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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지훈 Aug 18. 2023

CCM은 정체가 뭔가?

CCM의 민낯



CCM


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의 약자

요즘 통용되는 기독교 음악이다.


CCM은 하나의 장르로 굳어진 느낌이다. 음악의 장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음반시장에서 세속적인 음악과는 구분이 되긴 하지만 세속적인 음악이 하는 건 다 하고 있어 CCM이 과연 교회에서 불러야 하는지도 잘 모를 지경이다.


"복음성가 경연대회 대상/금상 수상"


어느 찬양선교단체가 판매하는 악보집에 실린 문구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이를 보았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하나님도 과연 이들에게 상을 주셨을까?"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예수님이 보셨다면 "네 상을 이미 받았다"고 하지 않으셨을까 싶다.


음악은 가사보다는 멜로디에 신경이 더 가게 마련이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멜로디가 따로 있는 것은 분명한 듯싶다. 찬송가와 최신 CCM 중에서 고르라면 답은 명약관화하다. 찬송이 개인의 취향에 호소하게 되면서 기교도 많이 들어가고 랩도 들어가고, 한마디로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가사만 다를 뿐 팝과 크게 다르지가 않다. 이를테면, "Raise Me up"은 뉴에이지 음악으로 꼽히는데 이걸 가사를 살짝 바꿔 CCM으로 부르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어떤 노래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으심이 내용인데 이를 흥겹게 부르기도 한다. 인지부조화인가? 어떤 이는 심각한 그리스도의 고난을 노래하며 이를 뮤직비디오로 찍기도 한다. 그냥 생각이 없거나, 음반 판매를 위한 쇼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수원고 중창단(브니엘 8기)에 들어가 당시 유행하던 CCM을 불렀다. 교회 찬양단은 고교 1학년 때부터 했고 지휘도 약 7년 정도 했다. "저 하늘의 귀한 놀라운 사랑(옹기장이)" "전능하신 하나님(옹기장이)" 등을 다시 들으면 고등학교 때 활동했던 추억이 떠오르고 함께 했던 단원들, 동우여고와의 콜라보가 떠오르면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감동을 받긴 하는데 그것이 하나님께 감사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추억, 힘들었던 여정이 떠올라 마음이 아리는 것이다. 멜로디를 빼면 노래는 시체에 불과하다. 가사만으로 그런 감동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지휘자로 활동했던 때 옹기장이 악보집을 많이 썼다. 헨델이나 조셉 마틴의 성가곡도 자주 썼지만 고교 때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터라 옹기장이가 가장 익숙했다. 교회 찬양대원들은 대여섯 명, 적을 때는 서너 명과 함께 불렀다. 1, 2, 3집까지는 무난히 소화할 수 있었지만 4집을 넘어가면서부터 대원이 소화할 수 있는 노래가 극히 적어졌다. 6집은 한 곡도 부를 수가 없었다. 연습이 무의미했다.


고음이 너무 잦고 기교가 너무 많이 들어간 터라 가사를 제대로 발음하기도 어려웠다. 이건 성악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흉내도 잘 못 낼 정도였다. 기독교 음악이 발전해서일까? 난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고 본다. 기독교 음악은 타 음악과는 구별되어야 마땅할 터인데 팝음악과 짬뽕이 되면서 난잡한 음악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찬송과, 성경은 무엇을 말하는지 기본 소양은 쌓고 노래를 부르든 찬양대를 하든 해야 할 것인데, 기본 바탕이 안 된 상태에서 멜로디에 심취하다보니 그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성경(역대상)을 보면 찬송은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잘 아는 사람이, 숙달한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찬송은 레위인의 몫이었다. 제사장 계열이니 교역자 및 목회자가 담당해야 옳은 것이다. 성악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 신학을 전공한 사람이 해야 할 것이다. 성경 대로라면 ...


돈 퍼부어 솔리스트 고용하고 오케스트라에, 성악가들 쓰면 늘 "은혜"로운 찬양이 되지 않겠는가. 다 쑈에 불과한데 말이다. 노래 실력에 감동을 받은 것을 "오늘 은혜로운 찬송 감사합니다"라고 하면 그건 콘서트장에서 가수에게 박수 보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CCM은 되레 하나님을 향한 중심을 흐트러뜨린다. 정신이 온통 멜로디에 집중하고 그것이 자신의 취향과 맞아떨어지면 더더욱 정신을 못 차리기 때문이다. 멜로디와 CCM은 집어치우고 성경을 묵상하고 기도하는 것이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이다. 본디 사람은 성경 읽는 것보다는 노래 부르는 걸 더 좋아한다. 노래방에는 기꺼이 돈을 쓰지만 성경 읽는 데는 시간 몇 분도 쓰질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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