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나와 그리고 꿈

by 박수민

여섯 번째 이야기[2024. 3. 14. 목]


어릴 때 나는 책을 가지고 놀았다. 책을 읽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왜 나는 책만 펼치면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놀이는 책장의 꽂힌 모든 책을 빼내어 책으로 집 짓는 걸 좋아했다. 방 안 가득 어질러진 책을 보면 엄마는 싫은 소리를 했지만, 책을 쌓아서 나만의 집을 만드는 게 좋았다. 그 작은 집 안에서 나는 그림도 그리고, 과자도 먹고, 어느 날은 펼쳐진 장을 읽기도 했다. 책으로 집을 짓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았다. 그냥 쌓는 책이 있고, 표지가 예뻐서 집의 대문이 되는 책도 있었고, 마음에 드는 장면은 볼 수 있도록 펼쳐서 집을 지었다.


책으로 만든 집에 들어갈 때는 주의해야 할 점 두 가지가 있었는데, 책 모서리에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고, 혹시나 아슬아슬하게 쌓아놓은 책이 무너지지 않도록 까치발을 들고 살포시 책을 넘어야 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집에 무사히 들어가서도 움직임이 크면 책이 도미노 쓰러지듯 차례차례 쓰러졌다. 그러면 다시 집 짓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집을 짓고, 쓰러뜨리고를 반복하다 보면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언니가 “책 치워”라고 했다. 언니와 함께 방을 썼기에 나는 입을 샐쭉거리며 다시 책장에 책을 넣었다.


책장에 책을 꽂으면서도 아쉬운 마음은 적었다. 내일이면 다시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서 집을 지으면 되니까. 이제 생각해 보니 책을 읽긴 읽었나 보다. 마음에 드는 장면은 꼭 펼쳐두었는데, 책을 읽고서 좋아하는 페이지를 펼치지 않았을까. 그림만 보고 골랐을 수도 있겠다. 그때 어떤 책을 읽었는지 잊었지만, 딱 한 권 밤비가 그려진 책이 있었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주 오랫동안 밤비는 내가 만든 집의 대문이었다. 지금도 밤비는 애정하는 캐릭터다. 그렇게 책을 가지고 놀던 나는 커서 놀랍게도 글쓰기를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다.




이전 05화아무래도 좋아지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