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이걸 염두에 두고 가자
혹시나하고 나갔는데 오늘도 역시나다. 소개팅만 갔다 오는 길이면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더 지치곤 해.'라는 이적의 달팽이 노래 가사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개팅을 아예 끊을 수도 없다. 왜냐하면 소개팅 말고는 딱히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나 루트가 거의 없다.
소개팅 성공률은 왜 낮을까?
첫째,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선자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소개받기 때문이다.
그 사람 진짜 진국이야. 너랑 참 잘 어울릴 거 같아.
내 친구 진짜 예뻐. 내 친구 진짜 재밌어.
흔히 소개팅을 주선하는 사람이 해주는 말들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소개팅에 나가면 주선자가 했던 말과는 다른 사람이 나온다. 분명 예쁘다고 했는데 아니고 핵잼이라고 했는데 노잼이고 전혀 나랑 어울릴 것 같지도 않으며 진국은커녕 말도 안 통한다. 소개팅에서 이런 참사가 자주 일어나는 이유는 바로 [소개팅 대상자-주선자] [ 소개팅 대상자-나] 와의 관계가 다르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1) 소개팅 대상자와 주선자가 친구일 때: 주선자는 내 친구가 너무 괜찮다며 소개를 받으라고 했지만 나는 괜찮지 않은 경우다. 보통 친구들 사이에서는 너무 재밌고 진국이고 괜찮은 사람이지만 이성 관계에서는 전혀 아닐 수 있다. 예를 들면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관계에서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친구일 때는 마냥 장점만 가득했던 사람이 연인이 되자 생각지도 못한 단점이 보이고 자주 다투기도 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친구라는 관계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연인이라는 관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차이가 크기 때문에.
2) 소개팅 대상자와 주선자가 직장 동료(일적인 관계) 일 때: 내가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은 직장에서 일 잘하고 센스 있고 참 멋진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아까운 사람을 내가 아끼는 사람에게 소개를 해주고 싶어 소개를 해줬지만 둘은 잘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우린 회사에 갈 때 가면 하나쯤은 쓰고 가지 않는가? 직장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100% 그 사람일 수가 없다. 회사에서는 회사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모습으로 어느 정도의 연기를 할 수밖에 없기에 대부분 '회사원 부캐'로 직장 생활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에서 보이는 대상자와 이성 관계에서 보이는 대상자는 분명한 갭이 존재한다.
3) 소개팅 대상자와 주선자가 상하관계(나이/혈족/조직 속) 일 때: 소개팅 대상자가 주선자에게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추어야 할 관계일 경우다. 주선자가 나이로 윗사람이거나 친인척 또는 조직 내에서 윗 사람인 관점에서 보는 대상자는 너무 착하고 말 잘 듣는 바른 사람이라 소개를 주선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이성 관계에서의 대상자의 모습은 또 다르기 때문에 소개팅에서 보이는 대상자의 모습은 들었던 설명과 괴리감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차이를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대부분의 사람은 관계의 종류에 따라 부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선자가 마음에 드는 사람일지라도 당사자인 내 마음에는 안 들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물론 주선자가 마음에 든 만큼, 설명한 만큼 아니 그보다 더 괜찮은 사람인 경우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확률적으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적다는 것. 그래서 소개팅 후에 주선자가 친구라면 절교하니 마니 한다거나 윗사람이나 직장 사람이면 내색은 못하고 대충 얼버무리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은가. 이런 불편함을 겪어봤기 때문에 특히 직장 사람이나 손윗사람이 주선하려는 소개팅은 더 부담스럽지 않은가.
둘째, 친하면 다 좋아 보인다.
소개팅을 권유받으면 보통 가장 먼저 묻는 게 '예뻐?' 또는 '잘 생겼어?'라는 질문이다. 물론 이 질문은 주선자와의 관계가 편한 관계일 때 쉽게 물어볼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주선자의 대답은 대다수가 '응. 내 친구 진짜 예뻐!' 또는 '야, 걔 진짜 남자답게 생겼지!'이지만 막상 소개팅에 나온 사람을 보고 당황한 적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요즘은 사진을 미리 보기도 하지만 사진과 실물은 또 차이가 있으니까. 왜 이런 갭이 생길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라포'가 형성되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감과 호감이 높아지는데 이런 호감은 외모도 괜찮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나와 알고 지낸 시간이 꽤 있는 사람이라면 외모도 익숙해지기 마련이고 객관적으로 볼 때 외모가 괜찮은 것은 아니지만 하는 짓이 예쁘거나 말하는 게 예쁘면 사람 자체가 예뻐 보이면서 사람이 전반적으로 다 잘 나 보인다.
콩깍지에 씌었다거나 제 눈에 안경이란 말은
비단 연인 관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셋째, 소개팅은 시간이 부족하다.
또 외모 얘기를 꺼내게 되는 것이 나 역시 불편한 감이 있지만 이 경우를 설명하려면 불가피하기에 이해를 요한다. 우리가 외모로 한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내가 이상형으로 여겼던 외모가 아닌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경우도 많은 것처럼. 하지만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외모의 매력도가 떨어지는 사람이 소개팅에서 성공할 확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내 외모가 잘나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이기 때문에 내 경험에서 나름 분석하고 얻어진 결과를 얘기하며 함께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사랑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1인이기 때문에.
소개팅은 면접과 대동소이하다.
그렇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에 시간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소개팅도 면접처럼 첫인상 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첫인상 요소 중 면접은 신뢰감에 비중이 크다면 소개팅은 호감이다. 그리고 그 호감은 상대방의 눈에 괜찮아 보이는 외모냐 아니냐가 될 것이다.
소개팅에서 상대의 외모가 마음에 안 든다면 다음 만남이 성사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외모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사람이 소개팅에서 성공할 확률이 낮다.
소개팅은 외모 이외에 내가 가진 장점과 매력을 어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그 사람은 외모는 사실 별론데 성격이 참 좋아.' '외모는 내 스타일이 아닌데 심성이 착하고 성실해.'
이렇게 상대방이 나의 다른 매력을 발견하려면 자주 볼 수밖에 없는 관계에서 가능하다. (물론 외모는 별로지만 선수라서 짧은 시간 내에도 호감을 갖게 만드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나 그런 소수는 논외로 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상대적으로 외모에 매력 점수가 떨어진다면 나를 보여주기에 시간이 부족한 소개팅으로 좌절감과 시간낭비를 반복하는 것보다 자주 볼 수밖에 없는 관계 속에서 내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전략으로 변경을 해보라는 것이다.
넷째, 핵잼이라고 들어 기대했던 사람이 노잼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말을 너무 재밌게 하고 뭘 해도 빵빵 터지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소개팅에서 만큼은 이상하게 그 능력이 발휘가 안 된다. 왜냐고? 쉽게 설명하자면, 개그계에서 재밌다고 인정받는 사람이 무대에서는 노잼인 경우와 비슷하다.
내 지인 중에 개그맨 공채로 합격했지만 개그맨으로 성공하지 못 한 사람이 두 명이 있다. 이 두 사람은 평소에 같이 있기만 하면 너무 재밌어서 어느 자리에서든 환영받았다. 그들도 이런 끼를 참지 못하고 개그맨 시험에 도전, 정말 합격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큰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마침내 TV 개그 프로에 나오는 걸 봤는데 별로 재미가 없다. 만날 때마다 그렇게 빵빵 터지던 사람들이 TV에서는 완전히 노잼이다. 결국 그들은 개그맨을 그만두고 지금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재밌는 사람이라고 해도 소개팅이라는 첫 만남은 긴장되기 마련이고 어느 정도 격식을 차릴 수밖에 없다. 격이 없는 친구들 사이에서야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행동하며 재미를 줬지만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어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재밌는 분이라고 들었는데 의외로 조용하시네요.'
이런 얘기가 나오는 순간 소개팅은 실패하는 것이다.
내가 이야기하는 내용들이 모든 사람과 모든 경우에 해당이 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그 어떤 것에도 예외는 있으며 내 경험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얘기하는 것은 나의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에서 얻어진 공감을 함께 녹여 생각을 정리한 것뿐이다. 천만 영화도 노잼인 사람이 있고 유행하는 노래도 별로인 사람이 있듯이 글도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닌 사람도 있는 것이니까. 내 글을 읽는 당신이 조금이나마 공감했다면 그걸로 좋은 것 같다.
왜 소개팅에 잦은 실패를 겪었는지 공감했다면 이제 실패의 확률을 줄여보자. 그리고 소개팅에서 성공을 찾지 못할 것 같다면 다른 전략을 통해 사랑을 쟁취할 수 있길 바라며 소개팅 개론을 마치고자 한다.
Author.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