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ine, I'm aging
11월 23일, 되도록 제목 없는 글을 쓰자는 다짐을 뒤로 물러두고 제목을 짓는다.
제목은 '램테크놀로지에 대한 단상'이다. 이것은 주식에 대한 이야기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일시적으로 3,000선 언저리로 올랐던 22일부터 2,900선으로 다시 앉은 23일 오전까지 하루 최대 상한선인 약 30% 양봉을 보인 종목이 있었다.
바로 '램테크놀로지'다. 22일 오전, 일본이 독점하고 있다시피 한 불화수소의 국산화를 성공했다는 보도자료가 뿌려졌고, 이후 규모가 큰 경제지에서 기사를 써냈다. 사람들은 주식에 몰려들었고, 나도 그 안에 있었다. 평상시 투자를 할 때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다. 우량주는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 터라, 성장주 위주로 물색하던 와중이었다.
23일 오전, 램테크놀로지 주가는 개장과 동시에 5분도 안 돼 약 30% 오른 11,550원이 됐고, 매도량은 없고 매수량이 많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나는 최고가에 매수를 걸어놓았고, 몇백 주를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주식거래 앱을 끄고 요즘 하고 있는 공부를 시작했다.
점심을 먹으려고 쉬는 시간과 동시에 앱을 켠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마이너스 30%. 5분이 지나자 마이너스 40%를 달성했다. 순식간에 돈이 삭제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떨어지는 주가를 보고도 패닉에 팔지 못했다. 그러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50주를 헐값에 매도했고, 나머지는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장의 상황에 따라 수익이 왔다 갔다 하는 건 어쩔 수 없고, 손익이 들쑥날쑥한 건 그렇다고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굉장히 기만적이라 화가 나는 포인트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경제지의 자세다. 우선 주가 폭락의 원인은 사칭 보도자료를 기사화한 언론에 있다. 사칭 보도자료가 경제지를 통해 기사화에 성공하면서 포털에 걸리게 됐고, 이를 본 투자자들은 정보에 신뢰를 얻고 투자를 하게 된 것. 기자라는 이름으로 기사를 쓸 때는 검증이 필수적이다. 기사 본인이 취재를 통해 1차 검증을 하고, 데스크에서 2차적으로 검증을 할 터이다. 게다가 불화수소 국산화라는 건 반도체와 관련해 자구력을 갖는다는 차원에서 대단히 큰 이슈임에도, 기자가 해당 회사에 연락해 담당자의 코멘트조차 받지 않고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현재 경제지들의 기사를 보면 22일 기사를 올려두고 대부분 게시글 수정에 들어갔다. 램테크놀로지를 검색하면 금방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기자들이 기업홍보라인과 다를 바가 없다고 느끼는 대목이다. 처음엔 언론의 보도를 축소시킨다는 차원에서, 재갈을 물린다는 차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담긴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고민되는 부분이 있었으나, 이름 있는 탐사보도 매체에서는 이미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고 정밀한 저널리즘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꼭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길 바라는 바다.
언론이야 저물어가는 산업이고, 지면 매체들은 살아남으려고 발악을 한다. 기업 광고를 따고자 기자들이 밀착하는 건 사실이고 사실상 대한민국에서의(특히, 경제지에서의) 기자란 광고를 따오기 위한 총알받이에 그치는 게 대부분이다. 적극적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갖는다. 책임 없는 기자, 책임 없는 언론은 업계에서 추방당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관성화된 언론의 영업환경이 진심으로 언론인을 꿈꾸는 이들의 꿈을 망친다. 이름 있는 언론사에 들어간다고 한들, 결국 회사의 이익을 위해 기업 곁에 기생충처럼 붙어먹어야 하는 이로 살아야 하니 얼마나 자괴감이 들겠는가. 주체적으로 기자의 직업윤리를 고민하고 한 글자씩 타이핑하는 기자들이 요즘 시대에 얼마나 있을까.
두 번째 포인트는 램테크놀로지의 대응이 굉장히 허술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업 홍보라인은 해당 기업의 기사를 서치 한다. 대행사에 홍보를 맡겼다고 하더라고, 대행사에서 이를 해준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고 했을 때 바로 회사에 보고돼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럼에도 램테크놀로지의 공시는 23일 오후 7시가 넘어서야 나왔다.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됐는지 모르지만 이틀의 기간 동안 이상 징후에도 기업의 대응이 투자자 보호와는 굉장히 멀었다는 점. 이번과 같은 일들이 주식시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일들에 대해 금융당국 차원에서 조사하고 근본적인 규제, 이를테면 기업이 투자자에 소홀하지 않도록 이 같은 문제가 일어났을 시 받게 되는 페널티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비록, 내가 많은 금액을 투자한 건 아니지만 기사로만 접했던 주가 폭락의 당사자가 돼보니, 정말 옵티머스 펀드나 라임 펀드에 아무것도 모르고 투자를 권유받았던 이들이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을까 짐작할 수 있다.
투자는 느린 걸음으로 돌다리 두드리듯이 가야 한다는 걸 다시 깨달은 오늘이다.
진정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은 근본 있는 기업 기반을 바탕으로 한다. 결코 잊지 않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