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아버지에게 유아세례를 받은 3대째 감리교회 신자다. 고등학교 때 교회 수련회에서 논쟁이 붙었다. 어떤 여학생이 "술담배 일단 하고 나서 나쁜 걸 알 면 안 하면 된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이때 나는 "일단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나는 47년간 술담배를 한 적이 없다. 군대에서도 안 했다. 그래서 '취기'라는 개념을 잘 모른다.
출판업에 종사하면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는데 대다수는 담배는 안 해도 술은 곧잘 마시더라. 그러면서 "술취하지 말라"는 성경구절을 댄다. 술을 먹어도 되는 면허 구절이라도 되는 것 같다.
교회에서는 대놓고 마시지 말라고 가르친다. 아니, 대놓고는 아니더라도 안 마신다는 기조인 것만은 분명하다. 교회 홈페이지나 야외에서 찍은 사진에 술병이나 담배가 찍힌 사진은 단 한 컷도 없으니 말이다.
성경에 술을 묘사하는 글 중에서 긍정적인 대목은 단 한 구절도 없다. 지나치면 천국을 소유하지 못할 것이라는 구절도 있을 정도다. "취하지 말라"뿐 아니라, 쳐다보지도 말라는 구절도 있다.
"취하지 말라"가 음주면허 구절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취한 적이 단 한번도 없는가?
대리를 부른 적도 없는가?
(취하지 않았다면 대리를 부를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면허구절로 인정한다. 아니, 더 확실한 방책이 있다.
당장 교회 홈페이지에 목사님과 함께 소주 들이키고 담배 피우는 사진을 찍어 올리면 된다. 그럼 나도 더는 술담배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