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소설] 미켈란젤로의 고백-최종회

르네상스로의 초대

by 파란 벽돌

“사랑하는 미켈란젤로, 나는 지금 이탈리아를 떠나 프랑스 클루 성에 있네. 프랑수아 폐하의 품속에서 죽어가고 있지. 자네가 이 편지를 볼 때쯤이면 나는 주님의 곁으로 돌아가 있을 것이네. 나는 가족도 없고, 친척도 없네. 죽더라도 여한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더군. 자네에게 나의 마지막 부탁을 꼭 전하고 싶었네.

위대한 화가 미켈란젤로여,

제발 피렌체로 돌아가 팔라쵸의 벽화를 완성해주게. 나를 뛰어넘는 최고의 화가로 남아주게. 살아서는 기회가 없었지만 하늘에서라도 자네의 완성된 그림을 감상하고 싶네.

자네의 친구,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앵그르가 그린 레오나르도의 죽음. 다 빈치는 프랑스 르네상스를 이끌며 그를 존경하고 아껴주었던 프랑수아 1세의 품에서 죽었다는 설도 있었습니다. 모나리자가 프랑스에 남은 이유예요

미켈란젤로는 이제 소리 내어 울었다. 레오나르도의 진심을 안 기쁨에 흘리는 눈물도 있었지만, 레오나르도가 진실을 모른 채 세상을 떠나게 했다는 자책감의 눈물도 섞여 있었다. 그는 회색빛 하늘을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오, 나의 아버지, 레오나르도여.

당신을 향했던 나의 분노가 그깟 다비드상이 어디 놓여야 했는지 때문인 줄 아십니까? 그 분노의 어머니는 당신에 대한 시기와 질투였습니다. 지난날 나는 밀라노에 들러 당신이 막 완성하고 떠난 ‘최후의 만찬’을 보았습니다. 오, 주여. 그때의 감동을 무엇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날 나는 온종일 예수님과 열두 제자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조각과 함께 회화도 나를 당할 자가 없다고 자부하던 시절이었소. 하지만 나는 그때 넘어설 수 없는 벽을 보았습니다. 차라리 그 울음이 나에 대한 절망 때문이었다면 좋겠소. 나는 당신의 작품에 온몸이 떨려오고 예수님의 목소리가, 열두 제자의 손길이 느껴져 운 것이었습니다. 내가 그때까지 만들었던 어떤 조각도, 그려냈던 어떤 회화도 그런 감동을 느끼게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것이 너무도 분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본 적 없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란 화가를 미워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율리우스 2세가 시스티나 천장화를 의뢰했을 때, 나는 여러 날을 고민하여 원치도 않는 그의 부탁을 어렵게 승낙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이지 아십니까? 한낱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나의 무릎을 꿇게 만들고, 내 눈에 눈물을 터뜨리게 했던 당신의 선과 당신의 색을 따라 해 보려는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오, 하느님, 그리고 나는 ‘천지창조’(시스티나 천장화)를 통해 그것이 내 손으로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천장화는 미켈란젤로의 선과 색이 아닙니다. 레오나르도가 미켈란젤로를 통해 자신의 그림을 그린 것입니다. 당신이 아무리 겸손하려 해도 당신은 신이 내려주신 최고의 화가였습니다. 내가 다시 팔라쵸에 서서 벽화를 완성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미켈란젤로의 또 하나의 ‘다비드’가 될 수 없습니다. 레오나르도의 또 다른 ‘최후의 만찬’이 될 것입니다. 당신은 당신이 보아야 할 세계 최고의 작품을 이미 당신의 손으로 그리고, 마주 하고 떠난 것입니다.

오, 주여, 제발 그의 영혼을 영광스러운 곳으로 거두어 주시옵소서.”

미켈란젤로가 다 빈치의 화풍을 따라 천지창조를 그렸다는 것은 제가 소설의 재미를 위해 꾸며낸 것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미켈란젤로의 분신과도 같던 활 모양 끌이 편지와 함께 손에서 미끄러져 땅에 떨어졌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그가 그 앞에 무너져 내렸다. 붉은 석양이 일어설 줄 모르고 들썩이는 그의 등을 따뜻이 감싸고 있었다.

미켈란젤로는 피렌체로 다시 돌아가지 않았으며 팔라쵸의 벽화들은 끝내 완성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레오나르도도, 미켈란젤로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함께 그린 불멸의 걸작은 이미 완성되어 아직까지도 이탈리아, 아니 전 세계 시민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는 것을.

(끝)


* 그동안 ‘미켈란젤로의 고백’을 재미있게 읽어 주시고 또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팩트폭행이지만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의 극적인 화해는 제 상상력의 산물이며 역사적 근거가 없습니다.ㅠㅠ 물론 저뿐만 아니라 여러분들도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을 드러냈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하셨겠지만 말이죠.

미켈란젤로를 울렸던(?) '최후의 만찬' 벽화의 비밀이 궁금하신 분들은 제 이전 소설 '유다를 찾아서'를 읽으시면 재미있을 거예요. 물론 그것도 허구가 섞여있긴 하지만요.^^


* 이제 제가 써놓았던 글들이 다 떨어져 가요. 다음에는 여러분들이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 약간 무거운 소설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재미없겠지만 꾸준한 구독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