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

한 남자가 있었다.

아니 아직 있다.


그 남자는 가만히 있는 게 불가능했다.

영특하고 비범한 구석도 있었지만

과한 자기애, 자부심, 자의식의 집결체에 가까웠다.

그래서 오히려 같은 크기의 자격지심에 휘둘리기도 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면 죽을 것 같았고

스포트라이트가 다른 쪽을 비추면 참지 못했다.

심한 여성편력으로 셀 수 없는 문제를 일으켰다.

그냥 바른 길로 가는 것보다는 뒷길로 가는 걸 더 좋아했다.

크고 작은 트러블들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아내와는 남이 되었고, 딸도 절연을 선언했다.


영특하고 비범한 구석이 있기에 한때는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어쩔 수 없이 기력이 떨어지고

무절제한 인간 관계에 쪼그라들고 쇠퇴해갔다.

그럼에도 기세는 죽지 않아서 여자, 사람을 끊지 못했다.

생에 대한 욕망도 강해서 자식들보다도 오래 살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남자.

끊임없이 사고를 치는 남자.

점쟁이가 남자의 사주를 보고 이 사람의 심경의 변화는

남도 모르고, 본인도 모를 뿐 아니라, 귀신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던 그 남자가 멈췄다.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며칠간 의식을 찾지 못했고 의사는 상황을 비관적이라고 판단했지만 결국 눈을 떴다.


하지만 여전히 멈춰있었다. 마비가 왔다.

끊임없이 달변을 쏟아놓으며 듣는 사람의 뒷목을 잡게하던 그의 입은

더 이상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가 자유롭지 못한 몸을 비관하고 상처를 입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역시 종잡을 수 없었다.

떠넣어 주는 미음을 배불리 먹고, 잠을 잤다.

바퀴달린 침대에 누운 채 재활실로 옮겨지면 누군가가 대신 몸을 움직여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아주 편안해했다.


쓰러지기 전에 쳐놓은 사고들에 주변 사람들이 당황하며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의견을 물었지만

곤란한 이야기가 들려오면 눈을 꾹 감아버리고 바로 잠들었다.


평생 가만히 있지 못하던 이 남자는

가만히 있어도 되는 이 상태가 매우 행복해보인다.


처음으로 의심해본다.

이 남자는 애초부터 아무 것도 안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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