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엄마'들의 지상낙원이라는 그곳

오스카의 공간 이야기

by 오스카의 퇴근학교

그 흔한 역세권도 아닌, 대충 보면 신축된 주상복합 같은 '그곳'이 뜨겁다. 들러간 사람들의 입소문과 입점된 브랜드들의 자체 홍보 활동으로 점차 방문자가 많아지고 있고, 대기업과 개인 브랜드의 이벤트가 벌어지기 시작한 '그곳'은 엘리웨이 광교다.


엘리웨이 광교가 외부인들에게 관심받기 시작했던 것은 이전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던 '아브뉴프랑'이나 최근 을지로와 성수동에 들어선 '아크앤북'과 유사해 보이나, 방문 후 방문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사뭇 다른 결과를 보인다. 결과적으로 '엘리웨이 광교'라는 공간 경험은 단순한 '핫플레이스'를 넘어, 방문자에 인상적인 경험을 남겨주고자 한 노력이 곳곳에 엿보인다. 엘리웨이 광교는 '요즘 젊은 엄마'들의 만족도를 넘어 다양한 세대의 외부 유입을 이끄는 것은 분명하다.

엘리웨이 광교는 기본적으로 아웃도어 구조를 갖고 있는 동네 문화 골목을 지향한다

싸늘하고 음산한 바람이 부는 12월의 한 주말. 엘리웨이 광교에서 아침을 맞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입주민 들일 수도 있지만, 상가 주차장이 만원인 것을 보면 외부인임을 직감한다. 젊은 커플들부터 서너 명씩 짝지어 다니는 중년 어머니들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엘리웨이 광교를 거닐고 있었다.


목적별 공간 세분화가 잘(?) 돼있는 것으로 보이는 엘리웨이 광교


엘리웨이 광교는 메인 광장을 상징하는 헬로그라운드, 라이프스타일 샵과 생활용품점, 카페들이 다수 입점해 있는 어라운드 라이프, 아이들을 위한 앨리키즈, 그리고 맛집을 다채롭게 선보이는 마슬 마켓까지 크게 4가지 공간으로 나뉜다.


상업시설은 1층부터 3층까지 분포돼 있고, 각 공간에 따라 규칙적으로, 또는 약간 불규칙적으로 배치돼 있다. 가장 인지도가 높고 호응도가 좋다고 알려진 마슬 마켓만 24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고,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다소 정체성이 모호한 어라운드 라이프 공간에는 31개 브랜드가 들어선 상태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감상한다면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의 개성을 가지고 수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연출된 곳이 바로 이 엘리웨이 광교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좋은데, 그냥 많은 브랜드를 구경할 수 있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이곳의 경험은 조금 특별하다. 어떤 차별점이 있는 걸까?


공간 경험의 경계를 허문
밀도와 식물원

엘리웨이 광교의 특징 중 하나는 애초에 이 장소의 개발 주체였던 네오밸류라는 회사가 입점한 대부분의 브랜드를 직영으로 관리하고 운영한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상가 분양부터 관리까지 하도급 업체 혹은 파트너사와 협업하던 구조와는 다르다. 직영 관리는 언제나 공실과 미분양, 수익성 하락에 대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데, 어쩌면 그런 사업 구조 때문에 각각의 브랜드가 노잼인 상황이 벌어지진 않는다.

헬로그라운드 한편에 플래그십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식물원X밀도 사이트

베이커리를 좋아하면 모두 알만한 브랜드 '밀도'는 이 네오밸류가 인수한 브랜드 중 하나다. 엘리웨이 광교의 '밀도'는 베이커리 그 자체에 머물지 않고, 공간 경험의 경계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편집샵 '식물원'과 함께 '따로 또 가치'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1층 입구 플라워샵과 밀도부터 2층 편집샵까지 이어지는 공간 경험


이 곳에서 밀도와 편집샵, 플라워샵은 각기 다른 브랜드로 다가오지 않는다. 마치 주말 오전 빵 한 조각에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하는 요즘 세대들이 기분에 따라 꽃 한 송이를 살 수도, 편집샵에 올라가 필요했던 물건은 없는지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동선을 갖고 있다. 1층에서 픽업한 커피를 들고, 2층과 3층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의 지갑을 능동적으로 열게 하는 탁월한 공간 기획력에서 나온 것 같다.


대화와 쇼핑은 대척점에 있는 듯 하지만 이 곳에서는 가능하다

엘리웨이 광교는 이런 식으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공간 경험을 여기저기서 제공하고 있는데, 마슬 마켓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흔한 맛집 거리 말고,
이 곳만의 이야기가 담긴 맛집 거리

엘리웨이 광교의 마슬 마켓은 동네 거리 문화를 지향하는 콘셉트를 갖고 있다

내 기억으로 맛집 컨셉의 다변화는 잠실 롯데타워와 신세계 파미에스테이션 등 대기업 식당가가 주도해 왔던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제는 말랑말랑한 사고를 지닌 디벨로퍼가 이런 사업을 전개하니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다. 이곳의 맛집 거리가 기존 대기업이 구성한 맛집 거리보다 매력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맛집을 '그냥' 데려오지 않고 콘셉트에 적절하게 '현지화(?)'를 시킨 것, 또 다른 하나는 동선과 브랜드에 '스토리'를 담았다는 것이다. 내가 느낀 마슬 마켓은 한 끼를 해결하려고 방문한 곳이 아닌, 내 시간을 '누린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었다.

밥을 먹고 오는 길까지도 경험을 심어둔 것 같은 마슬 마켓

마슬 마켓은 엘리웨이 광교가 추구하는 컨셉처럼 무조건 맛있다고 입점시킨 맛집들이 아닌, 각 공간마다 맡은 역할이 있는 것 같은 브랜드들을 만날 수 있다. 내가 먹을 식사가 무엇이든, 그 식사를 맞이하러 가는 동선부터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동선까지 방문자에게 어떤 '생태계'를 느끼게 한다. 상당히 독특한 경험이다.


마슬 마켓의 콘셉트가 가장 잘 느껴지는 동네 정미소

맛집들이 가장 많기는 하지만, 오히려 마슬 마켓의 안마당은 쌀집이 차지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쌀가게라니? 하지만 이곳의 동네 문화 컨셉을 고려해 볼 때, 상당히 상징적인 브랜드로 느껴진다. 이곳에서 먹은 맛있는 밥 한 끼보다 더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입점한 맛집들은 각자의 개성과 엘리웨이 광교의 컨셉을 잘 조율한 모습들이다

맛있는 음식보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동네에서 오가는 주민들 뿐만 아니라 외부인도 경계 없이 만날 수 있는 신기한 효과를 경험할 수 있을 정도로, 이곳은 심적으로 상당히 오픈시키는 공간의 힘을 보여준다. 그 어떤 브랜드도, 자신의 브랜드 개성만을 고집하는 느낌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조화롭다. 딱 동네 같다.


뜬금없지만 이색적이고 특별한 서비스,
엘리웨이 컨시어지 서비스

주상복합에 고객서비스라운지라니, 그런데 다 이유가 있긴 하다


대기업 쇼핑센터나 럭셔리 호텔에서만 볼 수 있는 엘리웨이 광교의 컨시어지 서비스 창구는 사뭇 어색하다. 여러 공간적인 고민과 함께 사실 이 컨시어지 서비스 또한 엘리웨이 광교가 지향하는 모습을 보인다.


컨시어지 서비스는 단지 입주민만을 위한 프라이빗 서비스가 아니다

이곳의 컨시어지 서비스 내용을 잘 보면, 입주민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 아웃렛과 같은 외부 방문자를 향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네오밸류는 애초에 엘리웨이 광교를 광교호수공원을 좋아하는 100-200만 명의 지역 주민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음을 뜻한다. 단순 상권이 아닌, 고급 공간 경험을 제공하며 전국 각 지역에서 방문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모습이 컨시어지 서비스에서 느껴진다. 구색만 갖춘 곳이 아닌 실효성 있는 운영을 위한 장소라는 인상을 받는다.


완벽한 공간 경험을 위한다면
이것만 하나...

세세하게 보자면 엘리웨이 광교는 브랜드마다 개성과 이곳의 스토리를 담은 듯한 느낌에 흥미로웠다. 다만, 앞으로 입점 브랜드가 더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딱 하나 개선점이 느껴지긴 했다.



개인적으로 엘리웨이 광교는 두 번째 방문이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은 공간 자체의 개성도 강하고 다채롭다 보니, 머릿속으로 동선을 그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문자 입장에서 동선에 대해 상상력을 부여해 줄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직 개선되지 않은 모습이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기대했던 키오스크는 단순 포스터 홍보 공지에 그쳐 버렸고, 그나마 가끔 볼 수 있는 키오스크들도 꺼져 있는 상태. 공간의 개성이 강한만큼 방문자 입장에서 방문 목적지를 쉽게 알려줄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코엑스가 리뉴얼되고 나서 아직 주민들도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은데, 개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콘셉트가 강하다 보니, 편의성을 해친 안내판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마슬 마켓의 안내지도 또한 개인적으로 아쉽다. 동네 문화 공간이라는 컨셉에 위 안내판은 상당히 신선하지만, 방문자의 정보 처리 과정에 있어 3단계로 인지해야 한다는 점은 아쉽게도 상당히 피곤하다. 이 부분도 위 키오스크와 같이 동네 문화를 표방하지만 적당히 디지털화하는 건 어떨까 아쉬웠다.


상당히 많은 브랜드가 유기적으로 상존하고 있는 엘리웨이 광교지만, 시너지를 내기 위해 방문자의 편의성을 다소 제고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주차장에서 각 게이트로 연결되는 곳이 어느 방향으로 나가는지 알 수 없었던 것도 불편 사항 중에 하나였다. 그것만 획기적으로 개선되면 참 인상적인 공간임에는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여기 살면 좋긴 하겠다는 생각은 든다



여기저기 살펴보면 아직 엘리웨이 광교는 입주가 필요한 공간들이 많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입점하면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지금도 사실 크게 부족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지만, 공간 탐색에 대한 편의성만 추가된다면 이만한 프리미엄 공간 경험이 가능한 곳이 몇 곳이나 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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