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로의 초대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피렌체에 오기 전에 밀라노에서 나의 ‘다비드 상’이라고 할 만한 ‘최후의 만찬’을 그렸네. 내 인생을 건 작품이었네. 나는 예수님과 열두 제자를 그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없는 밤을 설쳤네. 밑그림이 완성된 후 나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네. 혼신의 힘을 다한 그림을 조금 더 선명하게 남기고 싶었네. 회칠에 스며드는 프레스코의 색상은 회 성분 안으로 번지게 되어있네. 멀리서 보면 구별이 안 되겠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선명한 선이 아닐세. 나는 그것을 용서할 수 없었네. 조금 더 명확한 색의 조합을 위해 나는 경계선이 더 뚜렷하게 그려지는 오일 템페라 기법을 사용하기로 했네. 그렇네, 달걀을 고착제로 쓰는 템페라에 기름을 섞어서 더욱 강렬한 색감을 주기 위한 방법이었네. 그때까지, 아니 지금까지도 나말고는 시도해 본 사람이 없는 방법이었네. 나는 칼로 가르는 듯한 선으로, 눈이 시릴만한 채색으로 나의 작품을 이탈리아 시민들의 앞에 펼쳐놓고 싶었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실수였네. 나는 식당 건물에서 피어오르는 습기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몰랐네. 색에 대한 무모한 욕심이 그림의 수명을 갉아먹기 시작했네. 그림이 완성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벽에 고이던 물방울은 그림의 내부로 파고들었네, 그 물기는 벽을 들뜨게 해 물감을 통째로 떨어져 나오게 만들었네. 나는 그림을 마치고 2년 후 밀라노에 다시 들른 적이 있었네. 그곳에서 나의 ‘최후의 만찬’이 조각조각 분리되어 사라져 가는 것을 목격했네. 너무 광범위하고 급격하게 진행되어서 막을 염두조차 나지 않았네. 내 살점이 잘려나가는 듯, 내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 나에게는 아프고 괴로운 경험이었네. 자식 같은 작품을 빨리 떠나보내는 고통을 겪는 것은 나 하나로 족하다고 생각했네. 그래서 나는 다비드가 똑같은 운명을 겪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였네. 내 사랑하고 존경하는 후배가 나와 똑같은 비극을 겪지 않았으면 했네. 그래서 처음엔 다비드를 실내에 배치하자고 주장했네. 하지만 시의회는 야외에 설치하기를 바랐고, 차선책으로 로기아를 제안했던 것일세.”
미켈란젤로는 잠시 편지를 접었다.
'오, 레오나르도여, 그대의 사려는 얼마나 깊은 것인가요? 왜, 하느님은 나로 하여금 이렇게 인자한 당신에게 그리 경솔한 짓을 하게 하셨던 걸까요?'
떨리는 손으로 다시 편지를 펼쳤다.
“친애하는 미켈란젤로,
나는 자네의 오해를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진실을 말하지 않았네. 자네가 나에게 가지는 분노, 거장의 명성에 대한 욕망이 자네의 팔라쵸 벽화로 녹아들어 더욱 빛나는 명작이 탄생하기를 기도했네. 자네는 경쟁심이 있어야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일세. 피에타도, 다비드도 이전에 시도한 조각가들이 없었다면, 그들이 그려놓은 또다른 밑그림이 없었다면 자네는 이미 최고라는 자만심에 젖어 노력을 게을리했을 것이네. 그래서 나는 자네가 그려낼 ‘또 하나의 다비드’의 산파가 되기로 결심했네. 나를 능가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유일한 사람인 자네가 나를 발판 삼아 이탈리아 역사에 길이 남을 명화를 조각해 주기를 염원하고 있었던 걸세. 나는 내 그림을 그리면서도 자네의 밑그림을 눈여겨보았네. 나는 더 이상 시기하지 않았네. 오히려 기뻐했네. 분명히 나의 그림을 뛰어넘을 명작이 될 것으로 보였네. 자네를 더욱 재촉하기 위해서 나도 나태할 수가 없었네. 나의 작품이 훌륭할수록 자네는 그 이상의 명작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했네. 그래서 이전의 나와는 다르게 ‘카시나 전투’의 작업 속도에 약간 앞서 ‘안기아리 전투’를 그려 나갔던 것일세. 쉬지 않고 매일같이 나의 벽화에 매달려 자네를 분발시키고자 했던 것일세.
그러던 어느 날 자네가 떠나버렸네. 실망하기는 했지만 나는 자네가 곧 돌아올 것으로 생각했네. 하지만 시스티나 천장화를 새로이 시작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나는 절망에 빠져버렸네. 자네가 함께 그리지 않는 팔라쵸 벽화는 이미 의미가 없는 것이네. 자네의 작품 앞에 마주 보고 설 그림이 아니라면 내 ‘안기아리 전투’도 존재 가치가 없는 것이었네. 나는 점점 벽화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네. 밀라노에서 호출이 왔을 때, 차라리 기쁜 마음으로 나의 고향을 등졌네. 만약 몇 년 후라도 자네가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도 그때 피렌체로 돌아와, 다시 한번 살아있는 그림으로 경쟁해 볼 생각이었네”
눈물이 떨어져 편지의 잉크를 퍼뜨렸다. 미켈란젤로는 더 이상 편지를 읽기 어려웠다.
“오, 주여, 이 미련한 미켈란젤로를 용서해주소서.”
(계속)
* 레오나르도가 세상을 떠나기 전 미켈란젤로에게 전한 유언에서 그동안 그가 미켈란젤로를 얼마나 끔찍이 아끼고 있었는지가 드러났군요.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는 천재성을 가진 후배에 대한 애정과 존경, 동기 부여를 감추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미켈란젤로는 다 빈치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그가 그렇게 레오나르도를 미워했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