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일기 11
주택 1층, 컨텍스트를 공사한 지가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사업을 시작하던 2017년 여름 즈음 우리는 정말 어딘가에 미쳐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2020년 지금이야 백 명가량의 멤버들이 이 공간에 시간과 마음을 내어 참여하시지만, 2017년 본격적으로 공사에 착수했을 당시에는 정말이지 아무런 보장도 없었습니다. 누군가가 육교를 건너, 구석에 위치한 이곳을 찾아준다는 것도, 게다가 199,000원이라는 큰돈을 내고 온다는 것도 말이에요.
그때 우리는 정말 셈(계산)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또는 셈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작은 것들을 걸었을 수도 있죠. 저희는 20대 후반의 2-3년을 투자했고, 2천만 원의 돈을 쓰지 않았을까 싶어요.
(물론 공사를 시작할 때는 그만한 돈을 쓰게 될 거라고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하다 보니
어느덧 그만큼의 금액을 지출한 거죠.)
그렇게 공사를 진행했고, 공간을 완성하고 지금까지 오는 동안 저희의 마음속에는 이런 마음이 있었어요."
( 2017년 공사하기 전부터, 이 장소가 빠르면 5년 내에 재개발을 위해 철거될 것을 이미 알고 있었어요.)
이렇듯 그 과정에서 저희는 많은 것들을 배울 것이라는 생각을 어렴풋하게나마 했었고, 그 어렴풋한 생각은 정말 현실이 되어서 우리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첫 단계까지 왔어요. 예상한 대로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배웠어요. 2017년을 돌이켜 생각하면, 정말 2020년까지의 우리는 꿈속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2021년 6월 독서모임 컨텍스트 공간이 철거가 진행될 거라는 소식을 들었어요.
공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철거라는 것을 이미 알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이 소식을 두 귀로 접하니까 많은 생각이 뒤따라오네요. 부동산을 돌아다녀야 하며, 새로운 공간에 들어갈 인테리어 비용이며, 매매를 할 것인지 임대를 할 것인지의 문제 등등 현실적인 것들을 포함해서요.
우리는 2017년 공사를 결심했을 무렵부터 "이 장소가 재개발이 되기 전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해보고 바깥으로 나가자."라는 생각을 이미 했고, 전혀 뜻밖의 상황도 아닌데도 많은 생각이 뒤따라옵니다.
그리고 2020년도 끝자락의 지금 다시 한번 코로나로 인해 월급이 한 달 유예됐고, 멤버들의 다음 시즌 재가입이 늦춰지면서 저희는 실제보다 더 큰 두려움을 대면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사실은 많은 분들이 컨텍스트에 가입하실 예정인데, 코로나로 인해서 혹은 아직 시즌 시작인 2/1일 이 많이 남아서 가입을 서두르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잖아요. (혹은 이번 시즌에는 나에게 맞는 모임이 없을 수도 있고요.)
이번 시즌 농사가 잘 지어져야지,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다음 시즌을 생각하면 좀 더 힘을 낼 수 있잖아요. 근데 그 농사의 결과인 작물을 거두는 시기가 한 달 늦어지면서, 얼마나 농사가 잘 됐는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함도 한몫하고 있네요. 가입을 서둘러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멤버분들 역시도 저마다의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텐데 이런 상황에서 독촉(?)을 하는 게 맞나 싶은 생각에,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지켜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20. 2-5월 시즌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그리고 그 뒷이야기가 존재한다면 우리는 어떤 새로운 공간으로 6월에 시작하게 될까요? 2017년 공사를 처음 시작하던 때보다, 많은 것들을 얻게 된 만큼 좀 더 어깨가 무겁습니다. 기적을 걷는 사람이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 아닐까요? 애초에 이 서비스가 여기까지 생존하지 못했다면 이 무게는 없었을 테니까요.
무거운 마음과 동시에 흐뭇한, 그래서 쌉싸름한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