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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전신간 Jan 20. 2024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면 일도 매력적일까

청년 직무 멘토링 후기


하기 전 마음: 빼빼로 사갈까?


멘토링 날짜는 11월 11일이었다. 근처에 빼빼로를 사갈 편의점이 없을까, 지도앱으로 찾아보면서 마음이 설렜다.


주관 기관 관련자의 모집 안내문을 보고, 모든 직무와 직군을 멘토로 모집한다기에 지원했다. 언제나 내 경험과 의견이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길 원했기 때문에 이 소식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경력도 5년이 넘었으니 나름의 지식과 견해를 전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도움의 대상이 취업 준비생이라기에 더욱 선정되기를 원했다. 나는 피부 건강 분야를 평생의 업으로 삼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기에 나만큼 적격인 사람도 없을 것 같았다.


멘티 선물로 마스크팩을 1장씩 나눠주었다. (출처: 한미약품 공식몰)



겁 주지 말 것


사전 준비 사항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멘티의 질문을 멘토링 전에 미리 받아볼 수가 있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미리 답변을 마련해 두라고 했다. 연락처나 명함 공유는 선택, 그리고 진행 시간을 엄수할 것. 그중 가장 인상적인 사항은 '겁 주지 말 것'이었다.

아직 사회생활 경험이 없으니 무엇이든 해보려는 마음을 꺾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이었다.


어찌 보면 가장 어려운 유념 사항이기도 해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현실은 행복으로만 가득하지 않은데 어떻게 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잘 되기를 바라겠는가. 실을 직시하도록 도와주고, 스스로 판단을 내리게끔 하는 게 도와주는 거 아닌가. 참고로 나는 T가 아니라 F다.


아니, 난 F야. (출처:구글 검색)

 


취준생의 마음


이런 사항과 마음속 의문을 토대로 멘토링에서 전할 말은 두 가지였다.

첫째, 좋아하는 일을 하면 100% 행복할 거란 생각은 틀렸다(세상 모든 일에 해당됨).
둘째, 화장품 산업은 지금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두 가지 모두 구직자, 특히 사회 경험이 없는 학생이나 취준생 입장에서 겁이 날 법한 요소다.


하지만 행복은 상황보다는 본인 마음이 만드는 것 같다. 원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는 그 자체는 당장 기쁠지라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계속 행복하기란 결국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그럼에도, 당장은 취뽀를 했다는 기쁨과 축하를 만끽하기도 전에 만약 회사가 합격을 취소하거나, 직무가 변경된다면 취준생에게는 그렇게 세상이 무너지는 일도 없다.


학생이 아니라 이제는 엄연한 사회의 일원이자 성인으로서 경제적인 자구력을 마련하려는 중데, 내가 가려는 회사와 산업이 과도기에 있다고 하자. 입사한 회사가 변화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탈선 수도 있다면? 


여느 회사, 산업이든지 과도기가 있는 법이다. (출처:freepik)



그러는 멘토님은요


약 10년 전의 나는 피부 건강을 테마로 한평생 살 거라고 다짐했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이지만 이건 이제 내 인생 자체가 될 거다. 그리고 인생은 '당연하게도' 행복만 100% 아니다. 그래서 어떤 불행과 고난이 와도 그게 내 다짐을 바꿀 순 없다고 생각했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더불어 당시 취업 시즌에 화장품 산업은 호황기였다. 비록 1년 뒤 즈음 포화 상태를 맞고 취업 시장에서 신규 채용은 꾸준히 감소세에 있지만, 그때는 국가 유망 산업으로 주목받고 또 성장세도 커서 상당히 좋은 선택지였다.


연도별 화장품 수출입 실적과 무역수지(출처:식약처, 하단 링크)


현재의 변화의 소용돌이 상태로 다시 돌아와서,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상상을 하게 하는 회사와 산업이 지금의 화장품 업계입니다."라고 말했으면 "와- 변화가 넘치는 역동적인 산업이라니 너무 멋져요!"라고 할 사람은 없겠지. 심지어 당시의 나 조차도.




본인이 겪어야 팩트


현직자에게 직무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해당 분야 취업을 노리는 입장에서 아주 귀하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업무 내용, 하루 일과를 최대한 사실 그대로에 가깝게 정리해서 자료를 만들었다. 그야말로 팩트를 담았다.


하지만 겪어야 팩트다. 내가 말하는 팩트는 '말'이지, 팩트가 아니다. 그들이 직접 1달 아니 하루라도 경험해야 조금 감이 올까 모르겠다. 다시 말해 는 팩트를 경험한 사람이지, 팩트가 아니다.   가감을 해서 각자의 머릿속에 잘 대입해 보고 결정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로 유명한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이것은 그림이지 파이프가 아니다.



 Deliver us


화장품 산업처럼 연구원이 마케터랑 아주 밀접한 산업도 없다. 그러자니 소비자 연구를 해야 하고, 이는 데이터 사이언스나 LLM, AI를 향하고 있다. 이 얘기까진 하지 않았지만 몇 년 뒤면 명백해질 거라 본다. 


하지만 내가 5년여간 같은 회사에 있으면서 어떤 직무를 하게 됐는지 캐치했다면 똑똑한 멘티는 아마 알아차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멘토링을 할 때엔 딱 그 중간 관점에서 업무를 설명했다. 이 산업이 뭘 목전에 두고 있는지는 직무 설명과 다소 동떨어진 내용이라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주관처에서 보낸 멘티 후기와 감사카드

다만 그들이 나를 찾아온 목적만큼은 충족시켜주고 싶어서, 화장품 연구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만큼은 최대한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2달이 지난 지금 보니 겁을 좀 줘도 괜찮았을 것 같다. 


혹시라도 이 길에 왔다면, 여러분은 부디 무사히 잘 배우고 있길 바래요. 그리고 조심히 따라와요. 전 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처리하고 길을 잘 닦아 놓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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