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 캘리 에세이 :: 할 말은 많은데 나오는 건 한숨뿐
스무 살에 홀로서기를 하고
그 뒤로 가족과 큰 트러블 없이 지내는 나지만
함께 살던 그때에는 참 많이도 싸웠다.
사실 돌이켜보면
'엄마와 싸웠다' 라는 표현이
가능하기나 한 걸까.
수련회에서 캠프파이어를 하며 촛불을 들고
엄마 생각에 눈시울을 붉히던 아이들 중 대다수는
나처럼 엄마에게 짜증을 잘 내던 아이였다.
엄마가 잔소리해서,
안 일어나도 되는데 깨워서, 혹은 안 깨워서
잘 못 알아들어서 등등
나 나름대로의 이유는 많지만
어느 것 하나 부끄럽지 않은 것이 없다.
그렇게 매번 후회하고 또 반복하면서
훌쩍 자라 버린 내가
엄마를 어른의 눈으로 바라보는 지금은
어느새 나이 들어 버린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친구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받고 기뻐하는 친구를 보며 보람을 느끼는
그 즐거움은 알면서
안부전화 한번에 기분이 좋아져
이런저런 있었던 일들을 늘어놓는
엄마를 보며 보람을 느끼는 즐거움은
어째서 이제야 알게 된걸까.
엄마가 가지고 싶다던
선물과 케이크를 손에 들고
시외버스를 타고 엄마 회사 앞까지 가서
기다릴때의 설렘이
정성스레 포장한 연인을 위한
선물을 주는 것만큼이나 설렌다는 것을
그 철없던 어린 나는 왜 몰랐을까.
사실 나는 많이 늦었다.
엄마는 이미 많이 나이들어버렸고
나는 너무 바빠져버렸다.
하지만 아직 할 수 있다.
sns 알림으로 가득한 핸드폰을 들어
엄마에게 전화할 수 있다.
후회로 겁내며 물러서지 않고
자칫하면 놓쳐버릴 지금의 시간을
후회없이 엄마와 나눌 수 있다.
아직은,
엄마의 딸로서 누릴 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