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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syfive Apr 12. 2023

진짜 진짜 최종

최고의 계획

bgm - 이웃집 토토로 (영화 '이웃집 토토로엔딩 주제가)


(BGM을 플레이하시고 보시면 더 좋습니다^^)



저는 계획 세우는 걸 매우 좋아합니다.

작은 계획인 일일 계획부터, 큰 포부와 미래를 생각하는 중장기 계획까지

그러다 보니 계획 세우기가 저의 취미라고 해도 될 것 같군요. 

아침마다 또는 그 전날 밤부터 내일을 떠올리며 틈틈이 설계하느라 바쁘죠.

제 핸드폰 메모장에 <To do list>에 하나씩 할 일을 채우다 보면 왠지 모를 안정감까지 느낍니다.


그렇다고 그 계획들을 모두 다 이루지는 못하지만 

뭔가... 계획 세우기는 나의 하루와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그런 기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계획을 잡으면

그에 맞는 몸가짐을 ^^ 하고, 

필요한 준비물을 챙기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보는 그 일련의 과정들 또한 저에게는 즐거움을 줍니다.


이렇게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는 저에게 

계획 중 최고의 계획은 여행계획입니다.

여행계획을 세우는 동안에도 갈 곳을 미리 답사해 보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여행기간에 이동할 교통편과 호텔, 그리고 가야 할 곳을 떠올리며 기대감에 혼자 피식 웃기도 하고, 

때론 예기치 못한 상황들을 맞닥뜨릴까 봐 고민도 되고, 마치 그 상황에 빠져든 것처럼 긴장도 많이 됩니다.


누가 보면 모노드라마를 찍는 줄 아시겠죠 ^^

제가 왜 이렇게 기이한 행동들을 하냐면요?


공감능력이 좋다고 하면 좀 거창하고, 감성적이라고 하면 너무 소녀소녀한 것 같고... 

저는 그냥... 조금 가벼운 사람이라고 하면 정확하겠어요.


수능날 아침이 되면 (제가 시험을 보는 게 아닌데도) 가슴 쿵쾅쿵쾅 떨리고, 

TV를 보다가 재밌는 CM송이 흘러나오면 따라 부르면서 흥얼흥얼 거리고, 

토토로 애니메이션 마지막 장면 볼 땐 훌쩍훌쩍 눈물 흘리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애니메이션 <토토로> 마지막 스텝스크롤


참고로  <토토로>는 슬픈 애니메이션이 아니에요. 

어딘가 숨어있던 동심을 끌어올려주고

마음을 청정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애니메이션입니다.


극 중 막내인 메이가 보여주는 천진난만한 모습에 입꼬리가 올라가고,

토토로들의 귀염귀염한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무엇보다 OST가 너무 좋아요. 

적재적소에 나오는 노래를 들으면 절로 박수를 치게 됩니다.


저에게 <토토로>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바로 위에 보이는 저 컷을 말할 겁니다.


<토토로>의 내용이 모두 끝났다는 걸 알리며

제작진의 이름이 쭉~~ 올라가는 그 순간에


아빠와 두 딸이 그동안 그렇게 보고 싶었던 엄마를 만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눈물을 펑펑 흘렸습니다.


병원에 있는 엄마를 보고자 

대책 없이 집을 가출한 막내 메이,

본인도 엄마를 너무나도 보고 싶었지만,

자신도 어리면서 막내 동생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꾹꾹 참아야 했던 장녀 사츠키


드디어 엄마를 만나는 이 장면 

메이와 사츠키, 둘 다 엄마를 향해 달려가면서

자신의 감정을 모두 표출하는 이 컷을 보며 감정이 북받쳤나 봐요.


그래서 이 장면을 처음 보던 그 순간에

깜빡이도 없이 감동이 훅~~~ 들어와서

방어도 못하고 

눈물샘이 터져버렸습니다.


영화에서는 이 장면은 단순 한 컷의 그림이지만

저에게는 영상으로 보이는 것 같았어요. 


이때 

토토로의 주제가가 나오는 거예요.

벅찬 감동에 휩싸여 눈물바다가 되어 있는데...

음악으로 이렇게 증폭시키면

난 더 더 더 감동이 오잖아ㅠㅠ


남자라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고 싶은 선이 있었는데

OST가 들리는 순간,

나의  감성 컨트롤러가 사정없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넘고 싶지 않았던, 이성적으로 잡으려고 했던 그 선을 이미 훌쩍 넘어가버리고

이젠 모르겠다. 펑펑 울자.......


나의 이상함을 눈치챈 아내가 나타나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대답을 잘 못하고 TV만 가리키며 손짓만 하는 저를 보고 

깔깔거리며 웃었지만 

울고 또 울고.......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한참이 걸렸습니다.


자, 뚝. 이제 마음 챙기고...... 

다시 돌아와서 ^^


이러한 저이기에, 

여행에 더 큰 감동의 순간을 만들기 위해 각종 상황에 맞는 노래를 준비하고 싶었습니다.  


혹시...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걸으면서 그리고 에펠탑을 보면서 

샹송 ‘Les Champs-Élysées(샹젤리제)’ 노래 들어보셨나요?




에펠탑이 보이는 그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겠지만... 

그 순간에 ‘샹젤리제’ 노래를 듣는다면

당신의 감정을 두 배, 세 배 그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미국 & 캐나다 여행을 위한 여행 노래도 준비했야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간단한 예로


여행을 시작하는 시점인 인천공항에서 들을 노래로

콜드 플레이의 'Viva La Vida' 와  

영화 <위대한 쇼맨>에 나온 노래 'This is me' 노래를 준비했습니다.


이 곡들은

시작에 대한 두려움을 뜨거운 가슴으로 바로 역전시킬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치 군인들이 전장으로 출발할 때 승리를 기원하듯 출정가를 부르는 것처럼요.

저에게 매우 딱 맞는 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들을 노래로는

Simple is Best

Scott McKenzie - San Francisco


뉴욕은

뉴욕~뉴욕~ 으로 유명한 

Frank Sinatra - New York, New York

이 노래를 뉴욕 공항에 도착해서 들을 노래로 일단 킵 해두고


브루클린 브릿지를 넘어가면서 들을 노래로

JAY-Z - Empire State Of Mind ft. Alicia Keys


뉴욕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서서는 

Ellie Goulding - Love Me Like You Do


센트럴파크에서는 

영화 <나 홀로 집에> OST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역시 

영화 <라라랜드> OST


캐나다에서는

CLARK W. - Up Here, in Canada


그리고

Sia - Snowman

머릿속으로 펑펑 눈이 내리는 날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빙빙 돌리는 

이 음악의 로맨틱한 영상 장면을 상상하면서 

혼자서 큭큭 킥킥 엄청 웃으면서 

우리도 이거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아내 몰래 준비했어요 ^^


챌린지


신애 양 우리도 이거 같이 해볼까?


캐나다에서는 엄청난 눈이 위의 사진처럼 내려주길 바라며

이 노래도 준비했지요.


부드럽게 허리를 감싸고 안전하게 뒤로 확~ 눕히는 고난도의 기술은 아니더라도

강강술래만이라도 괜찮겠다는 생각만으로 엄청 즐거웠어요. 


이렇게 나라와 도시와 그 상황에 맞는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면서

여행하게 될 그곳에서 이 노래들을 들을 저를 생각하면서

엄청 즐거웠습니다.


그렇다고

여행에서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여행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예상치 못한 긴급하고 위험한 상황, 힘든 상황도 있기에

그런 상황에 잘 대처하기 위한 준비가 사전에 필요했습니다.


특히, 우리는 총 13번 비행기를 타야만 했기에 

공항 상황, 비행기 이착륙 그리고 수화물과 호텔 셔틀버스 등 다양한 상황에 따른 변수도 감안해야 했어요.

그리고 경유하는 곳도 있는데, 만약 우리의 캐리어가 우리를 잘 못 따라오면 어떡하지? 등등


이런 상황 설정만으로도 급 심박수가 올라가고, 대처법을 생각하느라 혼자 고민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각종 여행 관련 사이트에서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여행 선배님들이 격었다는 경험담을 교훈 삼아 마음속으로 시뮬레이션해 보며 전투력을 끌어올리기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이 다가오며 불안감은 더욱 커졌고, 

그럴 때마다 우리의 여행 짐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의 최종 여행 일정표가 나오지 못했군요.


왜냐면 

미리 학습한 여행에 대한 불안감과 각종 사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정과 도시가 수정

일정 추가 또는 축소하느라 수정

효율적인 이동을 위한 수정 등등

우리의 여행 계획표(itinerary)는 계속 수정되고, 수정되고 또 수정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승용 : 이전에 못 가본 나이아가라 폭포 가자

신애 : 시간적으로 너무 빠듯해

승용 : 단 하루라도 좋아. 자기가 이전에 못 본 나이아가라 폭포를 같이 가서 보고 싶어

         (토론토 일정 추가)


승용 : 샌프란시스코 일정은 어떻게 할까?

신애 : 산호세에 살고 있는 경미 언니 만나고 싶어

         (여행 루트 변경)


신애 : 캐나다에서 퀘벡도 좋지만, 죠앤 선생님이 살고 계신 프레더릭턴으로 우리가 찾아 가자 

승용 : 퀘벡을 못 보고, 비용도 더 많이 들 텐데 그래도 괜찮아?

신애 : 자기의 소원인 죠앤 선생님을 보는 거니까

          (퀘벡 과감히 삭제)


승용 : 프레더릭턴에서 죠앤 선생님과 3일을 함께할까? 

신애 : 나중에 아쉬워 울지 말고, 최대한 길게 잡아

          (기간 연장)


신애 : 캘거리와 밴쿠버 일정은 어떻게 할까?

승용 : 캘거리에서 Wendy mom과 더 있고 싶어. 밴쿠버가 좋다고 하지만 짧아도 돼.

         (기간 조정)


다양한 상황과 신애와의 대화 속에서 우리의 여행일정에 대한 파일명은 

최종, 진짜 최종, 진짜 진짜 최종......

계속 자기가 진짜라고 우기게 되었다 ^^


여행일정 ver1.hwp

여행일정 ver2.hwp

여행일정 ver3.hwp

여행일정 ver4.hwp

여행일정_최종. hwp

여행일정_진짜 최종. hwp

@@최종_여행일정. hwp

@@최종_여행일정(영어버전). hwp





여러 번의 수정 작업을 거쳐서 정말 스펙터클한 스케줄로 진화되어 갔다. 


효율성 있는 여행루트로 만들기 위해 고민 또 고민해서 만든 우리의 진짜 진짜 최종 여행일정표는

나와 아내의 wish list를 모두 이룰 수 있는 버전으로 이렇게 만들어졌죠.

이렇게 해서 '여행지별 이유와 목적에 맞게 합리적인 스케줄을 잘 짰네'라는 큰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원철씨/인희씨) - 샌디에고(근영씨) - 샌프란시스코(경미언니/케이블카/실리콘밸리) - 덴버(인희씨) - 뉴욕(뮤지컬/미국문화) - 캐나다 프레더릭턴(죠앤) - 토론토(나이아가라) - 캘거리(웬디맘) - 밴쿠버


우리의 여행 일정표는 마치 슈퍼스타 공연 스케줄처럼 엄청 빡빡해졌지만, 

그 어떤 여행 스케줄보다 더 감동적인 여정이 될 거라는 것은 확신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여행계획을 준비하면서 행복감과 두려움, 슬픔과 감동을 미리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여행 계획만으로도 히죽히죽 웃고 있는데 실제 여행에서는 어떻게 진행되었을지 궁금하신가요?


이제 @@최종_여행일정(영어버전)을 가지고 출발하려고 합니다. 

하루하루 쉽게 쉽게 요동치는 저의 감정선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앞으로 소개해드릴게요~


이제 여행스케줄이 완성되었으니, 캐나다 프레더릭턴에 있는 죠앤 선생님께 연락드렸습니다.


"우리 2월 1일 수요일에 프레더릭턴에서 만나요"


이제 진짜 진짜 당신을 만나러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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