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국민, 학습하는 사회를 위하여"
The two most important days in your life are
the day you are born and the day you find out why.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날은 내가 태어난 날과 그 이유를 알게 된 날이다.
- Mark Twain 마크 트웨인
나는 무엇인가? 나는 왜 여기 있는가? 하는 질문들은 꽤나 철학적이다.
짤막한 질문들이지만 아주 많은 여지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끼니마다 밥을 챙겨 먹고, 출근을 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그저 일상적인 일들도
내가 왜 그 순간들에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의미 있는 순간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이야기를 조금 더 비즈니스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보자.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많은 프로덕트를 사용한다. 음악을 들을 때, 송금을 할 때, 필요한 생활용품을 주문할 때 등등 말이다. 프로덕트 전문가, 특히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고 싶다면 이 프로덕트들의 철학적 배경을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오늘은 프로덕트의 본질을 파헤쳐 보는 질문들을 많이 해 볼 예정이다. 내가 선정한 프로덕트는 교보문고에서 제작한 전자책 정기구독 서비스, Sam(샘)이다.
Sam(샘)은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스마트폰 앱, PC, 전자책 단말기 등을 이용하여 전자책을 읽는 구독 서비스이다. 사용자 니즈와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세 가지 다른 구독 서비스가 있고, 그에 따라 월에 지정된 몇 권 혹은 무제한 독서가 가능하다. 그중엔 종이책과 전자책 서비스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멤버십도 있다.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겐 여러 가지 옵션의 '책'이 존재한다. 종이책도 있고, 다운로드하는 pdf 버전도 있고, 앱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구독 방식, 그리고 성우가 직접 읽어주는 오디오 버전도 있다.
전자책은 종이책을 이용할 때 감수해야 하는 물리적 걱정들을 덜어준다. 원하는 책이 떠올랐을 때 서점으로 달려가거나 배송을 기다려야 할 필요 없이 클릭 한 번, 탭 한 번으로 불러올 수 있다. 휴대성이 간편하고 친환경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패턴이 강해진 만큼 나무를 잘라내지 않고 지식을 전파할 수 있다는 건 단연 매력적이다--매년 삼백만 그루의 나무들이 책이 되기 위해 잘려나간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샘의 무제한 구독 서비스는 월 9,900원으로 보통의 책 한 권 가격보다 저렴한 값으로 수만 가지의 도서에 접근할 수 있다. 독서량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수의 멤버십 옵션이 있는 것 또한 경쟁사 대비 빛나는 장점이다.
전자책은 이 같은 장점들을 업고 기존 종이책의 자리를 꿰찬다. 물론 소비자의 감성까지 완전히 대체하진 못했다. 종이의 아날로그 질감이 좋아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용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 면에서 전자책은 종이책을 대체하고도 훨씬 뛰어넘는다. 종이책을 읽을 수 있는 때와 장소라면 얼마든지 전자책을 읽을 수 있다는 뜻이다. 와이파이나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곳에서도 미리 다운로드해놓은 도서는 얼마든지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관련 팩트들을 넘어서, 좀 더 깊은 그 본질을 파헤쳐 보고 싶었다. '왜?'라는 질문에 따라온 대답에 다시 한번 '그럼 그건 왜?'를 던지기를 반복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그 뿌리를 찾기 위해 샘 구독 서비스의 엄마 격인 교보문고에 대해서 조사해 보았다.
교보문고는 창립된 지 40년이 넘어선 장수 기업이다. 교보문고를 조사하면서 이 회사는 창립 이념과 경영 철학이 매우 확실한 회사라는 인상을 받았다. 경영진이 말하는 업체가 향하는 궁극적인 방향과 기업이 실제로 행하고 있는 사업안, 대외활동 등이 잘 맞아떨어지는 게 보이기 때문이다.
"교보문고는 지난 1980년부터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창립 철학으로
책 읽는 국민, 학습하는 사회를 위해 좋은 책을 추천하고 읽는 방법을
소개해 모든 사람이 꿈을 이뤄가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안병현 대표, 교보문고
교보문고는 책을 판매하는 서점의 역할을 초월해 편안히 책 읽는 공간 카우리 테이블, 원천 스토리를 발굴하여 상품화하는 스토리 사업 등 국민들의 일상 속에 책을 녹여내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 왔다.
더 인상 깊은 점은, 교보문고가 지난해인 2021년, <비전 2025 선포식>을 개최하여 시대의 흐름에 맞게 새로운 비전과 미션 선언문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회사는 급속하게 발전해 가는 디지털 기술을 인지하였고, 원래의 창립 철학은 온전히 이어가되 변화해 가는 세상과 고객의 니즈에 맞추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조금 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이날 교보문고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비전을 소개하며 시대에 맞춘 전사 디지털 전환을 선언했다.
교보문고는 고객의 진정한 지식 및 예술 문화콘텐츠 파트너입니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다양한 지식 및 예술 문화 콘텐츠를 경험해 지적/문화적/사회적으로 성장할수록 돕는 것이 회사의 존재 이유이자 사회적 역할이다"라고 언급하며 나의 철학적 궁금증에 답변을 주었다.
창립 이래 교보문고의 연혁을 간단하게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1980년 교보문고 주식회사 장립
1997년 인터넷서점 '교보북네트' 개설
2000년 업계 최초, 독서 전문 상담직 '북마스터' 제도 시행
2001년 북클럽 회원 100만 명 돌파
2005년 교육사업본부 신설 (독서경영 컨설팅)
2006년 디지털 사업본부 신설(전자책 사업 실시)
2013년 국내 최초 e Book 회원제 서비스 'sam' 시행
책 읽는 국민과 학습하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창립 철학, 예술 문화콘텐츠의 파트너가 되겠다는 비전, 그리고 이 사회가 지적/문화적/사회적으로 성장토록 돕겠다는 미션이 고스란히 보이는 연혁이다.
이게 교보문고의 장수 비결이 아닐까 싶다. 창립한 그날부터 명확한 철학과 비전으로 경영해왔고,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그 궁극적 지향점(North Star)을 개선하는 과감한 일도 서슴지 않았다는 점에 난 손뼉을 치고 싶다. 비전과 미션은 나침반의 역할을 해준다 생각한다. 방향이 올바르게 정해져야 어떻게 항해해 나가야 할지의 전략도 계획도 잘 세워질 수 있는 것이다.
전자책은 미래를 위한 사업이라고 한다. 지금 당장 그 규모가 거대한 것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종이보다 스크린에 더 익숙한 Z-세대가 주요 소비층이 되는 시점이 올것이고 그때 얼만큼 준비되어있느냐가 출판업의 성패를 가르게 될것다. 나는 교보문고가 온고지신의 모범을 보여주고 디지털 채널을 통해서도 끊임없이 그 고유한 가치를 전하게 되길 바란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스타트업들이 많다. 아마 그들 중엔 '투자하고 싶어 지는' 빛나는 액션 플랜을 세워야 한다는 것에 사로잡혀 비전이나 미션과 같은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고민을 소홀히 한 회사들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