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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서 Mar 08. 2024

이런 일인 줄 알고 입사 지원 했나요?

조기퇴사 예방책

IMF 이후로 취업은 지금까지도 어려운 과제 중 하나가 되었다. 바늘구멍이라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취업의 문. 그만큼 취업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일단 들어가고 보자'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취업이라는 것이 일단 들어가고 보기만 하면 될 정도로 단기적인 것이 아니다. 취업을 하고 나면 길게는 20년 이상을 직장인으로 살아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른바 '묻지마 취업'이 된다면 이 긴 레이스에서 롱런하기 힘든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이런 장거리 레이스를 달리기 위해서 취업 전략을 세밀하게 세워야 한다. 스펙을 쌓고, 자격증을 따는 등 나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도 중요하지만 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직무분석을 통한 직무에 대한 이해. 내가 회사에 들어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조기퇴사'를 할 위험성이 높다. 이는 대학에 들어갔는데 전공이 맞지 않아 학교에 가기 싫어지고 학점이 엉망이 되며 결국 자퇴까지 이어지는 것과 흡사하다.


© headwayio, 출처 Unsplash


우리는 한낱 어린 고등학교 때 전공을 선택해 대학에 입학한다. 아직 세상과 사회를 모르는 고등학생이 전공을 선택하는 기준은 거의 대동소이. 부모님의 의견을 따르거나, 내 성적에 맞춰서 가거나, 친구따라 강남가거나, 취업이 잘 된다고 해서 선택하거나.

물론 이밖에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종합하자면, 대부분은 이렇게 전공에 대한 이해가 없이 전공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내가 배울 내용이 뭔지, 이걸 배우면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어떤 과목이 있는지도 모르는 무지의 상태에서 전공이란 인생의 큰 결정을 내려버리게 된다.



실수는 한번으로 족하다.



대학과 전공 선택이 이렇게 무지의 상태에서 출발해 후회를 했다면 그 후회는 한번으로 족하다. 취업만큼은, 내가 앞으로 하고 살아갈 일만큼은 정말 나에게 맞는 일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혹자는 "어떻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요?"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물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방법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난 '하기 싫은 일을 피하는 방법'을 얘기하려 한다.



회사원이 된다는 것은 가장 일반적이고 흔한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회사원이 꿈이었던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내 꿈을 접고 회사에 들어가거나 회사를 내 꿈을 펼치기 위한 디딤돌로 삼기 위해 회사에 들어간다. 그러다 회사의 일이 잘 맞아 그게 내 꿈으로 바뀔 수도 있고 회사에서 배운 것들이 내 꿈에 플러스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하기 싫은 일을 피해야' 내 꿈이 될수도, 내 꿈에 플러스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난 대학에서 자주 직무분석에 대한 강의를 한다. 직무분석 강의 자주하지만 매번 느끼는 것은 학생들이 직무에 대한 이해가 매우 약하다는 것. 영업은 들어봤지만 판매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거나, 마케팅과 광고를 혼동하거나, 홍보팀이 마케팅을 한다고 생각하거나. 이렇게 직무에 대한 이해가 없이 내가 아는 얕은 이해도로 직무를 선택해 지원한다면 입사 후 6개월 내 멘붕이 온다.



아... 내가 이런 일을 하려고 회사에 들어왔나...

이 말이 수시로 나오게 되는 사람이 바로 직무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입사한 것.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알았다면 지원하지 않았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감당할 마음을 먹고 지원했을 것이다.


모르고 당하는 것과 알고 당하는 것의 데미지는 천지차이. 우리가 사고칠거라 예상했던 사람이 사고를 치는 것과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사람이 사고를 치는 것에 대한 쇼크게이지가 다른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난 내가 기업 생활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직무에 대한 장단점을 알기 쉽게 설명하려 노력한다. 단순히 인터넷에서 긁어 모을 수 있는 직무 정보를 강의로 얘기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기업인으로 사는 동안 어지간한 직무는 다 순환을 해 보았기에 최대한 경험을 많이 얘기해준다.



요즘 직무 순환도 있고 마음에 안들면 나중에 바꾸면 되잖아요?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회사 내에서 직무를 변경하는 건 쉽지 않다. 전공을 바꾸는 전과도 쉽지 않은 것처럼 직무 변경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직무 순환제는 있으나 실행되는 회사도 많지 않다.


회사를 다니면서 직무를 변경하는 것 즉, 부서 이동을 하려면 3박자가 맞아야 한다.


첫째, 내가 그 팀에 가고 싶어야 한다.

둘째, 그 팀에서 날 데려가고 싶어야 한다.

셋째, 내 팀에서 날 놔줘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 중, 둘째에 해당하려면 내가 일을 끝내주게 잘해 여기저기서 원하는 경우가 되어야 한다.

그럼 그렇게 일을 잘하는데 내 팀장이 날 놔줄까? 이런 게 바로 아이러니. 그래서 직무 변경은 매우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직무 변경 신청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이 팀을 떠나고 싶다는데 그걸 반길 팀장은 없으니. 자칫 직무 변경은 실패하고 팀장한테 찍혀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될 수도 있다. 이제 일 다 가르쳐서 팀에 보탬이 되기 시작했는데 다른데 가고 싶다하면 좋아할 사람이 없는 것도 사실이니까. 커리어마켓같은 내부 채용 제도가 회사에 있어 이용하면 좋지만 많은 회사가 이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이 역시 내가 팀장 몰래 신청했다간 찍히는 건 시간 문제다.


직무의 이해와 선택은 이처럼 매우 중요하다. 내 첫 직무가 내 평생의 커리어가 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기 때문에. '배운게 도둑질'이란 말처럼 나중에 퇴사를 하고(회사는 언젠가 나와야 하니까) 사업을 하든, 이직을 하든 내가 조직에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새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내가 해 오던 게 내가 지금 가장 잘하는 일이 돼 있을 것이고, 내 긴 경력이 사업과 연결이 돼야 사람들의 신뢰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만약 마케팅 컨설팅 사업을 시작한다면, 기업 마케팅 15년 경력자가 운영하는 업체와 3년 경력자가 운영하는 업체 중 표면적으로 어떤 업체에 더 신뢰가 갈지는 뻔한 결과일 것이다.



취업만 해도 감지덕지, 직무 선택이 왠 말?

직무를 고르는 것은 배부른 자가 여유를 부리는 게 아님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 직무의 선택은 내가 부리는 여유가 아니라 내가 취업을 하는 이유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 옵션이 아니라 필수 옵션이자, 취업 지원자의 권리이다.


회사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어느 팀에 들어가느냐도 중요하다. 이제, 취업을 바라보면서 어떤 회사의 어떤 직무에 지원할 지 함께 생각하도록 하자. 바늘 구멍을 뚫고 들어간 회사에서 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 조기 퇴사를 고민한다면 얼마나 낭비인가? 게다가 보통 3년 미만의 경력은 경력으로 쳐 주지도 않는다.


© nullplus, 출처 Unsplash

"하지만 전 취업만 시켜주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대학만 들어가면 다 될 것 같았는데 그렇게 됐는지.

전역만 하면 만사 오케이일 거 같았는데 그렇게 됐는지.

나랑 사귀기만 하면 다 해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렇게 됐는지.


회사는 들어가기만 하면 다 가 아니다.

들어가는 순간 살아남아야 한다.


지금 당신은 그 일이 뭘 하는 일인지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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