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영국 문학 여행

셰익스피어의 Stratford-Upon-Avon

by 박꼬물이

대학을 다니며 야금야금 모아 두었던 4년 치의 적금을 깨면서까지 떠난, 나의 영국여행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여행은 휴식 아니면 목적을 위해 떠나는 것이라고.


개미가 빵가루를 줍듯 모은 4년치의 적금을 깨면서까지 떠난 영국행에는 당연히 확고한 '목적'이 있었다.


'문학'의 산지를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스, 브론테 자매, 조앤 롤링...... 수많은 작가들이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나 자랐고, 나는 영국의 무엇이 그를 가능하게 했는지 궁금했다.


영국사람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단순한 문학이 아니라 그들의 정체성으로 내세울 만큼 문학을 사랑하고, 그 가치를 존중한다. '국문학도'로서 우리의 문학도 그리 여겨졌으면 했다. 그래서 나는 홀로 짐가방을 들춰맸고, 떠났다.

그 모든 것의 근원을 조금이라도 이해해보기 위해.


그 목적의 구심점인 영문학의 상징-셰익스피어의 고장, 스트라트포드 어폰 에이번(Stratford-upon-avon)은 당연히 내가 놓쳐서는 안될 여행지였다.




1. 에이번(Avon) 강

스트라트포드 어폰 에이번의 에이번(Avon)이라는 이름은 스트라트포드를 따라 흐르는 이 에이번 강으로부터 왔다. 도시 전체를 가로 질러 흐르는 이 강은 365일 스트라트포드만의 운치를 느끼게 해준다.


에이번 강의 Clopton Brigdge



에이번 강의 백조들

강 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백조들과 코 앞에서 기지개를 켜는 그들의 모습이 가장 먼저, 그곳이 틀림없는 영국임을 말해준다.






에이번 강가를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


에이번 강의 물결에 일렁이는 각양각색의 요트들과 강을 따라 나있는 산책로, 적재적소에 비치된 벤치들은 휴식과 낭만을 동시에 가져다 주었다.



강가를 따라 카페, 극장, 요트 레스토랑 등이 위치해있다.

그곳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강을 따라 걸으며 그 공기와 풍경을 느끼는 것만으로 이미 나는 동화 속에 있는 듯했다.



스트라트포드는 에이번 강을 중심으로 크게 시내와 주택가로 나뉘는데, 도보로 20여분이면 충분한 거리다. 통상적인 시내 쪽을 벗어나 주택가에 숙소를 잡으면, 영국 특유의 작은 정원들을 가진 아기자기한 주택들을 직접 체험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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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2_151551.jpg 전형적인 영국식 2층 주택. 후방에는 집집마다 특색인 정원이 있다.




2. 셰익스피어 생가 (Shakespeare's Birthplace) & Family Home / Shakespeare's New Place / Hall's Croft

shakespeares-birthplace-1.jpg Shakespeare's Birthplace (출처: Shakespeares-stratford.com)


스트라트포드는 셰익스피어의 고향답게 그와 관련된 건물이 여럿 있다. 그가 나고 자랐던 집과 가족들의 집, 그의 업적을 기려 사후 그 작품들을 실제 공연하는 셰익스피어 극장 등......


나에게는 셰익스피어의 영국적 경험, 체험이 중요했기 때문에 그의 발자취가 직접 남아있는 장소들을 방문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특별히 선택한 곳이 그가 직접 살았던 집들이었다.


시내쪽에서 Clopton 다리를 건너기 전에 만날 수 있는 여행객 센터(Vistor Information Centre)를 방문하면 이들을 효율적으로 둘러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셰익스피어 하우스 티켓이라고 해서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건물 중 세 곳을 지정해 통합 요금으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처음으로 들른 곳은 셰익스피어 생가(Shakespeare's Birthplace)였다. 이곳은 그의 탄생과 초기생애를 함께 했던 셰익스피어의 Family house이기도 했다.


생가 옆에있는 방문자 센터를 통해 들어서면, 그 길이 생가까지 이어진다. 셰익스피어 관련 각종 전시를 보며 걷다보면 생가의 모습이 차츰 드러나고, 탁 트인 정원이 펼쳐지는데, 그곳에서 상주해있는 배우들과의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생가 안의 배우들 (BBC)

매번 배우분들과 컨셉은 달라지는 듯 하다. 내가 방문했을 땐, 다른 컨셉의 남녀 배우분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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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thplace가 셰익스피어의 초창기 삶을 함께했다면, 다음으로 향한 Shakespeare's New Place는 그의 런던 이후의 삶을 담고 있다. 런던에서 극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둔 셰익스피어는 고향인 스트라트포드에 엄청난 규모의 정원을 지닌 새집을 짓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New place다.

즉, Birthplace가 그의 성공이전의 삶을 보여준다면, New place는 그의 성공이후를 보여주는 셈이다.


New place로 가는 길. 오른쪽 끝에 New place의 입구가 보인다.

Birthplace를 벗어나 조금 걷다보니, 어렵지 않게 New place에 도착할 수 있었다.



Birthplace가 다소 작은 규모에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면, New place는 그 수 배는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정원은 너무 넓어서, 마치 공원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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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3_112019.jpg 이 비밀스런 입구 뒤로는 공원같이 넓은 The great garden이, 앞으로는 꽃과 조형물이 장식된 어여쁜 정원이 따로 있다.



건물 내부에서는 셰익스피어 관련 전시가 마련되어 있으며, 가족 체험활동장도 있었다. 2층에서 정원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Viewing platform도 짧지만 인상적인 순간을 안겨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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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발자취를 따라 New place 곳곳을 누비다보니 그것만으로 산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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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너무 과하게 집을 짓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했다가도, 셰익스피어의 정원을 거닐면서 그 마음을 조금 이해한 것 같았다. 그의 정원을 거니는 그 순간만큼은 한적한 공원을 나홀로 거니는 것 만큼이나 치유받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셰익스피어의 딸과 그의 남편 Dr John Hall이 살았던 Hall's Croft였다. 이곳이 앞의 두곳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당시의 생활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내부 구조나 가구를 섬세히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20161103_120404.jpg Hall's croft의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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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를 지나는 복도나 구조물 하나하나에서 그 세월과 시대, 당시의 삶을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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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사위인 John Hall이 의사였기에, 그와 관련된 약제도구도 찾아볼 수 있다. 중요한 전시품들에 대한 설명은 Hall's croft 입구에서 나눠주는 커다란 안내판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어, 혼자서도 찬찬히 둘러보기 좋다.

20161103_120833_001.jpg Hall's croft의 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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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는 길에 조금 지친다면, Hall's croft에 붙어있는 카페에 들려도 좋을 듯 하다. 하루종일 세 집을 도보로 돌아다닌 내게 이곳은 약간의 에너지를 나눠주었다.


셰익스피어의 흔적이 묻은 집들을 따라 스트라트포드를 산책하는 일은 셰익스피어의 고장에서는 필수가 아닐까 한다. 그때 그시절을 몸소 느껴보고, 셰익스피어의 감성이 되어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자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3. 오리지널 영국식 애프터눈티 카페- THE FOURTEAS

Fourteas-1.jpg 출처: www.fourteas.co.uk

블로그에 일률적으로 오르내리는 런던 시내의 값비싼 애프터눈티는 애초부터 내 관심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 그 영국적인 정서는 느껴보고 싶었다.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따뜻한 홍차와 층층이 쌓아올린 디저트 접시가 함께하는 애프터눈티를 말이다.


스트라트포드의 숙소에 짐을 풀고 나니 시간은 마침 오후 4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주방에서 마주친 집 주인 할머니가 내 마음속 갈망을 어찌 알아챈 건지, 지금 딱 때가 좋다며 카페 하나를 추천해주셨다.

애프터눈 티숍-The Fourteas 였다.


스트라트포드에서 꽤 이름난 펍들과 같은 거리에 위치한 이 카페는 1940년대를 테마로한 애프터눈 티숍으로, 2012년에 Touch FM pride of Stratford를 수상하기도 했다.


The_Fourteas_staff.jpg 출처 : The Fourteas Twitter

자연스럽고 아늑한 영국적인 분위기, 환한 웃음과 함께 1940년대를 재현한 복장으로 맞이하는 종업원들의 모습이 인상깊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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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추천에 따라 주문한 The fourteas house blend와 치즈스콘의 맛 또한 일품이었다. 치즈스콘에 여분의 생치즈를 함께 서브하는 섬세함은 소소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따뜻한 차와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는 티타임은 저절로 마음에 평온과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시간이었다.


애프터눈 티숍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영업은 Monday - Saturday 17:30분, Sunday 16:00까지다.

부담스럽지않은 가격에 오리지널 영국식 애프터눈티를 즐기고 싶다면 추천하는 스트라트포드의 명소다.






스트라트포드를 누빈 나의 여행은 모두 '도보'로 이루어졌다. 평소 산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여행에서 탈것을 탈 기회는 언제든지 있으니, 문학여행답게 셰익스피어의 고장에서 만큼은 내 두발로 느껴보자는 심산이었다. 이외에도 스트라트포드에는 볼것, 할것이 다양하다. 옥스포드의 한 부분을 연상케하는 번화가도 있고, 에이번 강을 따라 누비는 요트 투어도 있다.


하지만 내가 스트라트포드에서 이들 세곳을 소개하는 것은 나의 여행이 문학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이들 셋의 공통점은 머리와 가슴에 '생각'의 시간을 준다. 나는 이것이 바로 셰익스피어 문학의 원천이 아니었나 한다. 그곳에 있으면 절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머리는 기분좋은 생각의 세계에 빠져든다. 실제로 나도 에이번 강, 셰익스피어 집의 정원, 애프터눈 티숍에서 각각 짧은 글귀를 써냈다. 그게 우습고 서툰 내용일지라도.

셰익스피어는 아마 그래서 스트라트포드를 사랑했을 것이다. 절로 '생각'을 만들어주는 곳이니까.


자연스러운 생각들을 빼앗아버리는 수많은 것들이 넘쳐나는 요즘이 조금은 슬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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