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의 6월 KPI는 건강

창업과 건강은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일까

by 시노

창업 8개월 차 (공식적으로는 3개월 차) 체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지난 며칠간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예전에는 어땠냐 하면, 빡세기로 악명 높은 클라이언트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매일 새벽 1~2시경 끝내고 집에 와서, 2~3시까지는 학교 논문을 쓰고, 이어서 3~4시까지는 매일 브런치 글이나 일기를 썼다 (웃기게도 대학 졸업 한 달 전에 입사를 해서 졸업 논문을 쓰는 기간과 신입사원 시절이 겹쳤다). 그리고 또다시 아침 7시에 일어나 8시에 출근길에 올랐다.


이때의 나는... (1) 만 21세였고 (2) 체력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 체력이 좋아서 버틸 수 있는 거야, 라는 생각조차 안 하고 그냥 당연히 할 수 있으니까 할 수 있던 때였다. 심지어 체력은 마음먹기 나름이란 말을 하고 다녔다. 내가 건강하다고 믿으면 건강한 거라는 실언을 마구 해댔다.


지금의 나는 당연하게도... (1) 만 21세가 아니고 (2) 체력을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매일 같이 한다.


내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멀쩡한 정규직을 퇴사하고 나니, 초반엔 오히려 건강이 좋아졌다. 나는 통제성향이 강한 (XXXJ의 MBTI) 만큼 전 직장의 불확실성과 불규칙성에 자주 스트레스받았다. 오늘 A를 말하던 클라이언트가 내일은 B를 말할 수 있고, 그럼 그날 내가 작업하던 게 전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다. 창업이 더 불확실하고 불규칙하긴 하다만,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과 범위가 전부 나에게 달렸다는 점에서 더 마음이 편하다.


퇴사 후 밥도 잘 먹고 다녔다. 점심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 컨설턴트는 소수에 속한다. 대부분 바나나 따위로 대충 때우거나 아예 안 먹는다. 나는 점심이 중요한 사람으로서, 컨설팅의 굶기 문화 속에서 매일 조금씩 야위어갔다. 그래서 내 걸 시작한 만큼 밥 하나는 잘 챙겨 먹었다.


이처럼 컨트롤도 생기고 밥도 잘 먹어서 건강이 더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하나 중요한 걸 간과했다.


수면.


창업 후 수면의 질이 눈에 띄게 저하됐다.


잠자는 시간 (혹은 잠을 자려고 노력하는 시간) 은 짧지 않지만, 자주 깨고 악몽도 잦다. 심장이 벌렁벌렁해 잠에 드는 것도 쉽지 않다. 가장 큰 원인은 생각을 멈추지 못한다는 점인 듯하다. 컨설턴트일 때는 어찌 되건 "남의 일" 을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진심으로 프로젝트에 임해도 주말에 잠을 설쳐가면서까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없었다. 모든 게 "나의 것" 인 창업은 다르다.


어제는 코엑스에서 진행한 코스모뷰티 박람회를 다녀온 후 집에서 남은 일을 마저 하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 몸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녹아내린다, 말고는 더 적합한 표현을 못 찾겠다. 손가락 하나 까딱 못 하겠는데 그렇다고 정신은 똘망똘망해서 잠도 오지 않는 상태. 그래서 뭘 하지도, 하지 못 하지도 않고, 0의 상태를 지속했다. 박람회가 특별히 힘들었냐 하면 전혀 아니다. 그저 지난 며칠간 피로가 쌓여왔던 것이다.


위기감이 들었다. 아직 8개월 (정식적으로는 3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몸이 안 따라주면 어떡하나. 지금은 잠을 자려고 노력할 수 있는 시간이라도 많은데, 앞으로는 그 시간조차 없이 진짜 몇 날 밤을 지새워야 할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오늘 코파운더와 이런 건강 상태에 대해 얘기했는데, 그녀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절대 피로를 드러내는 편이 아니라 눈치채지 못했을 뿐.


그리하여 우리의 6월 최우선 KPI는 "건강"이다.


창업은 결국 버티는 자가 이기는 게임이다. 미친 도전을 거듭하고도 지치지 않고 또 도전할 힘이 있어야 한다. 멘탈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7월부터는 더 바빠질 것으로 예상하여, 이번 6월은 한숨 돌리는 겸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루틴화하는 게 목표다. 그래야 이어지는 7월도, 8월도, 그리도 다시 올 7월도, 8월도 버텨낼 수 있을 거다.


피로한 와중에도 예쁜 건 그냥 지나칠 수 없지




급 마무리인데... 그래서 뭘 창업한 건지 궁금하시다면 아래 한 번 봐주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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