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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Mar 24. 2023

안녕하세요.'강나루입니다.'

이제 그만 일어서보려 합니다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벌써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성큼 다가왔네요. 전 언제나 그렇듯 일 년 중 가장 힘든 석 달을 견디며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태어난 생일이 있는 1월과 죽으려고 시도했던 날이 있는 2월, 그리고 계절성 우울증이 심해지는 3월을 견디느라 정말 힘든 시간을 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이런 시간들을 견디면서 지난 10년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이제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제 필명을 바꿨어요. 어느 누구든 제 글을 읽고 위로를 받으시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저를 잠시 지나쳐 새로운 곳으로 출발하시라는 의미로 [강나루]라는 새로운 필명을 정했습니다. 저 자신도 그렇게 되길 갈망하고요. 지금까지처럼 그랬던 것처럼 많이 사랑해 주시고 위로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다른 마음을 먹다고 해서 제가 앓고 있는 희귀 난치 질환들이나 그에 따른 합병증들, 약으로 인해 생긴 부작용들이 한순간에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병을 앓던 초기에는 희귀 난치질환이라는 걸 알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빠른 완치에만 매달리다 오히려 좌절하는 날들이 늘어나고 세월이 흘러 나이까지 들어가며 침대밖을 벗어나는 일이 더욱 요원(遙遠)져 버렸습니다. 


사실 처음 희귀 난치칠환인 베체트 병을 앓게 됐을 때 만도 서른 중반 즈음이었고 제가 겪어본 바로 여자의 나이 서른 중반은 정말 아름다운 시기였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다른 병들도 앓고 있던 시기였지만 본격적으로 불치병을 앓게 되면서 스스로 아름답다고 여기는 모습들이 빠르게 사그라들기 시작했고 두 번째 희귀 난치질환을 선고받은 후에는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은 고사하고 사람다운 모습을 지키는 것조차 어려워져 버렸습니다.


요즘은 문득 거울 속에 비치는 제 모습을 보며 그 낯설고 생경한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끔찍한 통증과 우울, 불안과 공황, 약을 먹었음에도 하루 건너 하루씩 통째로 날려버리는 안타까운 잠,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과 심한 두통....

이 모든 것들과 말 줄임표 안에 들어있는 말하지 않고 말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저를 변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잔주름 하나 없던 얼굴엔 통증을 참느라 새겨진 주름들이 깊게 파여 있고 집안에 갇혀 있다시피 했던 탓에 얼굴의 피부는 하얗다 못해 핏줄이 비치도록 얇고 잡티가 번졌으며 머리는 온통 하얗게 세어 버렸습니다. 쩌다 마주치는 울 안에 있는 낯설고 나이 든 중년의 여인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며 언제나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래?"




이제 일어서려고 합니다.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란 걸 너무도 잘 알지만 누나와 함께 저를 간병해 주던 강아지 아들 콩이도 어느덧 올해 12, 노견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콩이의 건강을 지키며 제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 많은 노력들을 앞으로 'He is my hero 콩이' magazine에 얘기하려고 합니다. 지나버린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너무도 잘 알기에 다가 올 미래가 어떨지 짐작할 순 없지만 힘든 중에도 현재를 충실히 살아보려 노력하려고 합니다.

물론 제가 하는 이 노력으로 제 병이 낫지 않을 거란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 견딜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만 있다면 또 다른 무언가를 위해 노력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응원해 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 드리겠습니다.

저에게 용기를 보태주세요.

언제나 고맙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언제나 그랬듯 즐겁고 행복한 저녁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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