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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즈데이 시즌 2 전체 후기 및 감상평

불완전한 징검다리 같은 이야기

by 화소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 시즌 2는 시즌 1의 성공 덕분에 많은 기대를 안고 시작했다. 독특한 분위기와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블랙 코미디적인 감성이 어우러진 시즌 1은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시즌 2를 마친 지금, 솔직히 말해 만족감보다는 피로감과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다. 시즌을 이끄는 기본 틀은 여전히 흥미로웠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과 캐릭터들의 활용, 결말로 향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한계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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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의 피로한 빌드업

시즌 2 초반부는 지나치게 ‘미스터리’에 집착한다. 크고 작은 떡밥들을 의미심장하게 흩뿌리고, 계속해서 “이건 뭔가 있을 거야”라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문제는 그 과정이 시청자에게 재미보다는 피로감을 준다는 점이다. 한두 번은 흥미롭지만, 반복되다 보면 “알겠어, 뭔가 있겠지. 그런데 그래서 지금 당장 뭘 어쩌라는 거야?”라는 허탈감이 쌓인다.

결국 3화 이후에야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풀리면서 “아, 이래서 이런 식으로 빌드업을 했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지만, 이미 초반부에서 늘어진 호흡에 지쳐버린다. 빌드업 자체가 흥미롭거나 새로웠다면 달랐겠지만, 지나치게 ‘의도적인 장치’라는 티가 나서 긴장감이 아니라 지루함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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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앙카, 여전히 답답한 캐릭터

시즌 2에서도 비앙카는 쉽게 호감을 주지 못하는 캐릭터였다. 그녀는 늘 자기 방어적이고, 본인의 이익을 위해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제작진은 이를 ‘사이비 같은 집단에 소속된 엄마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소녀가장으로 버티는 아이’라는 서사로 정당화하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답답함이 더 크다.

위기 상황에서 그녀가 보여준 선택은 너무 수동적이었다. 가족 전체가 위험에 빠지고 있는데도, 그저 엄마와 본인만 살겠다는 이유로 순순히 굴복한다. 최소한 간접적으로라도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는 시도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특히 웬즈데이의 기억을 지우는 장면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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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즈데이 가족들의 불편한 서사

이번 시즌에서 가장 의아했던 지점 중 하나는 웬즈데이 가족들의 태도였다. 모티시아와 고메즈는 살인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너무 깊게 얽혀 있다. 물론 그들의 행동이 언제나 ‘의지가 아니라 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식으로 포장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설득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런 부모가 왜 자녀들을 네버모어에 보냈을까? 이는 호그와트의 학부모들이 사고가 끊이지 않음에도 아이들을 계속 보내는 상황과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호그와트는 기본적으로 ‘안전한 곳’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반면 웬즈데이의 부모는 스스로 벌인 사건들로 문제를 일으키고, 그것을 낭만적으로 미화하며 자녀들을 그 속으로 밀어 넣는다. 이 부분은 아무리 봐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퍽슬리. 그는 이번 시즌 내내 답답함을 안겼다. ‘내 친구야, 내가 조종할 수 있어’라는 이유로 위험한 좀비 같은 존재를 아무렇지도 않게 곁에 두는 모습은 무모하다 못해 무책임해 보였다. 일반인들이 무참히 희생되는 장면이 반복되는 것도 불편했는데, 그 안에 퍽슬리가 얽히니 피로감이 배가됐다. 결과적으로 퍽슬리는 매력적이기보다 오히려 짐처럼 느껴지는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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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사진은 그냥 자료 찾다가 귀여워서...... 교장 선생님 그냥 영혼의 지도자인지 뭔지 영원히 해주세요 퇴장 마시고

결론: 징검다리 같은 시즌

결국 시즌 2는 하나의 완결성을 지니지 못했다. 시즌 1은 독립적인 이야기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줬지만, 시즌 2는 전반부는 후반부를 위해, 후반부는 다시 시즌 3을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흔히 외국 드라마에서 장기 플랜을 잡고 서사를 늘려가는 것은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각 시즌은 최소한 자기 완결성을 갖춰야 한다. 이 부분에서 시즌 2는 뚜렷하게 아쉬움이 남는다.

이니드의 운명 역시 애매하게 끝났다. 영영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걸까? 타일러와 웬즈데이는 철저한 적인지, 아니면 애증이 섞인 관계인지도 불명확하다. 갑자기 죽은 줄 알았던 웬즈데이 이모가 외할머니 집 지하에서 살아 있다는 반전은, ‘또 시즌 3을 봐야 알 수 있다’는 강요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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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강렬했던 한 장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을 수 없는 내용이 있었다. 바로 웬즈데이와 이니드의 몸이 바뀌어 서로를 연기하는 에피소드다. 이 장면은 연기를 잘하는 듯 못하는 듯 묘한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섬뜩했다. 정말 말 그대로 계속 다른 것들과 멀티 태스킹을 하며 보다가 얼어버린 채로 충격에 빠져서 가만히 시청한 장면이 있는데, 웬즈데이가 갑자기 붐바야 음악에 맞춰 춤추며 화장을 하는 모습은...... 처음에는 이니드가 죽어서 웬즈데이와 합체한 걸까, 아니면 영혼을 반씩 나눠 가진 걸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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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 다 좋은데 흐름은 깸...... 연기를 못해서가 절대 아니라 드라마가 너무 의식적으로 바이럴을 생각하는 거 같아서......

마무리

웬즈데이 시즌 2는 흥미로운 요소들을 곳곳에 심어두었지만, 그 자체로는 만족스러운 완결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초반부의 지루한 빌드업, 답답한 캐릭터 활용, 설득력 부족한 가족 서사까지 여러 아쉬움이 겹쳤다. 그러나 동시에 몇몇 장면은 뚜렷하게 각인되며 “그래도 다음 시즌은 어떨까?”라는 궁금증을 남겼다.

결국 이번 시즌은 그 자체로 즐겁기보다는, 다음 시즌을 위한 다리 같은 존재였다. 팬들에게는 여전히 기다릴 이유를 주지만, 시즌 1이 준 충격과 만족감을 다시 느끼기에는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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