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완전신간 Feb 04. 2024

응 반박 시 니 말 틀림

단 2초가 없어서 패배한 이야기


재밌으면 믿음이 가


친구는 인스타그램에서 단 4개의 쇼츠로 구성된 광고를 보고 혹해서 토너를 샀다고 했다. 기대에는 한참을 못 미쳤다. 토너의 효과는 그가 광고를 보고 든 기대감만큼 진짜여야 했는데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다.


그런데 그날부터 인스타 광고를 보고 제품을 안 사지도 않았다. 제품에 대해 상세히 따져보는 습관이 생기지도 않았다. 그냥 ‘에이, 이번에도 낚였네.’라고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첫 장면은 단 2초 만에 이해되어야 한다.(출처:하단 기재)

몇 초 밖에 안 되는 짧은 광고만 보고 샀으면서 심지어 '나한테는 안 맞았나'라고 셀프 가스라이팅할 정도로 여러모로 유()한 친구다.



독기가 바짝 올라서


반면에 나는 여드름으로 정말 괴로웠던 시절을 잊을 수가 없다. 피부 염증으로 인한 불편함 뿐 아니라, 과대광고와 ‘네 피부에선 별로인가 보지’라는 결론 같은 데서 받는 실망감도 아주 고통스러웠다.


재차 당하고 나니 약이 오르기도 했고, 화장품으로는 안된다는 걸 몰랐던 때라 제품 성분을 발 벗고(?) 나서서 따지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그즈음 피부 임상효과를 특별히 강조하는 더마코스메틱(Derma-cosmetic),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신생 카테고리가 등장하기도 했었다.


코스메슈티컬 브랜드들(출처: 하단 기재)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나처럼 심각하고 진지한 소비자를 위한 화장품 전혀 주류가 아니다.  제품 하나면 예뻐질 수 있다는 쇼츠와 릴스는 장밋빛으로 반짝이고 모두가 광고의 이미지를 사랑한다.


코스메슈티컬 붐 이후로 달라진 것은 임상 테스트 결과가 상세 페이지에서 조금 더 중요해졌다는 정도의 차이뿐이다.



여기는 분위기가 달라


한편, 작년 여름 즈음부터 카카오톡의 피부 고민 익명 채팅방에 참여 중이다. 특히나 여드름이 고민인 사람이 많고, 내가 치열하게 파본 주제라 할 말은 많다. 여드름이 나는 피부에는 어떤 화장품이 좋냐며 물어보는 이도 많다.


작년에도 이곳의 사람들에 대해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다. 어떤 성분을 피하라고 했더니 내 말에 반박하는 사람이 있었다. 화장품 성분은 안 중요하다 일단락시키는 단순함에 1차로 답답함을 맛봤다.




응 반박 시 니 말 틀림


지금 나한테 뭐라는 거야.


저런 말은 처음 들어봤다. 내가 맞는데 왜 본인이 맞다고 할까? 결국 관련 근거를 길게 운운했더니 ‘그럼 그렇게 말을 했어야지’라며 이번에는 처음부터 말 안 했다고 2차 타격을 받았다.


객관적 진실도 받아들이는 마음에 따라서 쉽게 가짜로 치부었다. 사실을 말했으나 따져보거나 들어볼 새도 없이 바로 쳐냈다. 심지어  근거 없는 자의 '성분 무용론'을 감사히 받아들이며 가짜가 진짜가 되는 현상 또한 동시에 목격했다.


어떤 상황에서 나온 말인진 모르겠으나 명언이다.

미학자 진중권이 한 말이 있다.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니 이길 자신이 없다.”


진중권의 말을 빌려 내가 앞으로 취할 태도를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니 알아듣게 말하겠다.



초면에 고백은 좀


검증된 전문가로서 말을 하든지, 아니면 인스타 광고처럼 찰나에 시선을 끄는 자극을 극대화하든지. 이렇다 보니 익명방에서는 아무리 진실의 확성기를 들고 외쳐도 소용이 없다.


 나는 피부 때문에 진심으로 힘들었기 때문에 매사 화장품이라면 진지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다 나처럼 마음에 응어리를 안고 살지 않는다. 처음 보는 나와 내 컨텐츠의 진실성에는 당연히 관심이 없다.


정말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면 어둡고 무거운 과거를 딛고, 처음부터 그런 적 없던 것처럼 재빠르고 활발하게 날아다니며 사람들 속에 섞여야 했던 것이다.


현실에서 대뜸 이러면 도망간다.(출처: 구글 검색)


우린 이렇게 말해야 알아들어


인스타 광고에 낚여서 토너를 산 친구 얘기로 돌아오자면, 하나를 보면 속으로 오가지 생각이 쭉쭉 뻗어나가느라 쉽게 단언하지 못하는 나랑은 다르다.


다소 댕겅 댕겅, 투박하지만 시원하게 잘 자른 그의 말에는 토막마다 알맹이가 있다. 그런 그가 근에 먹스타그램을 시작하고 싶다 인스타그램 ‘광고판’이라고 했다.


인스타그램 피드는 광고판과 마찬가지다.

역시 그의 일축에는 핵심이 들어있다. 어쩌면 저 익명 상담방에서 쉽사리 내 말을 반박당한 건 신뢰의 문제가 아니고, 후킹(hooking) 요소가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자잘한 설명 없이 본능적으로 믿게 만드는 요소, 한 마디로 매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놓고 광고는 못하는 환경이니 팩트 체크를 물고 늘어지는데, 그러자니 익명방이라 신뢰 수준이 바닥이다. 혹은 이 중 누군가는 바이럴 광고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소비 심리와 커뮤니티에 대해 상당히 심도 있는 고찰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욕먹을 짓은 하면 안 된다.(출처: 구글 검색)



스낵컬쳐의 시대


청소년 대상으로 숏폼 제작법도 교육한다.(출처: 하단 기재)

누구는 화장품을 살 때 ‘팩트 체크’를 우선시할 것이고, 대다수는 '그냥' 자세히 따져보지 않고 당장 제품을 사고 싶어 할 것이다. 나는 이 두 명의 소비자를 다 아우를 수 있을까.


가능하다. 사실 두 명은 온전히 다른 개체도 아니다. 비록 지금은 재밌고, 극적인 광고가 먹히는 시대지만 인지도가 높아지고 규모가 커질구매와 동시에 신뢰성을 검증받게 되리란 건 자명하다.


따라서 결국은 ‘매력적인 전문가’가 승리한다. 

진중권은 이길 자신이 없다고 했지만, 나는 이길 자신이 있다. 






기사 출처 등



매거진의 이전글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면 일도 매력적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