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진 마늘 — 일본식 부엌의 효율미학

by 윤오순



요즘 한국도 물가가 비싸서 난리지만 일본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식재료를 새벽배송 앱으로 주문했지만, 일본에서는 직접 슈퍼에 가서 장을 본다. 물건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가격이 몸으로 느껴진다. 과일도, 야채도, 고기도 다 비싸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건 마늘이다. 일본에서는 작은 마늘 한 통의 가격이 다른 식재료와 비교했을 때 꽤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아니, 한 통에 200엔, 300엔이라니. 일본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마늘을 많이 쓰지 않기 때문에 생산량도 적고, 그만큼 가격이 높다고 했다. 처음엔 비싼 마늘을 사서 반 통씩 넣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한 알로 줄였고, 나중에는 아예 마늘을 빼고 요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슈퍼의 조미료 코너에서 작은 병 하나를 발견했다. ‘다진 마늘(きざみニンニク)’이라는 이름의 조미료였다. 통마늘은 너무 비싸고, 까서 다지는 일은 귀찮았다. 내게 이 작은 병은 구원 같았다.


뚜껑을 열면 이미 다져진 마늘이 약간의 양념과 기름에 섞여 있다. 상온 진열 제품인데도 병 속의 마늘은 신선했다. 한 번 열면 냉장 보관을 해야 하지만, 다 쓸 때까지 향이 변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요리하며, 적어도 마늘에 관한 한 나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나는 그걸 한 숟갈 떠서 찌개에 넣는다. 일본 친구들은 깜짝 놀란다.


“에? 그 정도면 온 가족 분량이잖아!”


하지만 한국식 부엌에서는 한 숟갈이 기본 단위다. 마늘은 음식의 향을 잡고, 깊이를 만든다. 냄새가 조금 강해도 괜찮다. 한국 사람을 살리는 건 밥심과 마늘심 아니던가.


일본의 부엌은 한국과 다르다. 작고 정리된 공간에서 재료와 도구가 모두 ‘정량’으로 계산되어 있다. 다진 마늘조차 소량 포장되어 있고, 튜브나 병에 담겨 깔끔하게 보관된다. 이곳에서는 “필요한 만큼만, 낭비 없이”가 미덕이다. 한국의 ‘감각적인 요리’가 즉흥의 미학이라면, 일본의 부엌은 효율의 미학이다.


나는 이 두 세계의 사이에 서 있다. 파스타를 만들 때도, 찌개를 끓일 때도 여전히 한국식으로 마늘 한 숟갈을 아낌없이 넣는다. 일본식은 향이 얇고 섬세하다. 한국식은 강하고 따뜻하다. 요리 초보인 나는 그 중간 어딘가에서 내 균형을 찾아가는 중이다.


아직 이 작은 병 속의 마늘에 대한 탐험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건 있다. 이 다진 마늘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다. ‘시간의 절약’이자 ‘질서의 상징’, 그리고 ‘생활의 타협’이다. 이 병 하나 덕분에 조미료 탐험이 더 즐거워졌다. 나는 지금 나의 ‘국적불명 요리’에 구원이 될 조미료들을 하나씩 찾아보고 있다.


우연히 알게 된 병에 담긴 다진 마늘은 나에게 부엌의 번역기 같다. 언어는 달라도, 맛의 방식은 통한다는 사실. 일본식 효율과 한국식 직감이 한 숟갈 안에서 조용히 섞여, 이 말을 기다리고 있다.


“바로 이 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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