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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Jan 11. 2024

플러팅과 성추행 사이

최근 플러팅이라는 말이 유튜브나 방송에 자주 등장합니다. 이성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것을 말하지요. 몇 년 전에는 썸 타다는 말이 유행하더니 재미있는 신조어가 많이 생깁니다.


플러팅은 영어 Flirt라는 단어에서 왔습니다.


flirt
(연애나 생각 따위를 심각하지 않게)
장난스럽게 추파를 던지거나 건드려보다


이성에게 갑자기 진지하게 만나자, 라고 말하기는 어렵죠. 거절 당할까 두렵기도 하고요. 혹은 진지한 연애는 부담스러워서 친밀한 이성친구가 갖고 싶은 정도의 감정이 드는 때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살짝 호감이 있음을 우선 표시해보고 상대가 나에게 호감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때 조심할 것이, 스킨십으로 플러팅하는 경우입니다.


호감 있는 사이에서 가벼운 스킨십은 플러팅이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상대방이 아직 스킨십까지는 허용할 생각이 없거나 스킨십에 대해서는 아주 엄격한 편인 경우는 어떨까요?


최근 발생한 사건이었습니다.


대학생 남녀 두 사람이 학교 과제를 하다 친해져서 여학생이 남학생이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어딘가로 이동하는 중이었습니다.


신호 대기 중에 여학생의 탈색 헤어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보조석에 앉은 여학생의 허벅지 쪽에머리카락이 묻었다며 남학생이 손으로 그 머리카락을 떼어준다는 명목으로 그 부위를 터치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놀이터에서 여학생이 그네를 타고 남학생이 뒤에서 밀어주었는데, 남학생이 손바닥으로 여학생의 엉덩이 부위를 만지듯이 밀어주었다는 것입니다.


여학생은 차량 안에서나 그네 탈 때 남학생의 행동은 그 부위를 만지려는 의도였다고 강제추행으로 고소했습니다. 물론 조사에서 여학생은 스킨십을 허용한 적 없고 호감 있는 사이도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남학생 주장은,

여학생이 검정 바지를 입었고, 긴 탈색 머리카락이 눈에 잘 띄어 머리카락만 살짝 집었을 뿐 허벅지에 손이 닿지도 않았고 만질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였지요.


그네를 탈 때에도 여학생이 엉덩이가 다 덮이는 롱패딩을 입고 있어서 엉덩이인지 허리인지 생각 없이그네를 밀었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여학생이 밀어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밀어달라고 했음은 여학생도 인정하고 있고요)


그리고 그런 일이 있은 후에도 대화를 잘 하고 남학생의 차로 집까지 바래다주었고 시간 되면 다시 만나자고 말하였기 때문에 서로 호감이 있는 사이였다고 말합니다.


두 사람 다, 전후 맥락에 관해서는 크게 말이 다르지않았습니다. 남학생 차의 블랙박스 영상에는 서로 잘 대화하고 탈색 헤어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도 찍혀 있고, 헤어질 때 시간 되면 또 만나자고 인사하고 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누구 주장이 맞을까요?

양쪽 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기보다는 조금씩 과장하거나 조금씩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수사를 받을 때 흔히 하는 행동이지요.


결국은 남학생은 강제추행으로 기소되지는 않았습니다. 여학생의 말을 다 사실로 인정하더라도 그네를 민다, 머리카락을 뗀다는 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추행 고의가 입증되기 어렵고, 여학생의 주관적인 생각과 기준만으로 추행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 사건에서 사실 남학생은 스킨쉽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나름의 플러팅이었던 것 같이 보입니다. 머리카락 있다고 알려만 주거나 그네도 그네줄을 잡고 밀수도 있었으니까요. 남학생은 호감 있는 사이에서 이 정도 친밀한 행동은 해도 된다고 생각했고, 여학생은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 정도 사안에서 남학생을 강제추행으로 형사처벌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행위들이 모두 인정되더라도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방해했다고 보아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형사적으로 범죄가 성립하기 어렵지요.


이런 사례는 아주 많습니다. 호감 있는 사이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괜찮은걸까 헷갈릴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본적으로는타인의 몸에 손끝도 대지 않으면 됩니다. 더구나 이성인 경우에는 말입니다. (플러팅도 말로만 하세요.)

여성들 중에는 남성과 달리 자신이 성범죄와 같은 사회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잠재적 걱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스킨쉽을 가능하면 조심하고 예의를 지켜주는 남성에게 더 쉽게 호감을 갖습니다.


연애도 조심조심해야겠습니다. 친밀하게 손을 맞잡게 될 때까지 인내하고 천천히. 차근차근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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