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너와 같은 장애인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나가시듯 말씀하셨던 아버지의 바람. 처음엔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생각했다. 당장 내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하는데, 한가로운 환상을 꿈꾸시는구나, 그렇게 가볍게 넘겼다.
"엄마는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서른 살까지 마음껏 하고 싶은 거 해."
"야, 너 아직 아픈 애야. 뇌전증도 다 안 나았는데 무슨 취업? 지금은 쉬어!"
대학도 안 나온 내가 먼저 취업하는 친구들을 보며 조급해할 때 어머니는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며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지는 날들도 있었다.
바깥세상이 지옥처럼 느껴지던 그때, 사회에서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게 되었다. '장애인인 내가 다가가면 혹시 거부감이 들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할 때, 그들은 오직 자신의 꿈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사회라는 곳이 내 걱정만큼 차갑지 않다는 것, 그리고 모두가 자신의 삶에 바빠 서로에게 무심하다는 걸 깨달으니 역설적으로 바깥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졌다. 오히려 그들에게서 꿈을 향해 거침없이 도약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 모든 경험이 한데 모여 나에게 큰 깨달음을 안겨주었고, 그로 인해 내 꿈은 비로소 완성되었다. 나는 깨달았다. 15년 동안 함께한 장애와 갑작스럽게 찾아온 5년 된 장애, 이 둘을 진정으로 인정해 본 적이 없었다는 걸. 그저 어쩔 수 없으니 체념한 채 끌어안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그때 충격이 컸지만 그 깨달음의 파동이 오히려 내 꿈에 대한 확고한 확신을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나와 같은 중도 장애를 겪는 이들에게 내 경험을 알려줄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내 글이 먼저 길을 걸어간 사람의 경험담으로서 든든한 방어막이 되어주기를, 그리하여 그들이 덜 상처받기를, 혹 상처받더라도 헤쳐나갈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주기를 바라면서, 나는 종이 위에 후회와 아픔으로 범벅된 과거를 거침없이 써내려갔다.
내 꿈은 오직 한 가지다. 내 글을 통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더 이상 외로움에 사무치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바람처럼 스쳐가는 줄 알았던 무심한 아버지의 조언이 내 삶의 바람개비에 단단히 머물렀고, 메말라 있던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은 어머니의 절대적인 지지와 응원 덕분에 다시 피어났으며, 냉혹할 거라 지레짐작했던 사회를 헤쳐나갈 수 없을 줄 알았지만, 먼저 나선 사람들의 값진 경험담이 나를 굳건히 이끌어주었다.
아름다운 인연들 덕분에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볼 용기가 생겼다. 여전히 극복해야 할 것들이 많고 서투르며, 악몽의 잔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과거의 그림자들이 괴롭히지만, 나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글을 쓰며 그 얽히고설킨 실타래들을 하나씩 풀어가기 위해 망설임 없이 펜을 잡았다.
내 펜은 오직 미래를 위한 것이다.
이 글은 나의 치유를 넘어,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고 위로를 나누기 위해.
내 아픔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너무나 잘 알기에,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진심을 담아 눌러 썼다.
그들에게 이 글이 닿을 때까지, 나는 이 글쓰기를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 꿈이고, 내가 만들어갈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