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깊은 시선으로, 유혹하는 괴물 자화상
에곤 실레 (Egon Schiele, 1890~1918)
- 따뜻하고 깊은 시선으로, 유혹하는 괴물 자화상
Jane Heart Gallery에서는 여름방학 동안에 진행되는 어린이 미술아카데미 수업이 ‘자화상'이라는 주제로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갑자기 웅성웅성해지더니 여러 명이 동시에 하나의 작품을 가리키며 “와 저거 뭐야 괴물이다! 도망가자!!!”라고 말하며 키득거리며 장난을 친다. 제인은 아이들의 이런 모습에 익숙한 듯 에곤 실레의 <Self Portrait, 1911> 작품을 보면서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지만 죠슈아는 당황하며 어찌할 줄 모른다.
제인은 아이들에게 쉿! 하라고 말하면서 검지 손가락을 입에 대고, 죠슈아에게 스위치를 끄고 영상을 틀어 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불이 꺼지자 죠슈아는 노골적인 성적 묘사로 아이들의 정서를 헤쳤다는 풍기문란 혐의로 23일간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1912년의 실레를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다. 그는 사회적 몰이해 (20세기 초 에곤 실레를 비롯한 남성 미술가들은 그들의 에로틱한 관심을 표현해내기 시작한다)로 탄압받은 자신의 예술작품에 대한 괴로움과 분노가 섞인 자화상을 울분을 토해내며 그려 대고 있었다.
울분에 들썩이는 실레의 어깨에 위로의 손을 얹은 조슈아는, 아이들에게는 <Self Portrait, 1911>는 감옥살이 하기 전년도의 작품으로 사지가 잘려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고통받고 몸부림치고 있는 내면의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한 자화상을 그린 작품이고 이러한 솔직함이 성욕에 대한 표현으로 이어져 감옥살이까지 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불이 켜지고 그녀는 정신을 차린다.
벌써 아카데미의 마지막 순서인 아이들의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흑갈색의 곱슬머리를 가진 한 남자아이가 손을 번쩍 들면서 “선생님! 저 그림 무섭지 않아요. 멋지고 당당해요! 저도 솔직한 모습을 표현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금발의 단발머리를 한 귀여운 여자아이가 “줄무늬 드레스를 입은 실레의 부인의 그림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실레는 분명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을 거예요!”라고 말하자 교실 안이 웃음바다로 변했고, <Self Portrait, 1911> 그림 속 실레도 함께 웃고 있다.
참고서적 조원재, 《방구석 미술관》, 블랙피시 / 프랜시스 보르젤로 Frances Borzello, 《자화상 그리는 여자들》, 아트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