.


결국 Lord Sam의 최후가 다가왔다. 괴물들 사이 빠져나가기에 실패하고 괴물들이 Lord Sam을 공격하는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Lord Sam은 끝내 파란 이름의 전사 셋에게 둘러싸여 죽고 말았다. 물론 그 중 하나는 나, Nymphet이었다.


유령이 된 Lord Sam과 나는 잠깐 대화를 나누었다.“오늘 참 재미었어. 멋진 시합이었네.“

“흠, 나는 예전에 너한테 죽은 적이 있었다. 이것은 복수야.“


죽은 것은 내 동생이었지만 그렇게 세세한 것을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사실은 영어 실력이 짧다...).


브런치 글 이미지 8

      ▲ 동굴에서 금방 죽은 사람을 살려주었다. 자기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자고 말하고 있다.


4. 거처를 마련하고 시종을 거느리다   


sir kelt jr와 나는 천천히 돈을 모으고 있었다. 돈을 모으는 이유는 집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브리타니아 각처의 동굴을 떠돌며 괴물들을 잡고 영웅들과 사귀며 한푼 두푼 돈을 모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숱한 살인자들과 만났으며, 때로는 그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때로는 그들을 죽였다. 

드디어 집을 살만큼 돈이 모인 날, 나는 은행에 넣어둔 돈을 믿고 잡화상으로 가서 집을 한채 주문했다(잡화상에서 집을 사는게 브리타니아의 관례다. 따지지 말 것).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집값이 두배로 오른 것이다! 물가 폭등도 이런 물가 폭등이라니... 진작에 부동산 투기에 눈을 떴어야 하는건데...


결국 우리는 다시 허리가 휘도록 일을 해야했다. 그리고 끝내 집을 사고야 말았다(할렐루야!). 내가 구입한 집은 대장간이었다. 대장장이 기술은 나도 sir kelt jr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나는 이제 시종을 둘 야심찬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대장간을 마련한 것이다. 대장간에서는 무기를 수리할 수 있다. 또한 음식도 화로를 통해서 쉽게 익힐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집이 따뜻할 것이다(따뜻하면 좋은게 뭐 있냐고 묻지 말라. 괜히 해 본 이야기다).


브런치 글 이미지 9

        ▲ Nymphet와 sir kelt jr가 자신들의 집인 대장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집을 지으려고 여러군데를 돌아다녔다. 우리는 브리튼에서 정이 들어서 멀리 떠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브리튼 남쪽의 해변가에 좋은 자리를 발견하고 집을 지었다. 바다가 보이고 배들이 떠 다니는 백사장이다(완전히 별장이구만). 


다음에 시종들 셋을 선발했다. 대장장이 기술과 나무베기 기술을 가진 도끼맨. 가구만들기 기술과 활만들기 기술을 가진 폭탄맨(이름이 폭탄맨인 이유는 나중에 나온다). 아이템 감정과 음식만들기가 특기인 쿠킹맨이 그 셋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10

      ▲ “음, 냄새 죽이는데...“ 캠프를 차리고 고기를 굽는 중이다. 자기 전에 먹으면 살찌는데...


도끼맨은 나무를 베어가지고 와서 집에 쌓아둔다. 가끔 무기가 낡으면 수리를 하는 일도 한다.


쿠킹맨은 매직 아이템을 감정하고 분류해 놓는다. 그리고 늘 음식을 만들어서 쌓아둔다. 이제 다시는 굶주리지 않으리라! 참고로 말하지만 브리타니아에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몇가지 안된다. 대략 15가지 정도? 


폭탄맨은 집안에 필요한 가구들을 일단 만들었다. 그의 주된 임무는 폭탄상자를 만드는 것이다. 이 폭탄상자는 일종의 방어용 상자다. 폭탄 상자에 얽힌 이야기를 하자. 


5. 죽음의 상인   


죽음의 상인이란 본래는 암거래 무기상을 가리키는 말인데, 폭탄맨이 만들어낸 폭탄상자를 팔러 다니자니 나 자신이 그렇게 생각되기 시작했다. 

“끝내주는 폭탄 상자 사세요! 살인자 방어용!“


이 폭탄상자의 주목적은 내가 죽임을 당했을 때 살인자가 상자에 뭐 들었나하고 열어볼 때 죽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와서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불량해 보이는 빨간이름들이다.


마침 은행 앞에 도둑인 것 같은 빨간 이름 하나가 회색 로브를 걸치고 얼쩡거리고 있어서 경비병을 불렀더니 그냥 죽어버렸다.


앗! 그런데 원한에 찬 빨간 이름은 내 옆을 졸졸 따라다니며 내 일을 방해하는 것이다. 10여분을 나를 쫓아다녀서 나도 성질이 났다. 나는 조용히 폭탄상자를 하나 내려놓았다.


빨간 이름은 이게 웬 떡이냐며 얼른 집어 들었다. 잠시 후,


"쾅!"


녀석은 죽지는 않았지만 혼비백산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다가오더니 내게 묻는 것이다.


"잠긴 상자(lockable box) 만들 수 있니?"

“응? (잠긴 상자가 뭐야? 폭탄상자를 그렇게 부르나 보지?) 그래.“


무책임하게 그렇다고 답하자...


“내가 살게!“

“좋지! 한 개에 200냥씩이야!“


흥정이 성립되고 나는 집으로 뛰어가서 폭탄상자를 싸그리 가져왔다. 


“여깄어!“

“이거 잠긴 상자 맞아?“

“맞다니까.“


나는 조용한 장소로 가서 상자를 하나 건네주었다. 그런데...


“쾅!“

“으악!“


아니, 이 녀석이 미쳤나? 폭탄상자를 뭐하러 또 열어? 아무튼 유명을 달리했으니 내 돈은 챙겨야지. 나는 빨간 이름의 시체를 뒤적였다. 이럴수가... 빨간 이름은 돈은 한푼도 없이 달랑 열쇠만 하나 갖고 있었다. 처음부터 돈을 줄 생각이 없었던 것인데, 열쇠는 왜 가지고 있었을까?


흐, 그것은 내 실수였다. 빨간 이름은 자물쇠 따기(lock pick) 기술을 익힐려고 <잠긴 상자>를 찾았던 것이다. 물론 돈을 지불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겠지만... 부활하고 온 빨간 이름은 다시는 내 앞에서 까불지 못했다. 


6. 브리타니아 일주를 떠나다   


폭탄 상자 세일즈는 실패했다. 나와 sir kelt jr는 그동안 모아둔 돈을 가지고 브리타니아 일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우리는 방랑가이지, 장사꾼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알게된 것이다. 우리는 브리튼으로 오기 위해서 브리타니아 남부 지역은 다 돌아본 바 있었다. 브리타니아의 북부를 돌아보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브런치 글 이미지 11

      ▲ 경비병의 영역을 떠났다는 메시지가 좌측 하단에 나온다. 이제부터 조심해야 한다는 말씀.


자급자족을 위해서 낚시대를 준비하고, 요리사인 쿠킹맨이 만든 각종 요리를 챙기고, 우리는 씩씩하게 브리튼을 떠났다. 족히 한나절은 걸었을까? 도시가 하나 보였다.

브런치 글 이미지 12

      ▲ 강태공이 따로 있나? 강변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는데!“

“여기가 코브인가?“


우리는 들어가서 지나 다니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았다.


“여기가 어딥니까?“

“브리튼이오.“

“??!!“


으악! 우리는 브리튼의 만을 끼고 한바퀴 돌았던 것이다. 방향감각이 없는 우리 두사람이 무사히 브리타니아를 일주하고 브리튼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오직 신만이 아실 터이다. (계속)

브런치 글 이미지 13

      ▲ 브리튼 북쪽의 묘지. 이곳에는 가끔 괴물들도 출현하고 이벤트성 사건들도 벌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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