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회복

지금, 나와 화해하는 중입니다

by 기억정원

아무 일도 없던 듯 살아가지만, 아무 일도 없던 사람은 없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나를 잃어버린 채 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름을 불려도, 거울을 봐도, 문득 혼잣말을 해도
그 속에 있는 '나'는 자꾸만 낯설어졌다.

한때는 불을 삼키듯 사랑했고,
한때는 달리기를 하듯 일했고,
한때는 꿈을 짓듯 살아왔는데
지금은 그 모든 걸 정지시킨 채
익숙한 역할만 반복하는 기계처럼 살고 있었다.

나는 어디 갔을까.
무엇을 버렸고, 무엇에 무너졌을까.

회복이라는 말은 마치 상처가 전제되어야만 가능한 단어 같다.
아프지 않으면 회복할 필요도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도 몰랐다.
기억 속의 어떤 문장, 지나간 얼굴, 눈물 나는 음악 한 줄에도
몸이 반응할 만큼, 내 마음은 오래전부터 고장 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나'를 찾아 다시 걷기 시작했다.
걷는다는 건 천천히 아픔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누군가의 속도를 따라가지 않고,
세상의 기준에 내 감정을 맞추지 않고,
그냥 내 발로, 내 호흡으로, 나를 끌어안는 시간이다.

하루에 한 줄, 나에게 편지를 썼다.
거창한 말이 아니라, 이런 것들.

“오늘은 우울했지만, 버텨낸 내가 기특해.”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조금은 웃었어. 그게 시작이야.”

그 말들이 나를 회복시켰다.
누군가가 아니고, 상황의 변화도 아니고
결국은 ‘내가 나를 안아주는 시간’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를 다시 데려왔다.

지금도 완전히 괜찮진 않다.
그렇지만 이제 안다.
고장 나도, 멈춰도, 넘어져도
나는 나를 다시 데려올 수 있다는 걸.

그게, 나의 회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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