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by 박수민

네 번째 이야기 [2024. 3. 12. 화]


알람 없이 일어나는 늦은 아침.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산 블루투스 스피커. 그걸로 듣는 좋아하는 노래. 머리맡에 놓여있는 읽다 만 책. 화장대 한쪽을 차지한 필사 공책. 좋아하는 것들이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다. 그런데 눈물이 찔끔 나는 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도 여전히 좋은 것이 이중에는 없다. 누구는 어떤 순간이라도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면 마음이 스르륵 풀린다는데 나한테는 아직 없나 보다.


등록해 놓고 가끔씩 하는 헬스, 언젠가 그림에 도전해야지 하고 사놓은 물감과 붓들 그리고 레고. 나의 취미가 되지 못하고 집 어딘가 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잊혀져 가고 있다. 가끔 보면 ‘아 그래, 해야지’라는 마음이 들지만, 레고는 어쩐지 각 잡고 해야 할 것 같고, (생각보다 초보자인 나에게 피스 수가 많다.) 그림은 혼자서는 하기 힘들어 화방을 알아봤는데 수업 시간이 맞지 않고, 헬스는 그냥 귀찮고 이런저런 핑계만 쌓인다.


이모부는 낚시를 좋아하신다. 주로 토요일 퇴근 후 낚시를 가셔서 밤새 생선을 잡으신다. 한 번 따라가서 손맛도 보고 재미있었는데 새벽 4시가 지나자, 도저히 피곤해서 낚싯대를 놓고 잠에 들었다. 이모부는 아침까지 낚시를 하셨고, 집으로 돌아가서는 썼던 낚싯대를 닦고 정리하는데 또 한참이다. 옆에서 보기만 해도 낚시는 전후 과정이 많다. 고기를 잡거나 잡지 못하거나 낚싯대는 닦아서 넣어야 하고 선상 낚시를 즐기려면 미리 배를 예약해야 한다. 성가신 일까지 좋아해야 진정한 취미가 될 수 있나 보다. 이모부는 취미가 없는 나에게 “젊었을 때 해야 힘들어도 몸에 베여서 오래 할 수 있어. 꾸준히 오래 할 만한 걸 찾아봐”라고 일러주신다. 잡은 생선을 손질하고 낚싯대를 정리하는 게 귀찮거나 고되지 않은 것은 오랜 시간 반복해서 손에 익은 덕분이라는 거다.


오래오래 변하지 않고 좋아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글쓰기도 좋아하고 가끔이지만 책 읽는 것도 좋아하는데, 힘들 때면 찾게 되는 존재는 아니다. 어떤 순간이라도 좋은 게 있다면 마음속에 불을 꺼주는 소화기가 되어줄 텐데, 아직 찾지 못했다. 지금 생각에 꼭 활동적인 무언가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책을 조금 더 가까이하려고 한다. 힘들 때 책이 손에 쥐어지지 않는 건 가깝지 않아서 일 수도 있으니. 이렇게 하나씩 하다 보면 내 평생에 걸쳐 좋아하는 걸 찾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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