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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May 12. 2022

나를 우선하며 삽니다.

군인, 군악대장 가족입니다만

돌이켜보면 어느 시기이든 어느 지역이든 살기에 적합했다. 신혼 때는 신혼 나름대로, 첫 아이와 지낼 때는 그에 맞춰서, 둘째와 함께 보낼 때는 그에 적합하게 좋았다. 어떤 지역이든 살기 좋았다. 각 지역이 자랑으로 하는 각각의 산, 바다, 강 등, 자연이 어디든 그곳에 있었고 맛 집, 카페, 문화생활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지역의 특색대로 개성 있게 존재했다. 어느 지역 한 달 살기처럼, 나에게 이사는 어느 지역 2년 살기였다고나 할까. 몇 박 며칠 가볍게 떠나는 여행이 아닌 조금은 기나긴 여행이라고나 할까.      


군인가족으로 살면서 어려웠던 것은 새로운 곳으로의 이사도 이사지만, 결정적인 데는 사람이다. 상처가 되는 지점에서는 늘 사람이 있었다. 견제하는 눈빛, 시기 질투, 차가운 말투, 나에 대한 오해와 무관심, 억지스러운 행동들.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읽히는 그 모든 것들에서, 흡사 댓글이 눈앞에서 읽히는 것처럼 결국에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제일 힘들었다.      


떠날 사람과 남는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외롭다. 떠나는 사람은 떠나는 사람대로 깊이 정을 주지 않는다. 어차피 2 여가 지나면  사람이기에 깊은 정을 주지 않는다. ? 정을 줘봤자  사람이  힘드니까. 남은 사람은 남은 사람대로 외롭다. ? 떠나보낼 사람과 친해져 봤자 금방 이별이고 빈자리가 허전하니 정을 줘봤자 나만  힘드니까.  아이가 겪을 문제들도 이와 비슷했다. 지역에 있는 비슷한 나이 또래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헤어짐의 아픔을 경험하게  주고 싶지 않다. 군인가족 자녀들은 그래서 아쉽고 친구가 고프다.      


일부러 상처 주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더 상처받은 사람이 있고 덜 상처받은 사람이 있을 뿐. 상처 입은 자들 사이에선 다들 자신의 상처만 보일 뿐, 상처가 없는 사람이 없다. 잠시 스쳐 지나갈 사이가 뭐라고 이리도 신경이 쓰이는지 말이다.      


어쩌면 잘 지내야 한다는 이상적인 어울림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 건 아닐까. 나에 대해 부정적 평가나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대방이 나와 다르기 때문에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성숙한 대인관계가 아닐까. 사람 관계라는 것이 깊은 속마음을 나누는 진정한 친구도 있지만 일과 연관된 사회적 인간관계도 있다. 집 밖을 나가면 마주치는 다른 군인 가족들과 마음이 맞아서 인간적으로 친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 확률이 몇이나 될 수 있을까.      


모처럼 김미경 강사의 강연을 들으러 간 자리에서 들은 말이 가슴을 탁 쳤다.

“옆 집과 헤어지세요.”      

유튜브 캡쳐. 인터넷 펌. 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이건 스스로 자기 계발에 힘 쏟고 나를 위해 살라는 조언이다. 옆집과 어울려봤자 지금 수준의 딱 그 정도 되는 사람들이랑 모이게 된다면서 말이다. 팔자타령만 하는 관계는 나의 성장을 돕지 못한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인연을 아파트 내에서 만난다는 건 환상일지도 모른다. 어울림이라는 단어 안에는 조화롭다는 느낌이 들어 있어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조화롭지 못한 사람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있다. 그간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 사람들과 못 어울리는 내가 문제인 건가 라는 생각이 스멀거렸다.      


뭐 하러 굳이 상처받고 싶지 않은 사람끼리 들볶이며 관계를 맺으려 했을까. 김미경 강사의 말처럼 나 혼자 지내도 전혀 문제가 없는데 말이다. 만나도 고민, 만나지 않아도 고민이라면 그 시간에 그냥 나를 위해서 내 삶과 하루를 잘 경영하는 것만 그려봐도 된다. 옆집과 헤어져서 나를 우선으로 살고 지금 여기에서 잘 지내기 위해, 피상적이지만 부드러운 인간관계를 맺는 딱 그 정도가 사회생활에서는 필요한 것 같다.  

    





계급 문화와 특유의 환경이 내포되어 있는 군인가족 지점에서

개인성이 강한 내가

더불어 살아가며 성장하는 일상을 담습니다.

보편성과 개인성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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