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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승창 May 11. 2021

청년 해외여행 천만 원 지원?

청년들에게 미래를 준비할 '기회'를 주자-갭이어 정책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학 가지 않은 청년 1000만 원 지원” 발언으로 ‘청년’은 이번 대선에서도 중요한 의제임을 확인한다. 대학 가지 않은 청년이든 대학 간 청년이든 실제로 청년들의 상태는 심각하고 절박하다. 특히 청년들이 처한 지금의 환경이 얼마나 절망적인지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자살률을 보면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20대의 자살률이 높다는 소식은 새삼스럽지 않게 뉴스를 장식한다. 통계청의 2019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20대의 자살률이 전년대비 9.6% 올랐다. 특히 20대 사망원인 중 자살이 51%로 가장 높은 원인이라는 통계 앞에서는 가슴이 턱 막히는 느낌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20대의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삶의 가능성과 희망에 대한 좌절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추론해 볼 수 있다. 마음 아프고 슬펐던 것은 자살한 청년들의 컴퓨터에서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가 남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기자의 전언이다.



20대 청년들의 불안은 교육과정을 연속으로 이어가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서 대학을 다니는 청년들의 휴학은 이제 일반적인 경우처럼 보일 정도로 많다. 2019년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공동으로 4000여 명의 대학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9%가 당해 2학기 휴학을 할 것이라고 답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 세 가지가 진로 모색과 직무경험, 취업준비였다.



결국 청년들 스스로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제안과 행동을 하고 있다. 청년유니온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30분 배달제 반대 캠페인, 민달팽이 유니온의 청년 주거운동, 서울시 청년허브의 청년 참과 전국적인 청년정책네트워크, 서울시 청년의회 등의 경험을 거쳐 다양한 청년정책에 대한 제안과 실행 경험들이 쌓여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제주의 더 큰 내일센터나 부산의 청년센터 등 지자체들과 연계된 중간지원조직들의 확대도 지금 시기 청년문제에 대한 여러 집단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중앙정부에서도 청년들이 정착해 살아갈 수 있도록 ‘청년마을’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쇠락해 가는 지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청년들을 응원하고 있기도 하다. 정부도 청년 기본법을 제정하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청년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들을 만들고 집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 주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리란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청년들을 지원하는 여러 정책 중에 '갭이어 정책'이 있다. 영국이나 유럽에서는 여러 해 전부터 실시되고 있는 정책이다. 대학에 입학하는 청년들에게 길게는 1년 정도의 시간을 주어서 어학연수나 본인이 하고 싶은 일들을 기획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인데, 주로 공공기관이나 대학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우리로 보면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이 일종의 갭이어 정책이기도 한 셈이고 제주의 더 큰 내일센터의 지원 프로그램도 일종의 갭이어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 현재 대학을 다니는 청년들 대부분이 자기 계발과 훈련, 진로 고민을 위해 휴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대개 지원 프로그램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모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대부분은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극히 소수의 경제적 지원이 가능한 청년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청년들이 대학을 휴학하면서도 스스로 돈을 벌든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부모의 지원을 얻어 어학연수든 여행이든 다른 교육프로그램이든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를 정부가 또는 사회가 지원해주면 어떨까? 그리고 이왕이면 대학생이나, 대학을 가지 않은 청년 등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특정한 시기의 청년들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주면 어떨까? 지원금만 주는 방식이 아니라, 누구나 스스로 기획하고 계획을 세운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이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떨까? 앞서 말한 정부나 자치단체의 프로그램 외에도 코이카의 해외파견 프로그램이나 관련 프로그램을 도와주는 기업들도 있어서 이미 사회적 경험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의 의지와 선택으로 다양한 경험과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 희망이 없다고 여기는 청년들에게 ‘고독’이라는 어려움 대신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우리 사회는 청년들의 성장이라는 훌륭한 선물로 되돌려 받을 것이 분명하다. 


마침 이재명 지사가 대학을 가지 않는 청년들에게 대학에 지원하는 것만큼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의미로 1000만 원의 해외여행을 제안했다. 논의가 엉뚱하게 번져 그냥 1000만 원을 주자는 것처럼 되고 있지만, 이를 비판하는 국민의 힘 윤희숙 의원조차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외려 같은 연령대의 청년 모두에게 기회를 주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물론 재원은 민간재단을 하자고 하고 있지만. 이런 제안은 이 지사의 제안에 반하기보다 발전시킬 방향으로 좋다. 애초 이재명 지사의 제안은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이긴 했지만, 같은 연령대의 청년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었으면 하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지사의 ‘질문’은 이런 논의를 공론화하는 좋은 계기다. 일정한 연령대의 모든 청년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고 이를 스스로 사용하게 하는 것을 사회가 도와주는 방식으로 청년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필요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



출처 : 이로운넷(https://www.eroun.net)-원문을 조금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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