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의 부동산 뉴스픽
국토부, 과열지역 선별적용 준비… 이르면 이달 입법예고 10월 시행
'로또 청약' 차단 위해 3~4년 전매제한 기간 5~7년으로 늘어날수도
정부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서울 등 일부 과열 지역만 대상으로 한 규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년여간 13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고도 서울 집값이 안 잡히자, 과거 실패했던 정책을 꺼내 들면서 또다시 강남 재건축을 '과열의 진앙(震央)'으로 지목한 것이다.
31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 초안을 만들고 관계 부처 및 정치권과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 이르면 8월 중 개정안을 확정해 입법 예고하고, 계획대로 진행되면 10월 중 시행이 가능하다. 개정안에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최근 3개월간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해야 한다는 요건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1.5배'로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다.
또 이 같은 분양가 상한제는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과열 지역에 한정해 적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몰려 있는 지역처럼 과열 우려가 있는 곳에 선별적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고, 과열이 해소되면 즉각 규제를 풀 수 있도록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서울, 과천 등 수도권 일부와 대·대·광(대구·대전·광주) 등 지방 대도시를 겨냥한 정책이다. 전국적으로 이들 외에는 최근 청약 경쟁률이나 집값 상승률이 '과열'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높은 곳이 없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분양을 준비 중인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재건축 단지들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 래미안 라클래시(상아2차),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반포경남), 둔촌주공, 잠실진주 등이 해당한다. 관리처분 인가를 마친 이들 아파트는 상한제 대상이 아니지만 정부는 포함시킨다는 입장이다. 상한제가 적용되면 토지 감정평가액과 기본 건축비를 토대로 분양가가 산정된다. 주변 시세가 비싸다고 분양가를 올릴 수 없다.
정책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분양가가 낮아지면 재건축 조합들이 사업을 늦추거나 철회하면서 주택 공급이 끊기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이미 철거를 시작한 아파트 조합은 정부의 강압적인 정책에 반발하며 소송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도입됐지만 집값 안정 효과는 없고 '로또'만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2015년 사실상 폐지됐다. 2008년 서울 집값은 9.56% 급등했다. 당시 주택 정책에 관여했던 전직 관료 A씨는 "과거에 관료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많았지만 시민단체 요구로 분양가 상한제가 강행됐다"며 "시행 첫해 집값이 급등했고 이후 금융 위기로 경기가 침체되자 활성화 차원에서 폐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로또 청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 아파트는 3~4년간 전매(轉賣)가 제한되는데, 이 기간이 5~7년으로 늘어날 수 있다. 국민주택채권을 많이 구입하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분양권을 주는 '채권입찰제'도 거론된다. 시세 차익 일부를 환수하는 효과가 있다지만 당장 도입될 가능성은 작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입찰제는 분양받는 사람의 이익을 정부가 가져가는 제도여서 총선을 앞둔 시점에 정부나 여당이 시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snoop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