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 흰머리

by 오소영

오랫동안 한 가지 머리색을 유지해 왔다. 흰머리가 많아지면서 염색을 직접 할 자신이 없어 다니던 미용실에서 밝은 색으로 염색을 했고, 뿌리염색만 하며 별생각 없이 지냈다. 평소에는 염색 안 한 머리카락이 많이 길어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데 공연 전에는 꼭 뿌리염색을 해야만 했다. 언제부터인지 공연 때 제대로 꾸미고 가지 않게 되었는데, 안 그래도 후줄근한 모습에 헤어스타일까지 엉망이면 관객분들께 죄송하기 때문이다.


사실 밝은 브라운 머리색이 지겨워진지 꽤 되었다. 나는 쿨톤이라 옷이나 화장품 모두 쿨톤인데 머리만 너무 웜톤인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오래 한 가지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다 보니 지겨워진 것이 큰 이유였다. 그래도 귀찮아서 버티다가 뿌리염색하고 공연하고 또 버티고를 반복했는데, 한 해에 하는 공연 횟수가 줄어들면서 염색 주기가 너무 길어지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염색약을 사 왔다. 직접 염색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물에 염색가루를 개어서 바르는 형식이었는데 좀 쉬워 보였다. 숱이 많고 머리카락도 어깨 길이이니 2회분을 준비했고 바르기 시작했다. 겁도 없이 하얀색 책상에서 하얀색 의자에 앉은 채로. 옷도 외출복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무척 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상과 옷에 염색약이 정신없이 튀었다. 염색약에 같이 들어있던 비닐은 내 몸을 가려주기에 너무 작았고, 어깨까지 닿는 뒷 머리카락은 비닐을 비집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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