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이라는 선물, 철학이라는 시작

흩어진 생각을 모아, 내 삶을 다시 써 내려가는 시간

by 비채맘


퇴직은 끝이 아니었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기다려왔던 '진짜 나'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20여 년 전, 나는 마음속에 작은 약속 하나를 품었다.

언젠가 퇴직하면, 불교철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삶이란 바람 같아서, 그 약속도 잊혀질 줄 알았지만
시간은 조용히 흐르며 결국 나에게 그 약속을 지킬 기회를 선물해주었다.


퇴직 후 편안한 일요일 저녁,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철학 수업에 들어섰다.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던져진 질문이 가슴을 울렸다.
"인생철학이 뭔가요?"


그 질문은 단순히 지식을 묻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과연 내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스스로에게 묻게 만들었다.


철학이라는 말은 '경험이나 배움에서 얻어진 생각'이라고 한다.
우리는 매일같이 무엇인가를 경험하고, 느끼고, 그 느낌에서 배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는 작은 깨달음들이 쌓여
어느새 나만의 철학이 되어가는 것이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풀지 못하는 삶의 문제는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래서일까.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진짜 힘은,
과학이 아니라 철학 속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작년에 불교와 과학을 함께 공부하며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는 갈증이 생겼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늘 '나중에', '언젠가'라는 핑계로 미뤄왔다.


이제 퇴직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면서 그 미뤄두었던 '언젠가'가
드디어 '지금'이 되었다.


첫 수업에서 알게 된 철학의 시작은 아주 단순했다.
"왜 그럴까?"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저 작은 질문을 품는 것.
거기서부터 철학은 시작된다는 사실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나는 이제 무심히 흩어지는 생각들을 모아보려 한다.
나만의 질문을 소중히 간직하고,
매일 조심스레, 그러나 끈질기게 스스로에게 물어보려 한다.


길을 잃어도 괜찮다.
방황도 삶의 일부이니까.


철학이라는 조용한 여행을 통해,
나는 내 삶을 조금 더 깊이 사랑하고 이해하고 싶다.


오늘도 나는, 작은 질문 하나를 품고 살아본다.
"나는 오늘 어떤 생각을 키우며 살고 있을까?"


우리 함께, 질문하는 삶을 걸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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