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세용 Jun 20. 2022

[오세용의 에세이 #26] 달리지 않는 벤츠

승차감보다 하차감이란 말이 있다. 차를 과시용으로 생각하는 요즘 세대의 생각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어쨌든 차는 부를 상징하는 아이템 중 하나니까.


경험이 쌓이고 시야가 넓어지며, 같은 사건에서 더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됐다. 단순히 사건을 보는 것에서 내게 미칠 영향을 그리고 타인에게 미칠 영향 그리고 그 타인이 타인에게 줄 영향 그렇게 다시 내게 돌아올 영향까지. 가능성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과정은 어쩌면 사건을 바라보는 데 방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잃는 만큼 얻고, 얻는 만큼 잃는다. 최근 많은 것을 얻으며 문득 나는 무엇을 잃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잃는 것을 바라봤을 때 내가 얻은 게 꽤 하찮을 수도 있기에.


그리곤 다시 생각한다. 나는 왜 이걸 얻었고, 왜 이걸 얻고 싶었는지. 가질 필요도 없는 것을 갖기 위해 잃었다면, 때로는 움직이지 않는 게 나은 선택일 수도 있기에.


출퇴근길 매일 보는 빨간색 벤츠를 보며, 멋있다고 생각했고,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이 차는 왜 매일 아침 그리고 매일 밤 서 있기만 할까 싶었다. 이른 시간에도, 늦은 밤에도 서 있다면, 이 벤츠는 승차감도 하차감도 아닌 '정차감'이란 것인가?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그게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 괴테


가능성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과정은 어쩌면 사건을 바라보는 데 방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더 나은 평가를 받고, 더 높은 가치를 받는다고 해도 내가 생각하는 가치에 미치지 못하면, 그보다 가치 없는 시기가 또 있을까.


그래도 아직까진 승차감을 택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세용의 에세이 #25] 배고픈 즐거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