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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May 17. 2022

저에겐 필수입니다.

군인, 군악대장 가족입니다만

집안을 정리해 드립니다 하는 정리정돈, 청소 회사들이 호황이란다. 물건을 비우고 공간을 재구성하고 보지 못한 점을 발견해 내어 미처 알지 못했던 나를 다시 만나는 느낌. 누군가 에게는 내가 이렇게 살아왔고 살았구나를 새롭게 조명해 주는 비움과 정돈의 개념.


정리 (네이버 어학사전 中.)

1.     흐트러지거나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을 한데 모으거나 치워서 질서 있는 상태가 되게 함.

2.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종합함.

3.     문제가 되거나 불필요한 것을 줄이거나 없애서 말끔하게 바로잡음


그러고 보니 비우고 정리하고 새로이 시작하는 과정은 매번 이사 다닐 때마다 경험한다. 정리 정돈하는  군인 가족인 내게 필수다. 살면서 주기적으로 버려줘야 이사 다닐   힘들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이사하고   다시 정리하면서 손에 익게끔 하는 과정도 무시하지 못하니 말이다. 이사 다니면서 장점은 ‘정말 필요한 물품이 아니라면 굳이 사지  점이다.


이사를 다니면 쓸데없는 소비를 하지 않게 된다. 정말 중요한 , 필수적인 것만 구입하고 혹시나 구입했다면 주변인들에게 나눠주거나 친정에 가져다 놓거나 한다. 물건을 는 건  정말 필요한지 아닌지의 여부를 냉정하게 따지는 일이다. 생활 물품은 어떻게든 늘어나게 되어 있는데  쓰고   재활용 하거나 분리수거를  버린다. 그때 그때 버리고 비우지 않으면 불필요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주기적으로 비운다는 건 끊임없이 쓸고 닦고 정돈하는 수행과 같다. 오늘 일을 미루면 내일 더불어나 힘이 드는, 두세 배의 힘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한 번은 ‘이사 갈 때 한 번에 하지 뭐’ 하고 정말 그대로 두어 본 적도 있다. 그 시기는 애들이 아직 5세, 2세 까꿍이 시절 이야긴데 체력적으로 주기적인 대청소란 힘에 부치는 일이기도 했다. 삼 인분의 시간을 살아내며 내 몸 하나 챙기기 버거운 시기에 주기적 비움이란 일을 만드는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당장에 휴식이 필요한 상황에 게으름 아닌 게으름을 취한 결과는 이사를 앞두고 더 큰 정신적 스트레스가 됐다. 도대체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치워야 하는지 가늠할 수가 없는 거다. 그날 그날 주기적으로 치웠으면 먼지와도 같았을 텐데 한 번에 보니 뭉쳐 굴려도 될 것만 같았다.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생활 물품과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감도 잡지 못한 채 이사 짐 센터 직원 분들을 만났을 때의 민망함이란…….


주기적으로 비울 수 있다는 건 이사의 장점이다. 비우면서 소중한 물건과 아닌 것과의 차이를 가늠할 수 있다. 버리기 아까운 물건은 애지중지 소중한 줄을 안다. 비울 때 미련 없이 버리는 물품은 ‘내가 이걸 왜 샀지?’ 후회가 밀려든다. 당시 마음이 허해서 물질로 채우려 했구나 하는 마음도 체크할 수 있다. 소비 패턴을 분석하여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고 채움과 비움의 가치를 배우게 되는 과정도 된다.


주기적으로 짐을 덜어내고 비우는 시간, 이사 때문에 어쩔 수 없다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 덕분에 정갈하게 정리하는 계기가 된다. 말끔하게 정돈된 공간은 상쾌함이 흐른다. 채웠다 비웠다를 반복할 수 있는 단순 노동일 수 있지만 전혀 단순하지 않는 정진의 순간, 나만의 공간, 혹은 나를 품어주는 공간, 알아차림, 삶의 깨달음 아닐까 싶다. 그러니 프로그램에 출연한 당사자들이 새로 정리정돈된 공간을 만나면 눈물을 흘리는 감격을 누리는 것 아닐까.





계급 문화와 특유의 환경이 내포되어 있는 군인가족 지점에서

개인성이 강한 내가

더불어 살아가며 성장하는 일상을 담습니다.

보편성과 개인성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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