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게임 디렉터가 인터넷의 ‘신'이 된 이유

신창섭 밈의 발생과정

by Otakuman

“선전은 본질상 일종의 예술이다.”

나치 독일의 유명한 프로파간다의 제왕,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발언이다.

최근 ‘메이플스토리’의 비즈니스 모델과 게임 커뮤니티의 여러 유저들을 풍자한 ‘다해줬잖아’ 라는 AI 노래 영상이 화제가 됐다. 2024년 9월 27일 기준 2개월 만에 조회수 842만회를 달성하며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조차 상황의 흥미를 가지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 성공은 인터넷상에 메이플의 디렉터 ‘김창섭’씨를 풍자의 의미를 담아 신(GOD)+창섭의 합성어인 신창섭으로 부르는 수 많은 창작물을 양산했다. 좋은 이미지의 신은 아니지만, 게임 디렉터를 신으로 표현하며 창작물을 수 없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르네상스와 같은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어떻게 그는 인터넷의 ‘신’이 될 수 있었을까? 그 맥락을 천천히 정리하면서 라이브 서비스를 지속해야 하는 온라인 게임의 위기들을 대처한 메이플스토리의 대처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건의 시작

문제의 시발점은 메이플에 존재하는 일반 서버와 리부트 서버 간의 차이가 점차 논란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의 메이플 스토리는 현재의 트렌드와 맞지 않게 성장에 필요한 아이템을 얻는 데에 과도한 시간과 현실 재화의 소모를 유도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는 메이플 스토리에서 오래된 아이템의 성능이 계속 유효해 시간이 지나도 가치를 잃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용자들은 아이템 구매에 큰 재화를 사용해도 부동산 시장처럼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팔면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용자 커뮤니티에서 이를 ‘폰지사기’라고 비유하면서 이용자 커뮤니티에서 점차 논란이 커졌고, 이 상황에서 메이플 일반 서버와는 달리 이러한 과도한 시간 소비, 현금 사용 유도가 적은 리부트 서버가 점차 인기를 끌었다. 이에 일반 서버 이용자들은 자신의 몇 백만원짜리 아이템을 사 갈 새로운 유저의 유입이 줄어드는 것에 큰 불만을 표하고 ‘리부트 서버’의 혜택을 없애서 일반 서버와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신들에게 피해가 오는 이런 의견에 리부트 서버 이용자도 반발했다. 인터넷 담론 중 하나인 ‘설거지론’(연애 경험이 전무하거나 매우 적은 남성이 젊은 시절 문란한 성생활을 즐겼던 여성과 결혼하는 행위를, 타인이 식사를 마치고 남은 더러운 식기를 자발적으로 설거지하는 것에 비유하여 비합리적인 선택임을 주장하는 인터넷상의 담론)의 표현인 ‘퐁퐁한다’를 사용해 일반 서버 유저들을 ‘퐁섭’이라고 조롱하고, 쌀 사 먹으려고 게임을 한다는 표현인 ‘쌀먹’이라는 표현을 메이플 유저들 전체를 비하하는 명칭인 ‘메숭이’(메이플+원숭이)와 합쳐 쌀숭이, 퐁숭이 등의 명칭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리부트 서버 이용자와 일반 서버 이용자 간의 대립을 ‘리부트 대란’, ‘리퐁대전’이라고 표현하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담론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유저들이 빠르게 이탈하고, 기존 메이플 스토리 서버의 경제 구조가 흔들리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자 당시 총괄 디렉터인 ‘강원기’ 디렉터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유저들과 소통하며 위기관리를 시작했다.


첫 번째 대응, 그러나…

그러나 라이브 방송은 제작진의 게임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 유저들의 여론을 파악하지 못함, 준비되지 못한 여러 발언으로 실패했다. 하지만 추후 개발진들의 방향이 수익이 더 많이 창출되는 일반서버의 의견대로 리부트 서버의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사건은 더욱 격화되었다.

이에 리부트 서버 이용자들은 이른바 ‘2차 리퐁대전’을 일으키며 트럭 시위를 하기도 했는데,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오히려 커뮤니티에서 ‘리부트 서버 혐오’ 정서가 늘어나며 조롱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후 산발적으로 리부트 서버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인터넷 활동을 벌였으나 점차 힘을 잃어갔다. 라이브 방송은 실패했으나, 리부트 서버 의견에 대한 침묵, 패치 방향을 통해 특정 유저층의 의견을 지지하면서 위기를 넘긴 모습이였다.


신이 되버린 디렉터

그리고 두 번째 위기이자, 리부트 서버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 사건이 벌어진다. 메이플 스토리의 주요한 아이템 강화 수단인 ‘큐브’가 확률이 조작된 게 적발된 것이다. 이후 운영진들은 디렉터 ‘김창섭’을 대표로 확률 조작의 근원이었던 큐브 아이템을 삭제하는 패치를 발표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리부트 서버의 핵심 시스템이었던 여러 혜택을 삭제하고 일반 서버와 똑같이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패치로 리부트 서버는 플레이할 가치가 더 이상 없어지며 리부트 서버의 이용자가 약 16만 명에서 3만 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일반 서버 유저들 중 리부트 서버를 싫어하던 이용자들은 "드디어 리부트 월드가 '정상화'되었다."라며 김창섭 디렉터의 결정에 환호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화’라는 인터넷 밈이 태어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 서버 이용자들이 리부트 서버 이용자를 조롱하기 위한 표현이었던 ‘정상화’는 게임을 접은 리부트 서버 유저와 다른 게임 유저들이 메이플스토리에서 사건 사고가 발생하거나 비용이 지나치게 비싼 BM을 도입할 때마다 역으로 메이플스토리와 일반 서버 유저들을 조롱하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이 표현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하면서 메이플 스토리와 관련 없는 곳에서도 사용되기 시작했고, 리부트 서버의 유저가 자신의 억울함을 선전하기 위해 제작한 노래인 ‘다 해줬잖아’라는 노래가 800만 조회수를 넘는 대박을 터트리면서 메이플 스토리에 관심조차 없던 일반 대중조차 상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밈의 힘으로 김창섭 디렉터는 인터넷에서 ‘신’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이후의 행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나, 이후에 보인 위기관리 행보는 꽤 흥미롭다. 신창섭과 정상화 밈에서 이럴 거면 리부트 서버를 없애버리라는 조롱이 있었는데, 그것을 8월에 진짜로 실행한 것이다. 계속해서 논란이 되는 리부트 서버를 삭제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리부트 서버의 유저들을 일반 서버로 옮기는 방안을 실행했는데, 아마도 높은 확률로 완전히 삭제될 경우 환불을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된다.

이 일련의 사건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흔히,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은 이윤을 위해 존재한다.’라는 말이 약간 신봉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의 ESG 경영이 주목받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점차 이해 관계자들과의 소통과 관계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메이플 스토리는 결국 수익의 손을 들었다. 리부트 서버 삭제를 통해 기존에 돈이 많이 되는 기존의 소비자들을 남겼으나, 그 과정에서 안 그래도 좋지 않던 대중의 인식이 바닥으로 떨어져 버리고 결과적으로 일반 서버 유저들이 우려하던 ‘신규 유저가 유입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이제는 위기를 관리하는 방식에서도, 현재 상황만을 넘길 것이 아니라 미래에 현재의 행동이 일으킬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현재를 위해 미래를 팔아넘긴 메이플 스토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추억 속의 즐거운 게임이 온갖 논란에 휩싸여서 천천히 침몰해가는 모습은 입맛을 씁쓸케 하는 구석이 있지만 동시에 이것을 계기로 게임 업계도 차근차근 소비자들에게 친화적인 구조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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