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월요일밤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래서 내가 괜찮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도 거울 앞에 서면 울음이 밀려온다. 엄마를 닮은 내 얼굴을 보는 것이 고통스럽다. 살아있다는 감각이 흐려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끊임없이 만년필을 검색하고, 싸구려 만년필 개수가 계속 늘어난다.
자격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를 그리워할 자격.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잘 챙겨줬는지, 잘못한 게 많이 없는지 생각한다. 사랑했어도 잘 챙기지 못하고 잘못한 게 많다면 그리워할 자격조차 없는 것일까. 아무도 넌 자격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내가 나에게 말하고 있다. 난 자격이 없어.
지난 토요일에는 35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가 있어 다녀왔다. 새로운 유재하 동문들의 공연을 보고, 뒤풀이까지 갔다가 밤늦게 집에 돌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잘 지냈냐고 물었는데, 웃으며 잘 지냈다고 말할 수가 없었고, 그렇다고 나의 지금 상황을 설명하지도 못했다. 사람들과 함께 웃기도 했지만 뭔가 안간힘을 쓰는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와 너무 지쳐 한참을 앉아있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내일부터 다시 집의 물건들 정리해야지, 다이어트해야지, 작업도 해야지 생각은 해보는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어져서 그냥 가만히 있다. 가만히 있으면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고 더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은 거 아닐까 생각이 든다.
꼭 애쓰지 않아도 돼.
엄마의 다정한 눈빛이 그립다. 그리워할 자격 따위 생각하지 않고 그리워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