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최애 플리가 AI 음악이었다고?

이거 들을 만한데..?

by 오토

최근 자주 듣는 플레이리스트 채널이 있다. 일 할 때도, 쉴 때도 늘 그 채널의 음악을 틀어놓곤 했다. 심지어 새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놓치지 않으려고, 알림 설정까지 해 두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음악이 좋다며 자주 추천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한 영상에 내가 즐겨 듣던 그 플레이리스트들의 썸네일이 나열되어 있었고, 제목에는 'AI'라는 단어가 적혀있었다. 영상을 재생했다. 충격적이게도, 그동안 내가 그토록 즐겨 듣던 그 음악들이 전부 AI가 만든 것이었다는 내용이었다.


댓글창은 난리가 나있었다. "이게 AI라고?", "더 이상 못 듣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나도 뭔지 모를 배신감이 들었다. AI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즐겨 듣던 그 음악들이 갑자기 가짜처럼 느껴졌다. 내 취향마저 의심스러웠다. '이걸 계속 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하는 고민이 들었다.


웃긴 건, 나는 이미 Suno나 Udio 같은 음악 생성 AI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거다. 그것들의 결과물도 꽤 많이 들어봤었고 주변에 'AI가 음악도 만든다'라며 신기해하는 지인들에게 '기술적으로는 대단하지만, 이걸 실제로 누가 듣겠어. 아직 멀었네'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그 '아직 멀었다'는 음악을 내가 그 누구보다 열심히 듣고 있었던 거다.


결국 나는 그 채널의 음악을 계속 듣기로 했다. AI가 만들었다는 걸 알고 나서는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다른 어떤 플레이리스트보다 내가 찾던 분위기와 가장 잘 맞았다. AI가 만든 음악이라는 사실보다, 결국 이 음악이 내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떤 창작물이든, 설령 그것이 AI가 만든 것이라 해도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들어낸다면 그걸로 충분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었다.




이번 경험은 AI 창작물에 대한 나의 시선을 바꿔놓았다. 여전히 AI가 만든 작품들에 대한 선입견은 남아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AI가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작품을 평가 절하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허들이 하나 있었고, 이번 일을 계기로 그 허들을 넘어선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이번 계기로 느낀 이 감정이 AI 시대를 앞두고 있는 우리가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각자의 순간에 이런 낯선 충격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 잠시 흔들리다가 결국 받아들이게 될까, 아니면 끝내 거부하게 될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퍼플렉시티: AI 검색 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