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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서 Oct 08. 2022

숏칼럼 '요즘 법정 드라마가 좀 과한 것 같다.

2022년 법정 드라마(사진: 각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요 근래 드라마를 보면서 느껴지는 것 중 하나가 변호사 드라마 과식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 소재가 변호사 밖에 없는 것인지 아니면 변호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시청률이 잘 나와서 그런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재미의 여부를 떠나 이제 지겨울 정도로 과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보기 싫어지는 게 사실이다.


2022년 2월 28일 방영                                 2022년 4월 8일 방영                        2022년 6월 3일 방영
2022년 6월 3일 방영                                2022년 6월 29일 방영                        2022년 7월 29일 방영
2022년 9월 5일 방영                                2022년 9월 23일 방영                        2022년 9월 25일 방영


올해만 해도 내가 아는 법정 드라마만 9편이 나왔다. 디즈니나 넷플릭스를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나고 곧 방영 예정인 법정 드라마도 있기 때문에 10편은 거뜬히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럼 올해 법정 드라마가 거의 한 달에 한 편 꼴로 방영이 됐다는 걸 의미한다. 어쩐지 티비를 틀 때마다 법원이나 변호사가 나오더라니. 내 느낌 탓이 아니라 실제로 그만큼 방영이 많이 된 것이었다.


왜 그럴까?

미리 언급하지만 난 특정 드라마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이 드라마들 중에서는 나 역시 재미있어 매주 본방 사수를 했던 드라마도 있다. 난 단지 지금 이 현상이 나만 느끼는 느낌인 건지 궁금했고 또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 시청자들이 정말 법정물에 갈망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렇게 많은 드라마 소재로 쓰일 정도로 법조계가 드라마처럼 정의롭고 평등한가? 

시청자들이 법정물에 대한 니즈가 높은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법조계가 드라마처럼 정의롭고 공정하게 돌아가는 건 아닌 것 같다. 게다가 법정 드라마 속 인물 같은 법조인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드라마가 현실과 같을 수는 없고 비현실적인 부분이 더 많다는 것은 필자도 인정하는 바이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 하기 때문에. 이처럼 가끔씩 비현실적인 법조인의 등장으로 권선징악을 행하며 시청자에게 통쾌함과 감동을 전해주는 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지만 이렇게 연쇄적으로 쏟아져 버리면 오히려 매너리즘에 빠져드는 것 같다. 너무 자주 보다 보니 또 그렇고 그런 얘기, 뻔한 전개와 결말이 슬슬 지겨워지면서 시청자를 무뎌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법정 드라마가 폭우처럼 쏟아지는 이유를 정확히 찾을 수는 없으나 좋게 보면 정의와 공정이 무너진 현실을 꼬집고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보이고 나쁘게 보면 무너진 그 세계를 드라마에서 과도하게 미화시키고 포장시키려고 보이기도 한다. 법정 드라마가 과해진 이유가 전자가 됐든 후자가 됐든 결론은 너무 많다. 이제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피곤할 정도로.




직업의 세계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도 창작의 고통을 느낄 것이다. 지금까지 나올 수 있는 소재는 모두 나왔고 신선하고도 재미있는 소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신선하고 흥미로운 소재의 드라마가 나와주면 참 고맙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까지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나오며 많은 소재들이 소모되고 고갈됐기 때문에 이 부분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다. 뻔한 아침 드라마가 그렇듯 미니시리즈 역시 뻔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특정 직업과 업계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한 달 걸러 나오는 건 선을 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과 인생이 있고 또 사람이 있다. 그런데 왜 줄곧 검사, 변호사, 판사가 중심이 되는 법정 드라마인지 도무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한때는 의사라는 직업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주류를 이룰 때가 있었다. 그때도 시청자들은 똑같은 소리를 했다. '또 병원? 의사?' 이런 식으로. 요즘이 딱 그때와 비슷하다. '또 법정? 변호사?' 이렇게. 마치 모든 방송사가 함께 기획이라도 한 것처럼 아니면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요즘은 채널을 돌리면 배우만 바뀌어 법정이 배경으로 나오고 있었다. 이미 만들어진 드라마의 방영을 이제 와서 취소할 수는 없겠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앞으로 이 정도로 많은 법정 드라마는 사양하고 싶다. 



응답하라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만 보아도 특정 직업을 소재로 하지 않았지만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얻었다. 그리고 레트로 트렌드에 기폭제 역할까지 하면서 복고의 유행을 이끌어 가기도 했다. '도깨비'는 법정 드라마보다 더 비현실적인 판타지 장르였지만 역시 많은 시청자에게 기다림의 한 주를 선물해 주었고 '오징어 게임'은 어릴 때 놀던 놀이를 소재로 만들어졌지만 세계 정상에 우뚝 서는 월드클래스 드라마가 되었다. 이처럼 굳이 어떤 특정 직업의 세계를 소재로 하지 않아도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든 드라마는 차고 넘친다. 

필자는 앞으로 법정 드라마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가 접하지 못하는 세계와 직업을 그려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건 언제나 환영이다. 하지만 그 빈도와 수가 적당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특정 직업만 소재로 하는 것보다 이웃의 삶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드라마 소재로 만들어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내가 겪지 못한 타인의 삶이나 시간과 공간을 좀 더 많이 보고 싶은 마음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MZ 세대가 겪지 못했고 앞으로도 겪을 수 없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 당시 사람들의 삶을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면서 그들에게도 충분한 공감대와 관심을 이끌어냈다. 나아가 구 세대와 신 세대를 연결시켜주는 효과도 있었다. 굳이 드라마를 법정에 세우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의 심판을 받을 수 있는 소재는 많지 않을까? 법정 드라마가 쏟아지는 지금, 이런 추세에 대한 시청자들의 판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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