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픽사에서 공개한 영화 <소울> 보셨나요? 주인공인 조 가드너의 본업은 중학교 음악선생님이지만 언젠가 뉴욕 공연 거리에서 활약하는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는 친구예요. 낮에는 생계를 위해 본업에 종사하지만 주말이나 저녁엔 늘 공연 기회를 찾아 오디션을 전전하죠. 영화 초반부, 조는 꿈에 그리던 밴드에서 단기 연주자로 공연할 꿈같은 기회를 얻게 되고, 잔뜩 신이 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말을 해요.
I got the gig! (나 드디어 긱을 잡았어!)
긱(gig)은 재즈 뮤지션들이 클럽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뜻하는데요, 실제로 재즈 뮤지션들 중엔 낮에는 생계를 위한 본업에 종사하고 저녁엔 열정을 쫓아 공연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요. 그리고 오늘날 '긱' 이라는 말은 부업, 아르바이트 등의 사이드 잡을 뜻하는 용어가 되었어요. 우리가 오늘 이야기할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어원이 바로 여기서 나온 거죠. 긱 이코노미는 일용직 근로자, 프리랜서, N잡러들을 둘러싼 시장을 뜻하는 용어이고, 그 경제 참여자들을 긱 워커(Gig Worker)라고 불러요.
이 긱 이코노미에 도전장을 내민 파괴력 넘치는 회사가 있죠. 토스의 성장률을 가뿐하게 뛰어넘은 로켓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 그리고 그들을 개인 세무회계 시장의 빌런이라 불리게 만들어준 서비스 삼쩜삼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려 해요. 아 그리고 삼쩜삼이 정말 개인 세무회계 시장의 빌런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저의 개인적 견해도 풀어볼 예정이니 끝까지 읽어주시길 바라요!
오늘날의 삼쩜삼은 데이터 기술과 AI를 활용한 세금 간편 조회/환급 서비스로 많이 알려져 있어요. 긱 워커들이 마땅히 환급받아야 하지만 몰라서, 어려워서 등의 이유로 돌려받지 못했던 그 세금 환급금을 빠르고 편리하게 돌려주는 거죠. 긱 워커들은 수입의 3.3%를 소득세로 원천징수하고 난 뒤의 금액을 실수령하는데요, 그 3.3%에서 환급받아야 할 돈을 찾아준다 하여 삼쩜삼이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그 성장률은 로켓과도 같았어요. 1인당 평균 17만 원의 환급금, 즉 생각지도 못한 공돈을 받아 갔으니까요. 출시 2년 만에 이용자 1200만 명 돌파, 누적 환급액 5022억 원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이루어냈죠. 그중 10-20%를 수수료로 받아 가는 구조이니, 그 수익금도 어마어마하겠죠? 삼쩜삼이 만들어낸 사회적/경제적 후생 효과가 5760억 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서울대학교 유병준 경영학과 교수).
긱 이코노미가 얼마나 크냐고요? 그게 무시할 규모가 못돼요.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비정규직은 2019년 기준 748만 명으로, 총 경제인구의 27%에 달해요. 지난 10년간 연평균 13.1% 증가세를 보이며 빠르게 성장했죠.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 소일거리를 찾는 퇴직자들, 부업으로 부수입을 얻으려는 직장인들, 그리고 연예인과 같은 프리랜서까지 다 이 인구에 속해요. 많은 전문가들이 긱 워커 증가의 이유를 플랫폼의 발달에서 찾아요. 쉬운 예로, <배달의민족>이나 <숨고>같은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손쉽게 부업, 그러니까 긱을 찾을 수 있게 된 거죠. 또한 코로나가 가져온 경제 침체가 부수익을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니즈로 나타나기도 했어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세계경제포럼도 2027년 미국 노동자의 과반수가 프리랜서로 일할 것이라 전망했답니다. 긱 이코노미의 성장은 글로벌한 사회적 추세에요.
핫한 시장 긱 이코노미에는 풀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많답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보니 경제적/구조적으로 긱 워커들을 보호하고 장려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많이 부족해요. 월급을 받는 직장인은 보험이라던가 세금 같은 부분을 회사에서 알아서 도와주는 경우가 많지만 긱 워커들은 대부분 스스로 그 모든 것들을 챙겨야 해요. 삼쩜삼이 찾아주는 그 환급금이 아주 좋은 예에요. 대부분의 긱 워커들은 17만 원가량의 '돌려받을 돈'이 있어요.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걸 그냥 내버려 뒀죠. 삼쩜삼이 나서서 찾아준다고 하기 전까진 말이에요. 삼쩜삼을 통해 처음으로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이용자들의 80%가 이전에 세금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를 '몰라서'라고 대답했다고 해요.
( 삼쩜삼이 해결하고있는 문제 )
오늘의 긱 이코노미에는 심각한 세금 리터러시 문제가 있답니다.
개인 세무에 대한 사회적 교육이 부족한데다가,
사람들은 세금 관리의 복잡성을 두려워하고,
그렇다고 전문 세무대리인을 고용하기엔 그 비용 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죠.
( 해결 방안 )
삼쩜삼은 이 문제를 간편 세금 조회/환급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해결하고 있어요.
삼쩜삼은 등장하자마자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어요. 결국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다라는 말 요즘 많이 듣죠? 법률고민 플랫폼 <로톡>이 변호사협회와 갈등을 빚었던 것과 같이 삼쩜삼도 그 마찰을 피할 수 없었어요. 한국소비자협회와 한국세무사회는 삼쩜삼을 과장 광고, 개인정보 관리의 불안전성, 불법 대리/알선 등의 혐의로 고발했답니다. 불법 알선 혐의에선 최근 불기소 처분을 받으며 선방했지만 아직도 많은 법적 공방들이 진행중이에요.
그렇다면 삼쩜삼은 생태계 교란종 인걸까요? 많은 사람들이 삼쩜삼과 한국세무사회, 그러니까 세무회계를 본업으로 하시는 전문인들을 경쟁 구도에 넣어요. 기술이 인간의 밥그릇을 빼앗았다, 이거죠.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삼쩜삼은 세무회계의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파괴하고 있지 않아요. 그 바로 옆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하고 있을 뿐이죠. 우리가 앞에서 말했던 긱 이코노미를 위한 경제 생태계 말이에요.
부동산을 전문으로 하는 세무회계인이나 연예인을 전문 대상으로 하는 세무회계인은 있지만 긱 워커들을 전문 대상으로 하는 세무회계인은 없어요. 긱 워커들의 인구 수는 많지만 그들의 개인의 경제 규모는 부동산업이나 연예인 회계관리에 비하면 그 수수료가 매우 적게 책정되니까요. 이왕이면 높은 수수료를 지불할 클라이언트와 일하는 걸 누구라도 선호하겠죠. 그래서 긱 워커들이 개인 세무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거에요. 사회도, 전문가도 신경써주지 않았으니까요. 근데 그 시장을 삼쩜삼이 보란듯이 개척해주었어요. "당신들도 받을 돈 있다, 우리가 찾아주겠다!" 라며 말이죠.
찾아보면 지금 삼쩜삼이 제공하는 환급 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들이 있기는 해요. 1분 세금, 쌤(SSEM), 그리고 마이택스 같은 플랫폼들이죠. 하지만 오늘의 글에선 그들을 자세히 다루지 않으려해요. 저는 삼쩜삼이 최근에 제시한 비전을 생각했을 때 사실상 삼쩜삼과 저들의 경쟁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자비스앤빌런즈는 긱 워커들이 맘껏 번영할 수 있는 생태계를 열려고해요. 고객의 부를 증진한다는 비전을 따르죠. 세금을 환급해주는 삼쩜삼에 이어 긱 잡을 연계해주는 고용 플랫폼을 신사업으로 진행중이고 후엔 긱 워커들의 자산/보험/대출등 까지 모두 관리해줄 수 있는 종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거죠. 삼쩜삼은 시작에 불과한 거에요. 이들은 세무회계 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긱 이코노미라는 새 시장을 홀로 개척해나가고 있어요. 전 이건 타 회사와의 경쟁이라기보단 스스로에게의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실제 사용자의 생생한 증언도 듣고싶어 삼쩜삼 서비스를 이용해 본 두 명의 사용자를 인터뷰이로 섭외했어요. 그 중 한 분은 전산세무와 전산회계 자격증을 보유한 분으로 색다른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었답니다.
위를 토대로 주요 페인 포인트(Pain Points)를 정리해보자면,
비싼 수수료
개인 정보 처리에 대한 불안감
환금액을 받기까지의 긴 시간
으로 요약해볼 수 있어요.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조금 더 간편하게 하도록 도와주는 것 뿐인데 10-20%의 수수료를 떼어간다는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리고 전산회계와 세무에 경험이 있었던 인터뷰이는 국세청에서 운영하는 홈택스에서 얼마든지 개인이 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더더욱 추천치 않을거라고 했어요. 또한 개인 세무 시장에서 IT 서비스가 이토록 활약한 적은 없었기에 그 낯설음에 대한 불안과 불신도 느낄 수 있었고요.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유저들의 불안감은 삼쩜삼이 필연적으로 안고가야 할 숙제에요. 실제로 이 문제는 2022년 10월인 지금 기준 법적 공방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부분이에요. 하지만 세금 환급을 도와주는 서비스인만큼 시스템이 고객의 개인 신용정보에 접근해야하는 것은 필수적인 부분이에요. 이 부분을 어떻게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신뢰를 얻을지는 삼쩜삼에게 달렸겠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개인정보를 물어보는건 사실 흔히 있는 일이에요. 토스나 카카오뱅크에는 계좌정보까지 모두 내어주면서 삼쩜삼에게만큼은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야했던 그 이유가 뭘까? 그걸 물어야해요.
또다른 문제점은 환급 수수료에요. 사용자의 기대치는 무엇이었고 그들이 삼쩜삼을 통해 전달받은 가치는 무엇이며 그들 사이의 갭은 어디서 발생하는지 추적해야해요. 더구나 지난 3월 국세청이 종합소득세 신고 절차를 없애고 받을 돈이 있는 국민들에게는 알아서 입금해드리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삼쩜삼의 메인서비스를 국세청이 완전히 대체한 셈이죠. 그것도 수수료 0원으로요. 그 전에도 수수료가 비싸다는 의견이 아주 많았는데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국가에서 제공하는 무료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될테니 삼쩜삼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필요가 있어요.
재밌는 사실 알려드릴까요? 삼쩜삼은 국세청에게 거의 유일한 수익 유입원을 빼앗길 위기에 놓였지만 그와 동시에 성공적으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한 기업이에요. 제가 앞서 정의해 놓은 문제점기억하시나요? "오늘의 긱 이코노미에는 세금 리터러시 문제가 있다". 삼쩜삼은 천만 국민들에게 숨겨져있던 환급금의 존재를 알림으로써 잔잔했던 긱 이코노미 시장에 파동을 불러일으켰어요. 그 시장은 국세청도 전문 세무회계인들도 관심을 주지않았었는데 삼쩜삼이 고여있는 물에 파도를 치게한 셈이에요. 그 결과 국세청이 적극적으로 나서 복잡한 신고절차를 없애는 대대적인 행정 개혁까지 하도록 만들었죠. 이 파도의 힘이 보이시나요? 많은 이들은 '삼쩜삼 이제 밥그릇 잃었다'라고 평가하는데 전 세금 리터러시를 향상시키겠다는 그 목표를 멋지게 해결한 성공 케이스라고 봐요.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 미친 영향을 아시나요? 테슬라 이전에도 전기차는 존재했어요. 저렴하지만 느리고 못생겼다는 오명을 가진 비인기 카테고리였죠. 그런데 테슬라가 보여준거에요. 전기차도 빠르고 섹시할 수 있다라구요. 그 성공은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을 자극했어요. 굴러온 돌이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으니 배가 아팠을 수도 있겠죠? 기존의 회사들은 우리도 빠르고 섹시한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는걸 보여줘야 했어요. 신생 회사에게 손놓고 질 순 없잖아요. 그렇게 테슬라의 성공은 마치 나비효과처럼 기존의 보수적이었던 자동차 회사들로 하여금 전기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도록하는 동기를 부여해주었어요. 지금은 웬만한 자동차 제조사에서 모두 전기차 라인이 보이죠? 테슬라 이전엔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에요.
그래서 전 삼쩜삼이 기존의 개인 세무회계 시장을 위협하는 빌런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히어로라고 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관심이 필요했던 시장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일으켜 국민의 편익 증진이라는 훌륭한 성과를 냈잖아요. 이게 제가 삼쩜삼을 응원하는 이유이고 그들이 처한 문제점을 함께 고민해보고 싶은 이유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