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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토히 Dec 21. 2023

영어를 배우기엔 너무 늦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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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언어를 배울 때 환경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나이가 아닐지 싶다. 보통 어릴수록 빨리 배운다고 믿는다. 특히 이제 막 말을 시작하는 단계인 유아기에 빠른 속도로 모국어를 습득한다고 알려져 있다. 성인의 언어 학습은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는 게 정론이다.


한국에서 경쟁적으로 아이들을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아이들이 한국어를 채 익히기도 전에 영어 유치원에 보내진다. 영어 유치원 교사로 일했던 한 미국인 학생은 한국의 교육열에 충격을 받았다. 미국 유치원생들이 놀이터에서 뛰어놀 나이에, 한국 아이들은 영어로 에세이를 써야 했다. 부모들은  마냥 뿌듯하겠지만, 과연 아이들에게는 좋은 일일지 의구심이 든다. 좋은 게 좋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지만, 과연 이게 최선일까?


나이는 만능?

이러한 상황은 ‘어릴 때가 아니면 안 돼!’라는 강박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 모국어를 습득하는 시기를 놓치면 이후의 외국어 학습이 고단해질 것이란 편견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영어 학습을 시작한 모든 아이들이 성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 학생들 중에는 영어 유치원에 일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들 말에 따르면 조기 교육의 효과를 보이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의 비율이 반반이었다. 영어 유치원에 가더라도 아이들이 모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학습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는 아이들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고, 100% 영어를 모국어로 학습할 것이란 기대는 사실상 무리인 것이다.


영어를 익히고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나이가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경우, 진지하게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건 25살 이후였다. 그전에는 영어로 자기소개가 어려운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고 쓰는 단계가 되었다. 내 한국어 학생 90%는 성인이 되어 처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외국에는 한국어를 조기교육 시키려는 수요 자체가 없다. 학생 대부분이 성인이 되어서 배우기 시작했지만, 많은 이들이 유창한 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학생 중 누구도 5살에 ‘한국어 유치원’에 들어가 에세이를 쓰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언제든 배울 수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의 나이는 다양했다. 이삼십 대가 많았지만 사오십 대도 흔했다. 한 육십 대 학생은 유창하게 한국어를 할 수 있었는데, 배운 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나이는 생각보다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그보다는 언어와 문화의 관심도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한국 문화와 언어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꾸준하고도 열심히 배웠고, 절대 자신들의 나이를 장애물로 여기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배우고자 하는 태도를 지닌 사람은 나이에 관계없이 배운다. 불행히도,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그 태도를 잊게 된다. ‘삶은 다 똑같아.’, ‘노력해서 뭐 하겠어.’, ‘이제는 머리가 안 돌아가.’와 같은 부정적인 말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가로막는 건 나이가 아닌 그들의 말, 그리고 더는 배울 필요가 없다 생각하는 안일함이다.


난 영어학원 홍보요원도 아니고 영어 강의를 파는 사람도 아니다. 달콤한 말로 약팔이를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흥미를 느끼는 단계까지 끌고 간다면 누구든 나이에 관계없이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원하는 게 있다면 당장 도전하자. 절대로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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