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온 캘리, 네덜란드에서 온 프리크
아르바이트하는 가게에 한국말을 아예 하지 못하는 외국인 커플이 왔다. 처음 겪는 상황이라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공부했던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됐다.
서빙하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말을 하고 용기를 내어, 사적인 질문들을 던지며 대화를 짧게 나눴다. 이후 나는 이 친구들과의 인연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종이 위에 영어로 글을 적었다. 도움이 필요하거나, 한국인 친구가 필요하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하라고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건넸다.
이후 퇴근 시간이 왔고, 그들은 여전히 테이블에 앉아있어서 내가 합석을 요청했고 10여분쯤 또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호기심 섞인 눈빛과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내가 건네는 미숙한 언어를 경청했다.
그리고 우리는 헤어졌고, 다음날 밤에 인스타그램으로 DM이 왔다. Go grab a coffee 하자고 연락이 왔다. 나는 기뻤으면서도 동시에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무섭기도 했다.
'내 영어실력이 부족해서 대화가 원활하지 않으면 어쩌지?'
'영어실력을 떠나서, 전혀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한다는 게 애초에 쉽지 않은 일인데 괜찮을까?'
'내가 뭔가 만나는 시간 동안 대단한 장소를 가거나, 한국을 제대로 경험시켜줘야 하지 않을까?'
이런 종류의 부담과 불안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소위 말하는 '대가리 깨지면서 배우는 거다'라는 격언을 가슴에 새겼고, 용기를 냈다. 그리고 또 이 용기를 더 강화시킬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최근 알게 된 지인이 외국인과의 만남을 앞두고 두려워하는 나에게,
"대화는 언어로 하는 게 아니라 감정으로 하는 것이다"
라는 말을 해주시면서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해주셨다. 그래서 난 만남을 앞두고 마음을 안정시켰고 편한 만남의 시작을 맞이 했다.
오늘의 2시간 30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중간중간 못 알아듣는 것들이 꽤 있었지만, 맥락으로 파악하기도 또 그들의 표정과 몸짓을 읽으며 부족한 영어 실력을 메꿔갔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다소 깊은 이야기들까지도 우리는 나눌 수 있었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무엇이 너를 기쁘게 하는지'
'너는 어떤 사람인지'
어린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이들이 가진 깊은 생각에 놀라기도 하고, 또 온전히 내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내 실력에 아쉬움을 느꼈지만 그래도 대화를 나누며 교감하는 건 즐거웠다. 그렇게 우리는 자리를 마무리하고, 나는 아르바이트로 출근했다.
그러고는 그 친구들이 나에게 또 연락을 남겼다. 우리 다음번엔 코인 노래방을 가자고. 좋지! 나 그때까지 좀 더 영어 실력 쌓아서, 감정으로 대화 나누는 거에 더해서 언어로도 더 소통할 수 있게 공부해놓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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