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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만 발라도 피부 좋다고요?

타고났다니, 귀하의 피부는 고생이 참 많으십니다.

by 완전신간


무심하지만 이게 나야


한겨울에도 오직 스킨, 그래도 못 참겠으면 어디 엄마가 쓰던 크림 쿡 찔러 바르고 집을 나서는 그가 그랬다.


"아, 난 스킨만 발라서. 로션이나 크림 같은 거 자세히 알고 싶진 않아."

글쎄, 이 말이 내게는 마치 '아, 난 속옷을 입거든. 니트나 양말 같은 거 없어도 괜찮아.'처럼 들렸다.


의복으로서 최소한의 기능만 수행하려는지, 아니. 나갈 수 조차 없지. 오죽하면 속옷바람이라는 말도 있잖은가. 민소매 러닝 1개만 입고 갈 수 있는 곳은 아무 곳도 없다.

심지어 여름에도. 위아래는 가려야지. 스킨만 바르는 것도 물만 바르고 나가는 거랑 똑같다. 그놈의 상남자. 귀찮음을 터프, 마초이즘으로 승화시켜서 스스로를 속이지 말지어다.


근육을 입으셨다. 밖에 나가도 된다.


촉촉함은 노력에서 나오는 것


물광, 촉촉, 탱글... 이 단어들은 전부 '물'이 많은 모양을 연상시킨다. 물광은 사실 이제 별로 생소한 단어도 아니다. 물에 젖은 듯한 촉촉한 광이 감도는 피부를 말하는데 비슷한 표현으로는 결광, 윤광, 꿀광 같은 것들이 있다.


비록 연출이겠지만 건강해보이는 광채다.(이미지출처: 하단)

건강한 피부의 자연스러운 광채에서 나온 말인데 이런 광택이 도는 피부는 사실 보기에만 예쁘고 건강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도 물을 머금은 촉촉한 피부가, 건조하고 메마른 피부보다는 훨씬 더 건강하다. 물은 곧 생명을 뜻하듯, 피부 또한 회복 탄력성과 외부 방어력이 좋고 뛰어난 피부일수록 촉촉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의 피부는 땀과 피지를 배출하는데 피지는 유분, 기름 성분이다. 그러면 촉촉한 피부를 위한 수분은 땀에 포함되는 수분 밖에 없다. 하지만 땀은 덥거나 긴장했을 때 흘린다.


땀이 항상 이렇게 나면 화장품 안 발라도 된다. 못 바른다.

평상시에 사람이 항상 땀을 흘리지는 않기 때문에, 별도로 화장품을 바르지 않으면 피부는 자연적으로 건조하다. 이런데도 각질이나 트러블 없이 피부가 멀쩡하다면 유전적으로 금수저 피부일 것이고, 둘째로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양호해서 잘 버텨준다고 보면 된다.



세럼이 제일 비싸던가


그래서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것이 에센스다. 에센스, 앰플, 세럼은 사실 그 뿌리가 똑같다. 하지만 같은 국수라도 우동, 라면, 파스타, 비빔면 등 소스나 국물의 유무 등으로 다양하게 나눠지듯이 위 제품들도 점도와 사용감에 따라 달리 부르는 것이니 참고하면 좋다.

세럼일까 앰플일까. 붙이기 나름이다.

하지만 앰플이나 세럼은 에센스보다 훨씬 양이 적고, 점도가 높고 스포이드 형태이며 가격도 비싸게 책정되어 판매되고 있다. 에센스보다 농축된 영양과 성분을 담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라고 생각된다. 이는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세럼과 앰플이 더 점성이 있고 되직한 이유는 물을 잘 잡고 있는 보습 성분의 함량이 더 많아서 그렇다.



앰플의 비밀


그렇다고 이 보습 성분이 무슨 영양분 같은 건 절대로 아니다. 그저 우리가 느끼기에는 끈적거리는 액상 원료일 뿐이다. 하지만 제형 개발자의 탁월한 감각과 소비자의 반응을 유추하는 통찰력의 조합으로 나온 제품은 촉촉하고 쫀쫀하다.

아무리 좋은 성분이라도 과유불급이며 많으면 사용감만 불쾌해질 편하게 쓰지 못하니 원료 100% 그 자체만 바르는 사람이 없는 이유다.


꿀에도 가지(branch) 구조와 수산화기를 갖는 성분이 많아서 물도 잘 흡수하고 엄청 끈적인다.

그럼 대체 에센스의 어떤 보습 성분이 좋다는 걸까. 글리세린(글리세롤)이 가장 유명한 보습 성분이고, 부틸렌글라이콜, 프로판디올, 디프로필렌글라이콜 등이 있다.


영문으로 보면 Glycerin(Glycerol), Butylene glycol, Propandiol, Dipropylene glycol 등인데, 뒤에 -올(-ol)이라는 접미사가 붙는다. 이는 우리가 잘 아는 에탄올(Ethanol)의 그 접미사가 맞다. 수산화기(Hydroxyl group, -OH)라는 화학구조를 갖는 분자의 명명법이다.



에센스로 시작해요


이 구조가 물을 잘 끌어오기 때문에 화장품에 이 성분들이 사용되면 보습 효과가 있다. 다만, 에탄올은 분자 자체가 매우 가볍기 때문에 물을 끌어오지 못한다. -올로 끝나는 성분이라고 해서 모두 보습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니, 성분표를 보면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스스로 터득하고자 한다면 참고하기 좋은 사항이다.


선크림과 에센스, 폼클렌저면 삼위일체 완성

에센스나 세럼에는 이 성분들이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이 어되어 있고, 기름 성분은 없거나 조금 들어있다. 그래서 투명하고 시럽처럼 도톰하며, 뽀글거리는 기포들이 보이는 특징이 있다.

세안 직후 스킨으로 피부를 적신 뒤 바로 사용하면 촉촉함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 모든 피부 타입, 어떤 상황에서나 보습의 기본을 충실히 잡아준다. 크림보다 선크림, 그리고 선크림보다 에센스를 먼저 접하는 게 피부 관리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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