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할 것은 동시이행관계라는 것이 '의무자들 사이에 정확한 어느 순간 서로 동시에 이행을 해야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책을 구입할 때 정확히 한순간에 책을 넘겨 받고 책값을 결제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먼저 책값을 결제해도 괜찮고, 서점이 조금이라도 먼저 책을 넘겨주어도 괜찮습니다.
동시이행관계는 '상대방이 이행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행하지 않아도 아직까지 계약위반이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서점이 나에게 책을 넘겨주지 않은 상태라면 내가 책값을 결제하지 않아도 내가 계약위반인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동시이행관계는 서점이 내게 책값을 지급하지 않았으니 "계약위반입니다. 계약위반에 대해 책임지세요!"라고 주장할 때, 내가 서점에게 "서점이 아직 책을 넘겨주지 않은 상태이니 책값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계약위반은 아닙니다!"라고 주장(항변)할 때 쓰입니다.

그렇게 동시이행관계을 지적하면서 상대방에게 계약위반이 아니라고 하는 주장을 '동시이행항변'이라고 부릅니다. 계약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때 유용하게 쓰일 때가 많습니다.
서로의 의무를 동시이행관계로 할지 말지는
일단 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가 정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정하지 않으면, 서로 의무을 이행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어 소송이 되었을 때 법원이 일일히 정해 줍니다. 법원은 서로에 대한 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공평하게 이행하는 방법이라고 보면 동시이행관계라고 판단해 줍니다.
우리가 누군가와 계약을 체결하면 대체로 내가 해야할 의무와 상대방이 해야할 의무가 생깁니다.
이때 내가 의무를 이행했더라도 상대방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 속담에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의무를 이행한 후라면 상대방이 굳이 성실히 의무를 이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화장실 나올 때이거든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법원이 동시이행관계를 선언해 줄 수도 있겠지만 모든 문제를 법원에 가져갈 수는 없습니다. 그건 최후의 수단이에요.
이때는 서로의 의무를 각각 단계로 나누어야 합니다.
그래서 부동산 거래를 할 때 계약금, 중도금, 잔금 이렇게 나누거나 일을 시킬 때 착수금과 성공보수 이렇게 나누기도 합니다.
계약의 의무를 이행할 마음이 있다면 이런 제안을 거절하지 않을 겁니다. 이러한 제안을 거절한다면 처음부터 자신의 의무를 이행할 마음이 있는지도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법은 현실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경고를 해 줍니다. 우리는 법을 공부하여 미리미리 예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