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아트스쿨 : 정우철 도슨트 강연 후기(2)

2강: 인상주의와 클로드 모네(순간을 영원으로 남긴 화가들)

by 멋진여름

설거지를 하던 손을 멈추고 멍하니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예사롭지 않은 날씨다.

이제 막 돋아난 연둣빛 잎사귀들이 햇살을 머금고, 시야는 끝없이 투명하다.

"정말 좋은 날이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날.

가끔 자연이 주는 경외감이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마주할 때면, 인간의 언어가 참으로 빈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벅찬 느낌을 담아내기에 내 표현은 더욱 빈약하다.

그 찰나의 감동을 화폭에 붙잡아두려 했던 한 화가의 이야기를 만났다.


오늘은 정우철 도슨트의 강연 <인상주의와 클로드 모네: 순간을 영원으로 남긴 화가들>을 들었다.

인상주의가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사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인기를 끌기 위해 인상주의 작품이 한 점도 없는 전시회조차 '인상주의에 맞선 화가들'이라는 제목을 붙인다"는 대목에선 웃음이 터졌다.

그만큼 인상주의는 미술사에서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다.

모네는 그 흐름의 중심에 있었다고 하셨다.

고전과 신화에 매몰되었던 이전 세대와 난해한 현대 미술 사이에서, 그는 '지금 우리 눈앞의 풍경'을 그렸다. 바닷가의 윤슬을 보며 자란 소년 모네는 이미 10대 때 캐리커처로 명성을 날릴 만큼 관찰력이 뛰어난 천재였다. 하지만 그를 실내 작업실에서 눈부신 야외로 끌어낸 건 스승 외젠 부댕이었다. "완성된 자연은 죽은 자연이다, 중요한 것은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다"라는 가르침은 모네 인생의 나침반이 되었다고 했다.


당시 화가들의 등용문이었던 '살롱전'의 규칙은 공식이 정해졌다고 할 만큼 보수적이었다고 한다.

고귀한 신화나 역사적 사건을 다뤄야 했고, 붓터치가 보이지 않게 매끄러워야 했으며, 모델은 실제보다 훨씬 아름답고 이상적인 비율로 그려져야 했다.

실재하지 않는 가공의 세계를 완벽하게 꾸며내는 것이 당시의 '예술'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모네의 그림엔 규칙 대신 그 자리를 '순간의 아름다움'이 채웠다.

인상파 화가들은 그때부터 검은색을 쓰지 않고, 튜브 물감을 들고 밖으로 나가 실제의 색을 탐구했다고 한다.

그의 그림 속 로맨스 또한 마음을 울렸다. 유명한 <양산을 쓴 여인>의 모델이자 첫 아내였던 카미유. 그

녀가 살아있을 때의 그림은 한없이 밝고 다정했다. 하지만 그녀가 병들자 그림을 팔기 위해 처절하게 매달렸던 모네의 고백과, 그녀의 죽음을 지켜보며 그린 마지막 초상을 접하니 슬픔과 다정함이 교차했다.

그림 뒤에 숨겨진 서사를 읽어낼 때, 그림은 조금 더 온전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모네가 인상주의를 완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영국의 거장 윌리엄 터너의 영향도 컸다.

67세의 나이에 눈보라를 관찰하려 돛대에 몸을 묶고 그린 '눈보라'처럼 터너의 집념이 그려낸 그림들은 모네에게 거대한 영감이 되었다. 영국 파운드화에 그려진 터너의 얼굴을 확인하러 꼭 환전을 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강연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증기기관차'와 '튜브 물감'이 인상주의를 탄생시켰다는 점이다.

마차보다 빠른 기차 덕분에 화가들은 빛의 변화를 따라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었고, 굳지 않는 튜브 물감 덕분에 야외 작업이 가능해졌다.

오르세 미술관이 기차역을 개조한 공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인상주의의 탄생 배경과 맞물려 있다는 지점에서 전율이 일었다.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모네는 붓을 놓지 않았다.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기 전에 모든 것을 그리고 싶다"던 그의 처절한 의지는 지베르니 정원의 <수련> 연작으로 탄생했다.

루브르의 오렌지 온실이었던 공간을 개조한 오랑주리 미술관.

인공조명 없이 천장의 자연광이 들어오게 설계된 그곳에서, 모네는 사람들이 수련에 푹 잠겨 일상의 피로와 긴장을 풀어내길 바랐다. 그의 그림은 단순한 예술품을 넘어 평화로운 명상을 위한 쉼터가 되어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예술가들의 삶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좀 멀다.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사고방식과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그들이 빚어낸 결과물은 가장 평범한 우리들의 마음을 가장 깊게 움직인다.

강연이 끝날 때쯤 소름이 돋았다.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즐거움, 그림 뒤의 서사가 주는 충격과 행복이 온몸을 채웠다.

5월로 예정된 파리 여행, 오르세와 오랑주리에 갈 생각을 하니 벌써 마음이 안달 난다.

역시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공부할 것투성이다.

그 설레는 공부를 멈추지 않으려 한다.


예전에 모네의 <생라자르 역>을 보았을 때, 내가 알던 그가 그리던 그림과 달라 참 생뚱맞다고 생각했었다.

오늘 그가 왜 굳이 이곳을 선택해 그렸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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