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일기 12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1호선 지하철 안이었다. 부동산 매물을 알아보고 다니는 업무였고, 저녁식사 시간이 조금 지난 20:00 경이었다. 그리고 나는 오래간만에 치킨이 먹고 싶었다. 집에 있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저녁을 먹었냐고 물었다. 안 먹었고 소고깃국을 먹을 예정이라고, 집에 도착하면 함께 먹자고 하셨다. 그래도 나는 치킨이 먹고 싶었다.
내 통장 잔고에는 11만 원의 잔고가 남았다. 어머니에게 잠깐 빌렸던 현금 6만 원을 계좌 이체하고 나니 5만원이 잔고에 남았다. 이걸로 다음 달 10일까지 지내야 하는데..라고 생각했지만 크게 막막하지는 않았다. 어머니 집에서 살고 있어서 아침과 저녁은 해결할 수 있고, 일하는 곳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물건에 대해서도 욕망이 없는 편이라 30일간 살 물건이 없는 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치킨이었다. 난 치킨이 먹고 싶었다.
다짐을 하며 치킨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 크게 슬프지는 않았다. 미래에는 이런 상황이 오지 않게 앞으로 노력하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냐는 낙관이 있었기 때문이고, 덕분에 다음에 먹게 되는 치킨을 아주 값지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오히려 잘 됐다는 긍정이 있었다.
내가 책과 관련돼서 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내 머릿속에서 치킨에 대한 갈망과 현실(돈이 없음)이 줄다리기를 하는 것은 아무렴 괜찮다. 그러나 내가 치킨을 못 먹는 형편인 게 겉보기 등급으로 나타난다면 나는침울해질 것 같다. 눈물이 날 것이며, 주먹을 꽉지며 매일 치킨을 먹을 수 있을 만큼 돈을 벌거라고 고래고래 다짐을 할 것 같다. 내가 치킨을 먹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안다면 말이다. 내 주변 사람들은 편히 쓸 수 있는 돈인데, 나는 그 돈조차 없다니. 라며 불안에 시달릴 것이다.
치킨에 비교했지만, 나는 좋은 차나 좋은 집이 '치킨'의 자리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나는 테슬라 차를 타고 싶다. 근데 향후에 나의 가까운 친구들은 테슬라 차를 타고 다니고, 혹은 그에 준하는 혹은 그 이상의 차를 타고 다닌다면 어떨까? 나는 겉보기 등급이 낮음을 육안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테슬라 차도 없고, 좋은 집도 없더라도 스스로가 업무에 있어서 자신감도 있고 회사에서 인정을 받으며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면 크게 문제 될 상황은 아니다. 나는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고, 내가 받는 돈의 액수가 그 인정을 증명해주는 것이니까.
문제는 그 향후에도 난 여전히 회사에서 박봉을 받고 있으며, 테슬라 차를 '안' 사는 것이 아니라 '못'사는 경우이다. 나는 슬플 것 같다. 수렵채집 시절 맹수의 옆구리에 창을 깊게 찔러 넣지 못하게 될까 봐(사냥 능력이 없을까 봐 : 책 내용 중) 불안하듯이, 나는 주변 친구들만큼 돈을 받지 못하고 살아갈까 봐 불안한 것이다.
나는 대학교 3학년 2학기 때 대학을 그만뒀고, 돈만을 추구하는 사회가 바보 같다고 생각했으며, 돈 이상의 무언가가 삶에는 존재한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던 사람인데도, 나이가 먹을수록 지위에서 오는 불안감이 커진다. 돈돈돈 거리는 이유는 내가 속한 준거집단에서 지위가 낮을 때 스스로가 느끼게 되는 헛헛함 때문이겠지.
나는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란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했다.
모임 당일날 책에 대한(또 책에서 파생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