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임회사 비개발자다

좋아하는 걸 업종으로, 잘하는 걸 직무로

by 아스트리치

여러분들은 게임회사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개발? 프로그래밍? 디자인?"


나는 그 어떤 것에서도 속하지 않는 게임 회사 비개발자다.


약 현재 9년 차로 게임 업계에서 살아남고 있는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럴 것 같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대학교 3학년 1학기의 어느 날,


나는 내 진로를 정하는 것에 이래저래 와닿는 것이 없어 그저 그런 생활을 하고 있었다.


매일마다 PC방을 전전하고, 핸드폰으로는 게임만 하고...


말로는 취업 준비한다, 생산적인 일을 한다라고 입에 달고 살았지만,


사실 뭘로 먹고살아야 할지도 막막했다.


꼴에 곤조는 있어서 중국학과 선배들이 가는 지상직, 해외사업부, 여행사는 가고 싶지가 않았기에,


그저 내가 뭘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고민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뭘 좋아하는가?


'라면?' 그래, 과거 중, 고등학교 때 반복적인 공부에 지쳐 유일한 즐거움을 줬던 건 밤마다 먹는 라면이었던 것 같다.


'라면 하면 농심이지!' 이런 단순한 생각으로 농심에 대해 찾아보고 주변에 떠벌리고 다녔지만...


사실 마음속 한 편은 공허함으로 가득 차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저 밥만 축내고 무기력하게 누워서 게임만 하던 그날...


N사의 마블 게임을 하다가 압도적인 재력 앞에 무릎을 꿇며 욕을 한 바가지로 했던 기억이 있다.


자연스레 나는 고객센터를 들어갔고 나의 억울하고 분통한 감정을 표출하려던 순간,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꼬우면 네가 하던지.'


'...?'


'...!'


'그래, 꼬우면 내가 하면 되지?'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너무 간지가 난다, 너무 멋있고 카리스마 있어 보인다.


남들과 다른 길,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길, 컴퓨터를 엄금했던 집안에서조차 잠깐이나마 몰겜을 하던 그 소소한 즐거움, 밤새 PC방에서 이 게임 저 게임 다 들쑤시면서 다크서클이 내려와도 즐거웠던 기억...


처음이었다. 내가 무언가를 스스로 정하고,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고, 마음 한구석에서 요동이 치는 이 기분은.


나는 곧장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을 이끌었다.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종이에 마구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중국어... 남들 앞에서 말하기... 남들과 소통하기... 등등'


생각보다 아주 쓸모가 없는 놈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모든 것들을 정리해서 유명 게임 회사들의 채용 메일에 돌렸다.


개발을 1도 모르는 내가 당신네 회사에서 뭘 할 수 있는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막연했지만, 불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게임을 좋아했고, 내가 하나라도 잘하는 것이 있고 그와 맞는 일자리가 있다면 무조건 들어가서 해보겠다고.


여러 개의 메일 중 이틀째 되는 날에 한 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사업PM...?'


'모든 게임의 매출을 담당한다...? 게임이 잘될 수 있도록 모든 능력치를 쏟아붓는 직무...'


이거다. 너무 간지 난다. 너무 멋있다. 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지갑 전사들로 가득 찬 게임의 생태계를 내가 바꿀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꼬우면 내가 한다. 난 그렇게 내가 하기로 결심했고, 여느 때와 같이 매일 PC방에 출석 체크를 하기 시작했다.


다만, 달라진 점이라면 노트와 펜과 함께였다.


뭘 해야 될지 몰라 무작정 게임들을 플레이하고 그에 대한 소감을 매일매일 적었다.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 꾸준히 수십 개의 게임 리뷰를 쓰다 보니, 같은 게임을 하더라도 조금씩 나의 견해가 달라지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너무 재밌다. 게임 회사에 들어가면 이런 일을 매일 할 것 아닌가.


그렇게 나름의 즐거운 준비 과정을 거치며, 나는 3학년 1학기가 끝나고 방학 기간에 서류를 돌리기 시작했다.


유명 회사들부터 게임 취업 포탈이 있단 것을 알고 작은 기업들까지 전부 서류를 돌리기 시작했다.


난 자신이 있었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이기에 매진할 수 있고, 그 일을 담당했을 때 분명 쓸모 있는 사람이란 걸 확답받았으니, 두려울 게 없었다.


무엇보다, 남들은 그저 오락으로 즐기는 이 게임을 나는 전문가로서 꿈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한 자부심이 있었다.


면접을 가더라도, 다대다, 1대다, 두렵지 않았고, 오히려 즐거웠다.


나의 게임관을, 나의 이 즐거움을 이야기해주고 싶었고,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면접이 거듭될수록 진심 어린 충고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나며 나는 더욱더 내 소신에 무기를 가지기 시작했다.


가볍게 시작했던 리뷰들은 내 포트폴리오가 되었고, 나의 소신은 면접 때 나름 괜찮은 대답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3학년 2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졸업예정자 신분으로 지금도 이름을 들으면 알 수 있는 3N 중 하나의 회사에서 내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사업 PM이다. 그때도 지금도 그렇다. 내 만족도는 최상이다. 어쩌면 망아지 같은 나란 사람이 각 잡고 일할 수 있는 최고의 직 무지 않을까 지금도 그렇게 생각이 든다.


나의 첫 취업 당시의 소신은 아직도 여전하다.


여러분들이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할 때 레퍼런스가 필요하다면, 나의 소신을 레퍼런스로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좋아하는 걸 업종으로, 잘하는 걸 직무로.


당신이 준비하는 과정은 배움의 즐거움으로 가득 찬 시간들이 될 것이란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