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늘 조용히 오지 않았다

by Osera

집은 늘 가난했다. 가난은 조용히 머무르지 않았다.

늘 소리를 냈다. 엄마와 아빠는 돈 때문에 자주 싸웠고, 그 싸움의 중심에는 늘 카드값이 있었다. 어린 나는 그 장면을 이해하지 못한 채 옆에서 지켜보곤 했다.


중학생이던 어느 날, 나는 엄마에게 그렇게 말했다.
“나라면 절대 카드를 쓰지 않을 거야. 카드빚 때문에 또 싸울 거면서 왜 카드를 써? 나는 죽을 때까지 카드 안 쓸 거야.”
그때의 나는 확신에 차 있었다.


어린 마음에도 빚은 나쁜 것이고, 카드는 결국 문제를 만드는 물건처럼 보였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듣고 있었던 것 같다. 그 표정이 어땠는지는 이제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내가 어른이 되고, 혼자 돈을 벌고, 혼자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신용카드를 만들게 되었다. 체크카드와 현금만으로도 살아갈 수는 있지만,

살다 보면 정말 급한 순간이 온다. 당장 돈이 부족한데 결제는 해야 하는 순간. 그럴 때 신용카드는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


카드를 만들고 처음 사용하던 날, 문득 아주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다. 중학생이던 내가 엄마에게 했던 그 말.
‘나는 죽을 때까지 카드 안 쓸 거야.’
그때의 나는 너무 쉽게 말했었다.

세상을 잘 모르는 채로, 어른들의 사정을 전혀 모르는 채로.


나는 지금도 카드를 쓰지만, 갚을 수 있을 만큼만 사용한다. 빚을 지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하지만 엄마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엄마는 정말로 먹고살 돈이 부족해서, 다른 방법이 없어서 카드를 썼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들자 갑자기 마음이 조금 아렸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엄마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어쩌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이유는, 설명해도 어린 내가 이해하지 못할 걸 알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엄마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가끔 그 장면을 떠올리면 마음이 찡해진다.
그때 엄마에게 했던 말이, 뒤늦게 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