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단어 잇기(진심, 농담, 욕심)
그는 마치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도마뱀 같았다. 그의 무책임한 말들을 톺아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디까지가 진심일까. 그가 내뱉은 말속에 약간의 진심이 담기길 간절히 바랐다. 그녀는 한동안 그가 한 말을 그러모아다 혹 자신이 어떤 실수를 한 것은 아닌지 되내고 또 되내었다. 진심이 결여된 사람의 말을 믿는 대가는 참혹했다. 거짓 속에 갇혀 진실을 찾는 꼴이라니. 곁에선 본 그녀의 모습은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너무 쉽게 마음을 내어준 그녀를 탓할 수는 없었다. 속이려고 작정한 사람을 당해낼 사람은 없기 때문. 그녀는 그를 믿은 선택을 후회하고 있었다. 모든 건, 얼마 전 관심 있던 분야의 수업에서 시작됐다.
그녀가 그에게 준 것은 값싼 마음이 아니었는데, 그에겐 그저 돈을 버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나 보다. 그는 타인의 꿈을 팔아먹고사는 장사치에 지나지 않았는데. 내 눈에는 그게 보였는데, 그녀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나 보다. 우리는 상대의 친절에 쉽게 속아 넘어간다. 진실은 그렇게 해서 보이는 게 아닌데도.
하지만 그가 몰랐던 한 가지. 그렇게 해서 꺾일 그녀가 아니라는 것. 그는 그녀에게 뱉어낸 약속들을 하나도 지키지 않은 채 달아났지만, 덕분에 그녀는 그를 넘어서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말할 때마다 좁혀지는 그녀의 미간을 바라보며 프리다칼로의 눈썹이 떠올랐다.프리다칼로처럼 지금의 고통을 그녀만의 예술로 승화시키는 날이 오겠지. 이것은 나의 바람.
”나 아무래도 농락당한 것 같아“라며, 가벼운 농담처럼 툭 던진 말. 그 말을 하기까지 스스로 얼마나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까. ”응, 그래. 이제 알았어?”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표정을 보고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얼마 전 아는 사람의 그 아는 사람의 소개를 받아 평소 그녀가 관심 있었던 분야의 수업을 받기로 했다. 자세한 커리큘럼도 기간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인의 지인의 지인이니 그저 잘 알려주겠거니 하고 믿었다고 한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면 그냥 모르는 사람 아닌가. 그렇게 과외가 성사됐는데, 그는 현실에 대한 비관만 할 뿐 그녀가 원한 실질적인 지식을 일러주지는 않았다. 구체적인 것을 물어보면 은근히 답을 피했고, 그러다 연락마저 흐지부지 되더니 돌연 잠수를 타 버린 것.
한동안 그녀는 스스로 너무 무례해서 상대가 답을 피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내 보기엔 애초에 명확한 커리큘럼과 기간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문제인데. 저렇게도 말랑말랑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부린 욕심의 결과가 좌절이라니. 내가 아는 거라면 곁에 앉아 하나하나 일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그저 그녀가 그 사람을 뛰어넘는 실력자가 되길 바랄 수밖에. 그가 꼬집은 현실의 힘듦 정도는 가뿐히 뛰어넘기를 응원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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