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번째 이야기 - 에필로그
너무 아쉬워서 하루만 하루만 하고 미루다가 이제야 씁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시점은 2월 어느 날, 그리고 브런치에 올린 날은 3월 9일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몇 가지 계획이 있었습니다. 첫째, 독자가 무언가 가져가는 글을 쓰자, 둘째,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수 있기에 나만의 아카이브를 만들어 보자, 셋째, 후회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 써보자, 넷째, 그러나 올해 안에는 끝내자. 이런 큰 계획하에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계획은 코리빙 사업을 하시는 또는 하시려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 그리고 모두 마흔 세편의 글을 쓰자는 것이었습니다. 제 생각에 어느 정도는 목표를 이루었다고 봅니다. 약간의 제한 사항 때문에 못다 한 이야기들도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 했네요. 어쩌면 부가적인 계획이 더 큰 성과를 낸 것도 같습니다. 목표한 글의 개수 중에 코리빙에 관한 주요한 논의 주제가 여섯 편이었는데 주요한 이야기는 앞의 글들에서 이미 어느 정도 언급이 되어 중복된 이야기가 될 것 같아 뺐습니다. 중복되지 않은 이야기들은 나중에 별도로 글을 쓸 생각입니다. 그래서 계획은 서른일곱 편이었는데 한 편이 모자란 서른여섯 편이 되었습니다. 처음엔 글의 편수에 욕심이 났는데 쓰다 보니 그런 양적인 수치는 전혀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조금 성장한 것이지요.
이렇게 거의 1년 이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은 후 에필로그를 쓰게 되니 아쉽기도 하지만 사실 조금 후련하기도 합니다. 빨리 마무리하고 싶지만 또 아쉬워서 차일피일 글 쓰기를 미뤘더랬습니다. 이 상반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그동안 제가 서툴러서 그러겠지만 여가 시간의 많은 부분을 글을 쓰는데 할애했거든요. 앞으로 잠깐 이겠지만 넷플릭스와 왓챠의 밀린 시리즈도 좀 보는 등 저에게 작은 선물을 할 예정입니다.
글을 쓰면서 많지는 않지만 사업에 대해 진지한 문의를 한 분도 계셨고 고맙게도 소중한 글에 저를 인용해 주신 분도 계셨으며(주1)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인 한성자동차의 온라인 매거진에 기고도 해보는 등(주2) 매우 소중한 경험들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글 쓰기를 업으로 하시는 분들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글쓰기에 관한 명언들을 가슴에 새길 수 있게 되었고 특히 E.B 화이트의 "위대한 글쓰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위대한 고쳐 쓰기만 존재할 뿐이다."는 제게 가장 큰 감명을 준 명언이 되었습니다.
처음 코리빙을 시작한 후 그리고 또 한 이 글을 쓰기 시작한 후 부동산 시장, 특히 아파트 시장은 급변하였습니다. 정부의 규제와 이를 피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그 결과로 급등한 매매가. 커먼타운 1호점의(압구정 현대아파트, 188평방미터형) 17년 1월 매매가가 26억 원인데 19년 1월에는 32억, 그리고 19년 11월에는 37억 원이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영업이익보다 만약 매입을 했을 경우의 매매차익이 훨씬 컸을 것이기에 다소간의 자조적인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코리빙 사업은 사명감을 가지고 시작한 사업이었기에 그 선택을 한 저와 제가 속한 조직원 분들께 정말 잘한 선택이었고 자랑스럽다는 칭찬을 하고 싶습니다.
기존 부동산의 틀을 깨기 위하여 공유경제 모델을 도입하고 1인 주거를 위한 새로운 시도와 그 성공의 경험은 많은 후발 주자들에게 큰 힘이 되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습니다. 매매가는 등락이 있지만 사업에 대한 노하우는 쌓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가치는 영원할 것입니다.
저는 커리어의 대부분을 신사업으로 쌓아왔고 코리빙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코리빙 업계를 떠나 또 새로운 신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코리빙에 대한 글을 더 원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주제로 더 재미있고 잘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물론 코리빙과 관련된 이슈가 생기면 독립적인 글은 쓸 생각입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들을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