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가 고(告)함
로렌초는 피렌체에서 50킬로미터쯤 떨어진 산 미니아토에 도착하자 피렌체 정부 앞으로 한 통의 편지를 보낸다. 그리고 그대로 아르노 강을 따라 서쪽으로 내려가 리보르노 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폴리의 갤리선에 올라탄다. 주적(主敵)인 교황의 눈길을 피해 밟아가는 길이라서 육로를 거치기는 힘들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렇다고 해서 여전히 적국인 나폴리의 배에 올라타는 것도 안전한 일은 아니었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운명을 걸고 나폴리와의 화해에 매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보낸 편지는 그를 태운 배가 리보르노 항을 떠날 때쯤 피렌체 정청(政廳)에 도착하여 정부 관계자들 앞에서 낭독된다. 나는 이 편지의 내용을 그대로 전하려 한다. 편지를 통해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내 필력으로는 한 자도 더하거나 뺄 수 없기 때문이다. 잘 들어보라.
"나는 내가 취한 행동이 피렌체에 평화를 회복시키기 위한 오직 하나밖에 남지 않은 수단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만일 나폴리 왕이 우리 피렌체의 자유에 무관심하지 않다면, 되도록 빨리 본인으로 하여금 그것을 깨닫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목적이 많은 사람들의 손실이 아니라 한 개인의 손실로 실현된다면 할 말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개인이 내가 되는 것은 다음 두 가지 이유로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할 수 있는 데에 나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첫째, 나야말로 적으로부터 비난이 집중된 당사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적의 한 사람인 나폴리 왕의 진의를 표현하는 역할에 적합하다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적이 내 개인의 손실만을 요구한다면, 내가 직접 나타남으로써 일이 즉각 해결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나만큼 이 나라에서 높은 명예와 따뜻한 호의를 누린 사람이 없는 이상, 나라를 위해 힘을 다할 의무가 다른 사람 이상으로 있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이유를 가슴에 안고 나는 떠납니다. 신도 아우와 나의 피로 시작된 이 싸움이, 나의 손으로 끝이 나기를 바라실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나는 다만 생 아니면 죽음을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내 개인에게 행이 되든 불행이 되든, 그것이 나의 조국에는 언제나 행운이 되기를 나는 빌고 있습니다."
(제가 이탈리아어를 번역할 줄 몰라서 시오노 나나미의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의 내용을 인용합니다.)
얼마나 심금을 울리는 연설인가? 때로는 그의 용기가 사자후(獅子吼)처럼 쩌렁쩌렁 울리고, 때로는 피렌체에 대한 절절한 사랑이 피를 토하듯 묻어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로렌초가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고 가문을 보존하기 위한 이기적인 일을 하면서 그 명분을 아름답게 지어낸 것뿐이라고. 그는 결코 피렌체의 자유를 위해 개인의 손실을 겪으려 하였던 것이 아니라고.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며 다른 이를 시기만 하려는 울보들에게는 사람들의 진심이 들리지 않는 법이다.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그가 정말 그의 일신(一身)과 가문을 위하였다면 오히려 그런 결심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호랑이의 벌어진 아가리로 몸을 밀어 넣어서는 안 되었다는 말이다. 변덕이 심한 나폴리 국왕에게 소중한 생명을 맡기는 모험을 하는 것은 바보짓이었다. 메디치가에 남아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할 사람은 이제 그 밖에 남지 않았다. 따라서 그의 가문을 지키기 위하였더라면 재산을 정리하여 다른 도시로 몸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하지만 그는 결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혈혈단신,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장도(長途)를 떠난 것이다. 그것도 다른 이들의 만류를 피하려 몰래 길을 나서면서 말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